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북유럽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이벤트, SLUSH가 개최 되었습니다.
기업 IR, 패널 토론, 부스 및 제품 쇼케이스, 네트워킹 등 풍성한 이벤트 들이 진행되었는데요, 올해 2023년의 경우 스타트업 창업자 5,000명 / 투자자 3,000명 / 기업관련 인력 2,000명 / 미디어 인원 300명이 참석해 명성에 걸맞는 대규모 행사로 진행되었습니다.
- 올 11/30~12/1 양일간 진행된 SLUSH 행사는 헬싱키 Messukeskus에서 진행 되었습니다. Messukeskus는 국내와 비교하자면 코엑스와 같은 거대 컨벤션 센터로, 핀란드에서는 가장 큰 규모입니다. SLUSH는 알토대학교 학생들이 모여 시작한 행사가 시초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생들이 주축이되어 시작한 행사가 한 나라의 가장 큰 컨벤션 센터를 사용하는 이벤트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Find it, Found it, Fund it”
입구에서 Pass를 보여주고 짐 검사를 마치면, 거대한 지하 공간으로 내려간다.
- 행사장 구성은 먼저 가장 큰 4개의 메인 스테이지가 주축이 됩니다. 각각 Founder Stage, Builder Stage, Startup Studio, Horizon Stage이며, 그 주제에 맞는 IR 또는 패널 토론 등이 계속해서 진행됩니다.
- 그 외에도 참석한 각 단체 및 기관 등에서 부스 내에 자체 IR 스테이지를 설치하여 동시 다발적으로 소규모 IR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절대 행사장 내 모든 이벤트를 참석하는 것은 불가합니다. 😯
- 반면 이러한 효과로 행사 내내 결코 분위기가 지루해지거나 더 이상 볼거리가 없다는 생각은 하기 힘들었습니다.
- 그 외에도 대규모의 미팅 존, 멘토링 존이 설치되어 있으며, 곳곳에 소규모 Working space가 존재해 어디에서나 미팅 파트너와 상세한 논의가 필요하면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일정 간격 마다 배치되어 있는 무료 커피 코너도 행사장에 계속 머물게 하는 요인이었습니다.
🪩 메인 스테이지들 🪩
- 이렇게 대형 규모 스테이지와 그에 맞는 객석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모든 자리가 차있었습니다. 객석 밖에서도 입석으로 스테이지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다수였습니다.
- 또 행사장 중앙에는 각종 기업/단체들의 부스를 오가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어 자칫 정말로 행사장 내에서 길을 잃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My SLUSH 어플리케이션
- SLUSH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이만큼 큰 규모의 행사를 조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갖춰진 시스템이었습니다.
- 그 중 인상 깊었던 것이 전용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인 “My Slush” 입니다.
- SLUSH 웹 사이트와 연동되는 전용 어플리케이션으로 개인 프로필, 행사 스케쥴 확인, 참석자간 미팅 조율 등이 가능한 앱 입니다. 참가 신청 정보를 기반으로 스타트업 / 투자자 / 기업의 소속 정보 및 미팅 희망 내용 등을 확인 가능하며, 지속적으로 미팅을 유도합니다.
- 양측 의사가 맞을 경우 실시간으로 행사 운영시간 내 time slot에 맞춰 미팅을 조율해줍니다.
행사장 내 인상 깊었던 장면들
German Pitching Stage
- 독일 스타트업들의 그룹 부스로, 자체 Pitching Stage를 설치하고 IR을 진행했습니다.
- SLUSH 행사 내내 4개의 메인 스테이지 만큼이나 가장 사람이 많이 붐비는 부스였고, 상당한 수준의 Deep-Tech 스타트업이 다수 포진되어 있었습니다.
- 분야 역시 Cleantech, SaaS, AI 등 다양했으며,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었던 기업은 NPU 개발 업체인 GEMESYS였습니다.
