알리익스프레스의 K-Venue(케이베뉴)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케이베뉴는 결국 한국 물류 인프라를 알리익스프레스가 점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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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3, 2024
알리익스프레스의 K-Venue(케이베뉴)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알리익스프레스가 24년 3월 14일 언론을 통해 한국에 초대형 물류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했어요. 약 1.5조의 비용을 3년 간 투입하고, 축구장 25개 규모의 물류센터라고 하네요. 상상이 안되는 규모에요😀 이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고 파급력이 얼마나 될지 유통/물류적인 관점에서 분석해 보았어요.

알리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알리익스프레스 사업모델을 물류학적 관점에서 이해해보아요.

알리익스프레스는 우리가 흔히 알듯 직구의 모델이에요.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각 국의 통관시스템이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했어요. 전자상거래 통관이라는 새로운 프로세스와 법령이 생겼죠. 운송 형태도 많이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항공운송에 한정하여 개인물품들을 운송할 수 있었는데, 이커머스가 성장하면서 해상운송도 개인물품을 운송할 수 있게 바뀌었어요. 비록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상운송은 B2B 사업자 전용이었거든요.

해상 및 항공운송

해상운송이 가지는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는 무엇일까요?

바로 운송비에요. 항공 대비 해상은 물류비가 훨씬 저렴해요. 예를 들어, 항공운송료가 1kg에 1만원 정도라면 해상운송은 40피트 기준으로 18ton(=18,000kg) 꽉 채웠을 때, 평균 100만원 가량이에요(*해운/항공 시황 혹은 국가/지역에 따라 운송비는 상이할 수 있는데 예시로만 이해해주세요.) 이를 나눠보면 kg당 55원 정도라는 이야기인데요. 이 정도면 물류비가 포함된 "상품가격"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정도죠. 그러니 알리익스프레스는 무료배송이 가능한거에요.

개인직구 물품을 모을 수 있는 강력한 Sales Tool만 있다면 경제적 혜자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 세상이 도래했어요. 알리익스프레스는 판매 플랫폼 그 자체가 강력한 Sales Tool이죠. 전세계 사람들이 인지할 정도로 비용도 많이 쏟아 부었고요.

K-Venue(케이베뉴)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요?

이미 알리익스프레스는 전세계로 상품을 판매할 때, 중국에서 한국으로 개인직구 방식으로 해상운송을 하고요. 이 화물을 인천공항 화물기에 옮겨 선적하는 물류 모델을 구축해 놓았어요.

  • 해상운송: 중국 위해 / 연태항 같은 곳에서 한국 인천 / 평택 / 군산항으로 개인직구 물품을 운송해요. 이때 소요되는 시간이 약 1~2일이에요.

  • 항공운송: 해상운송된 컨테이너에 담긴 화물을 꺼낸 뒤, 이를 비행기에 옮겨 적재해요. 이후 전세계 어디든 1일이면 통상 도착해요.

이러한 이유로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에서 3일 직구 배송이 현실로 다가올 정도로 물류 공급망을 갖추게 되었어요. 여기에 판매 트렌드까지 파악할 수 있는 IT 기술이 첨가되어 있다면, 미리 중국 셀러의 상품을 선매입 혹은 입고요청을 해서 중국 알리바바센터에 입고시킬 수 있겠죠. 센터에서는 물류에 대한 통제가 즉각적으로 일어나니까요. 오더와 동시에 여러 화물들과 혼적되어 Sea&Air 멀티모달 운송을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을 물류 거점으로 이미 활용하고 있어요. 한국 셀러를 통해 물류 효율화를 더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여요.

소비자가 전세계 상품을 무료 배송으로 받아볼 정도가 되려면 막강한 직구 물류 공급망이 필수인 이유는 이제 아시겠죠. 이 공급망은 결국 "인프라"에요. 인프라를 만들면 여러 물류 도소매상들은 이를 비싼 가격으로 이용하겠죠. 한국의 물류 패권을 지려는 의도로 보이는데요. 왜 하필 한국 시장을 선택했냐가 더 중요할 것 같아요.

위에서 설명 드렸던 것처럼요. 중국에서 컨테이너가 해상으로 한국으로 이동하고, 해당 물량을 화물기에 선적할거에요. 이때 대한항공, 아시아나와 같은 화물기에 선적할텐데 물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항공사와의 가격 협상력이 달라질거에요. 이 협상력을 만들기 위해 알리익스프레스는 해외에서 인기가 있는 K-Food를 시작으로 한국 셀러를 무차별적으로 담으려 할 거에요.

이미 CJ제일제당, 농심 등이 입점을 완료한 상태이죠. 생명과 직결된 믿을 수 있는 식품을 먼저 담고, 이를 좋은 레퍼런스로 만든다면 플랫폼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다른 카테고리의 브랜드 상품들이 따라 오는 것은 쉬울 것 같아요.

물류 인프라의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것 같아 걱정이에요.

중국과 한국을 해상운송하는 "해운사"를 "중국 해운사"로 지정하여 저변을 넓혀갈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한국의 해운사 경쟁력은 떨어지게 되겠죠. 나중에 물량이 더 충분히 쌓인다면 "항공사"를 대한항공, 아시아나에서 "중국 동방항공" 등 중국계 화물기를 투입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자연스럽게 한국의 화물운송(해상, 항공) 경쟁력은 점점 밀리게 될 것 같아요. 나중에는 택배사까지도 직접 인프라를 구축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 / 물류 인프라를 선택하는 "물류 주선인(포워더)"는 결국 경쟁력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에요. 알리익스프레스로 인해 물류 인프라의 한국 경쟁력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만 같아요. 제조업의 위기 뿐만 아니라, 물류 인프라도 중국에게 패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도 우리가 간과하면 안될 것 같아요.

알리익스프레스의 침공을 막아야 할까요?

수입산 상품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물가 안정"이에요. 한국에서 비싸게 제조/생산되는 상품을 대체하는 수입산 상품을 통해 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거든요. 또한 전자상거래가 보편화가 되어가는 지금, 막을 방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막강한 물류 인프라를 갖춘 국내 물류사가 등장하고 그 인프라를 독점적으로만 이용하지 않기를 바래야 할 것 같아요. 아무리 상품이 훌륭하더라도, 상품과 물류의 경쟁력을 동시에 겸비한 플레이어를 절대 이길 수 없어요. 긴밀한 협업과 이를 커버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해요.

부가세 환급도 좋지만, 수출상품과 운송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게 한국의 경쟁력 있는 플랫폼과 인프라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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