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전쟁기념관 외주 개발 이야기
저의 이야기를 보고 계시다면, 적지 않은 팀원에 투자도 받지 않고 어떻게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는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아직 서비스도 정식출시 되지 않아 돈도 많이 못 벌고 있다고 생각하실 테니까요. 저희는 외주 개발(지금은 여기서 기회를 발견해서 새로운 사업부로 강화하고 있는 중이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해보겠습니다.)로 사업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외주라는 게 그냥 개발할 줄 알면 다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하실 수 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고,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저희가 처음 시작했던 외주 프로젝트는 전쟁기념관 내에 있는 UN관에 터치형 전시 콘텐츠를 납품하는 사업이었습니다. 개발 이사님께서 처음 미팅을 잡아오셔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구조로만 봐도 저희가 3번째 재하청에 해당했어요. 전쟁기념관이 갑 그리고 밑에 을이 있고, 저희에게 일을 주는 병, 마지막으로 저희가 정이였어요. 법적으로는 2번 이상 하청을 주는 게 금지가 되었다지만,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견적에 대한 실랑이도 계속 오고 갔었습니다. 3번을 내려오면서 각 기업이 모두 수수료를 챙겨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원청에서 내린 금액에 30~50%는 날아간 상태로 저희에게 금액이 떨어졌어요. 미팅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견적은 내려갔고, 해야 할 일은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프로젝트 시작도 전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외주를 하려면 레퍼런스를 하나라도 더 쌓아야 했고, 어지간한 갑질은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장장 3개월에 걸친 논의 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프로젝트가 시작 됐습니다. 전시 콘텐츠 제작팀, 디자인팀 그리고 저희 개발팀이 함께 했는데 사실 3개월 간의 계약 미팅은 양반이었다 싶을 정도로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먼저 같이 들어온 사람들이 정말 일을 안 했습니다. 디자인 시안이 한 달안에 넘어오기로 했는데 세 달간 넘어오지 않았어요. 전쟁기념관 프로젝트를 끝내고 다음 프로젝트로 이어가기 위한 저희 조직 내부 플랜이 있었는데, 전쟁기념관 프로젝트 일정이 자꾸 미뤄지니 플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주 한주 미뤄지던 지 한 달이 미뤄졌고, 결국 계획했던 것보다 두 달이 미뤄졌었습니다. 우리 팀은 전전긍긍한데 디자인 팀이나 콘텐츠 팀은 그러지 않았어요. 계획했던 기간보다 두 달이 미뤄졌는데, 아무렇지 않아 보였어요.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달이나 늦게 받은 시안이었지만, 허점 투성이었습니다. 중간중간 디자인을 빼먹은 파일이 너무 많았어요. 군사지도 같은 경우에는 파일이 몇 만개 수준이었기 때문에 하나하나 보지 않고 디자인 팀에서 준 데이터를 받아서 넣고 테스트 파일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실제 화면에서 눌러보니까 동작하지 않는 부분이 꽤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개발 이슈인 줄 알고 이것저것 뒤져보며 문제를 찾았는데 알고 보니 애초에 디자인 파일을 중간중간 빼서 전달을 했더라고요. 경악스러웠습니다. 일부러 하기 싫어서, 어차피 많으니까 발견 못할 줄 알고 빼먹어 둔 건가? 생각도 들더라고요.
결국 프로젝트는 두 달이나 미뤄졌지만, 전시는 문제없이 진행됐습니다. 어쨌든 개발이 출시의 가장 마지막에 이뤄지는 작업이니까 일정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데, 결론적으로 문제가 없더라고요. 알고 보니 애초에 개관일은 정해져 있었는데 저희한테 개관일을 2달 더 이른 시간으로 말해두고 일정 압박을 주고, 짧은 기간으로 Man/month를 측정해 낮은 견적의 효과를 거두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너무 큰 회의에 휩싸였어요. 저는 살면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이득을 보는' 삶을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항상 세상에선 열심히 하면 정비례는 아니지만, 그에 맞는 보상이 따라왔어요. 그런데 이 시장은 룰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계약을 따기 전까지는 최대한 낮은 가격에 열심히 할 것처럼 보여야 하고, 계약을 따는 순간 최대한 대충 할수록 회사에는 이익이 많이 돌아가는 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남들이 그렇게 한다고 저희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외주를 맡기는 회사들은 개발 여력이 충분하지 않지만, 회사의 자체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어쩌면 나와 같은 꿈을 가진 회사일 텐데 그런 식으로 대할 때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전쟁기념관 이후로는 적정 가격에 저희의 실력과 진정성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저희가 어필하는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데, 견적서에 찍히는 돈은 눈에 보이고 쉽게 비교 가능하니까요. 일단 낮게 불러서 일을 따낸 다음에 따낸 다음부터는 대충대충 일해서 그 견적만큼의 퍼포먼스를 내주는 기업들을 프로젝트 시작 전 설득 단계에서 골라낼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전쟁기념관 프로젝트를 했던 게 작년 10월이니 벌써 외주 개발을 하고 있는지도 1년이 되어가네요. 이 업에 있으면 있을수록 이 구조적 문제가 너무도 많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 구조적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게 저희만의 생각도 아닌 게, 얼마 전에 한 대표님은 외주를 맡겼을 때 정상적으로 프로젝트가 성공할 가능성을 30%로 보시더라고요. 내가 충분한 가치를 지불함에도 성공률이 30%밖에 되지 않는 시장은 말이 안 되는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생각하는 외주 구조 문제의 해결책에 대한 이야기, 해당 솔루션을 활용해 보고 싶으신 분, 저희에게 외주에 대해 문의하고 싶으신 분 모두 연락주세요 ! 모든 대화에 열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