- GEMESYS는 뉴로모픽 소자인 멤리스터(Memristor)를 기반으로 인간의 뇌와 조금 더 가까운 형태의 아날로그 AI Chip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Proximie
- 메인 스테이지 중 하나에서 패널 토론을 진행한 스타트업 중 인상 깊었던 기업으로, 다수의 수술실을 디지털로 연결하는 동명의 플랫폼을 개발/운영하고 있습니다.
- Proximie의 창업자인 Nadine Hachach-Haram이 직접 참석하여 진행하였고, 자신이 창업하게 된 배경, 향후 지향하는 바와 메디컬 스타트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진행했습니다.
- Proximie를 통해 의사들은 서로의 수술 과정을 영상으로 참고하거나 집단 지성 형태로 수술 지식을 쌓아 올리는 것이 가능하며, 이미 2021년~2022년 반기까지 13,000건이 넘는 수술을 지원했으며 100여개 국가에 제품 레퍼런스를 남겼습니다.
구글
- 구글 클라우드 등 이미 익숙한 구글의 프로덕트들을 부스에서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 이 중 눈에 띄었던 것은 Exactly.AI라는 생성형 이미지 AI 서비스로 이미지 생성을 원하는 텍스트(프롬프트)를 입력하고 몇 가지 스타일을 선택하면 이미지를 현장에서 프린트해 나눠주었습니다.
- 다만 제 영어실력이 부족해서인지 원하는 만큼 의도가 반영된 이미지가 출력된다는 생각은 잘 안들었습니다..
의외의 기업들
- 대규모 스타트업 이벤트에는 정말 다양한 기업들이 참석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정말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던 기업들도 있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JP모건>
<맥킨지>
<딜로이트>
- 이 중에서도 딜로이트가 가장 의외였습니다. 조금은 형식적으로 보이는 소규모 부스로 참석한 타 기업들과 달리, 대규모 부스와 현장 토론 진행 등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 딜로이트의 서비스 중 하나인 “27pilots”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 기사를 찾아보니 27pilots는 올 초에 딜로이트가 인수한 동명의 업체명이고, 벤처기업 컨설팅 전문 업체라고 합니다. ”Deloitte snaps up Munich-based venture client services provider 27pilots”
정리
난생 처음 핀란드를, 업무 관련 출장으로 다녀오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의 행사였습니다.
국내에서 넥스트라이즈, 컴업 등의 행사에 참석해 보았지만 글로벌 행사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1) 결국 글로벌 🦄
처음 SLUSH를 북유럽 중심의 이벤트로 알고 참석했지만, 그 이상의 규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행사장에는 구글, 맥킨지 등 북유럽이 연고지가 아닌 기업들도 참석하여 소통하고자 하는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사실 너무나 교과서적인 이야기이지만,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 맞닿음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럽의 경우 자국 내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더라도 인접 유럽 국가로 확산, 자연스럽게 전 유럽 시장을 타겟팅 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습니다.
또 여기서 어느 정도 기반을 확보하면, 북미 등 다른 거대 시장으로 진출 할 수 있는 발판을 좀 더 수월하게 마련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습니다.
실제 알토대 부처장인 Hannu Seristö은 유럽을 북미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것을 강력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2) 작고 사소한, 하지만 꾸준한 시도의 중요성 🦓
반면 북유럽 기반 스타트업들을 만나며 느껴진 특색은 작고 사소한 아이템이라도 ‘그냥 계속 해보는’ 꾸준함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느끼기에는 조금은 투박한 아이템이라도, 그들 나름의 미션을 가지고 우직하게 밀고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유명한 일화지만 앵그리버드의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의 경우 2003년 설립후 2009년 앵그리버드 흥행 전까지는 그저 꾸준히 새로이 게임을 내는 무명 회사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삶에 여유를 가지는 문화적 특성도 여기에 기여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흔히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스타트업에 최적이라고들 많이 이야기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Zero to One이 될 수 있는 본인만의 미션을 꾸준히 밀고 갈 수 있는 꾸준함과 여유 역시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혹시 다음번 참가를 고민하시는 분들은, 아래 웹사이트를 참고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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