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와 실패와 실패 (1) 수 백 개의 실패의 이야기 중 첫 번째
내 3년을 돌아보면, 무수히 많은 실패에 아주 가끔의 성공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실패는 아주 자주 매우 쓰라렸지만 어느 순간 무뎌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쓰라림에서 배움이 가장 컸으며, 가장 많이 도약했다. 처음엔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으나, 언젠가부터 실패를 받아들이고 거기서 배울 것을 찾는데 익숙해졌다. 제대로 배우는 것에서도 실패해 잘못된 깨달음을 얻고 잘못된 길로 가기도 했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었다. 정답을 가지고 있어도 어떻게 정답에 도달했는지 해답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직접 부딪히지 않고서는 정답에 다다를 수 없었다. 드라마 무빙에서 손 뼈가 부서지면서도, 그 고통을 모두 느끼면서도 벽을 부숴야만 했던 장주원과 이재만처럼 그 고통을 모두 감내하고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실패에서 만큼은 재생 능력자가 되어야만 했다.
2020년~2021년 '팔레트'라는 취미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 때였다. 그때의 나는 너무나 오만해서 린 스타트업이니 소비자의 인터뷰니 하는 것들을 모조리 무시했다. 그리고 아주 건방진 이유로 합리화했다. 린 스타트업 방식으로 시작하면 큰 그림을 못 그린다는 것이었다. 큰 그림은 처음에서부터 그려져야 하고, 그렇기에 린한 방식으로 시작하면 작은 규모에서 한계에 마주할 수밖에 없다. 난 유니콘을 만들 것이기에 린하게 시작하지 않는다.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모두 구현한 뒤에 서비스를 낸다. 인터뷰도 비슷한 이유로 하지 않았다. 소비자는 자신들이 원하는 게 뭔지 모른다. 마케팅에 Unmet needs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내가 그들보다 월등하니 그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자신도 몰랐던 니즈를 발견하게 할 것이다. 그렇게 자신했다.
이런 오만한 마음으로 서비스를 아주 오랫동안 만들었다. 사용자는 내부에 있는 네 명뿐이었고, 서로 써보다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 기획을 바꾸고 디자인을 바꿨다. 당시 내가 핵심이라고 믿던 멀티 프로필 기능을 구현하고 있었는데, 멀티 프로필이 보이는 방식에 대해서 집착을 했다. 반드시 태양계의 행성이 도는 듯한 모습을 가져야만 한다고 이야기했다. 결국에 개발적 문제로 구현하지 못했지만, 이것 때문에 의미 없는 시간을 너무나 많이 낭비했다.
지금 와서 살펴보면 다른 기능들이 어디선가 조금씩 베껴온 카피캣에 불과했기에 저런 사소한 것에서 차별점을 두려고 했던 것 같다. 기획적인 것보다 표현 방식에 대한 시간을 훨씬 많이 들였다. 사용자 경험이라는 명목하에 근본적 차별점이 아닌 달라 "보이는" 것에 집중했다. 자신감을 가질 근거도, 실력도, 경험도 없었지만 자신감이 넘쳤다. 그리고 크게 실패했다.
인스타와 챌린저스를 섞어서 멀티프로필과 '취미'라는 카테고리만 가미했네..
모든 의사결정이 그렇듯 사업에서도 '확률'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답에 다다른 사람은 있지만, 해답을 가진 사람은 누구도 없는 것이 이 시장이기에 왕도는 없지만, 늘 확률을 고려하며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캘린들리가 일반적인 VC가 권고하지 않은 방식대로만 서비스했는데 성공을 거뒀듯이 린 스타트업에 집착하면 큰 기업으로 갈 수 없다는 생각 같은 건방진 아이디어가 맞을 때도 있다. 하지만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일론머스크만큼의 경험과 돈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우주 사업을 시작할 수 없듯이 내가 가지고 있던 자원으로는 '린'하게 해야만 했고, 그것을 통해 성공 지표를 빠르게 확보했어야만 했다.
그래서 지금 내 상황에서의 확률을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리스크를 줄여 짧은 성공 확률을 높이던지, 리스크를 좀 더 감수하더라도 더 긴 호흡의 큰 성공을 노리던지. 성공에서는 배울 게 없을지 몰라도 실패에서는 늘 배울 게 있다는 말이 맞는 게, 나는 지금 이때의 경험을 활용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티키타카는 작은 기업뿐만 아니라 큰 기업에도 필요한 서비스고 오히려 큰 기업에 더 큰 효율 개선을 가져다줄 수 있는 서비스다. 그렇지만 지금은 큰 기업은 우리의 영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기능의 구현과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영업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는 자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지금은, 100인 이하의 중소기업에게 빠르게 제품을 팔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품을 개선하고, 이 작은 성과들로 투자를 유치해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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