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사고의 주된 원인: 작은 징후를 무시하면 안된다.
최근에 항공 사고에 관한 문서, 영상을 자꾸 보게 됨 (유튜브의 알고리즘..)
몇가지 채널을 추천하자면,
생각할 점이 많은 것은 대서양 상공에서 연료가 고갈된 여객기로 120km를 활공해 섬에 착륙한 기장 이라는 영상.
연료가 떨어진 비행기를 무사히 비상착륙시켜 영웅으로 칭송받는 기장. 하지만 이 연료부족 사태 자체가 기장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한 것.
"평이한 상태에서는 영웅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인상깊음. (사실 아무 사고 없이 잘 비행한 사람들이 진짜 영웅임에도)
사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낸 사람의 이야기는 자주 회자되지만, 정말 위대한 사람은 묵묵히 회사가 흔들리지 않게 선제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서 위기가 오지 않도록 미리 관리하는 사람일 것.
특히 공포스러운 영상은 유명한 보잉 737 Max 의 MCAS 이슈로 추락한 라이온에어 610편 재현 영상. (훈련받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라, 라이온에어 610편) 30분간 조종사들이 비행기를 고의로 추락시키려는 컴퓨터와 맞서서 사투를 벌이는 과정이 담겨있음.
그럼 왜 이런 사고가 발생할까? (물론 항공기 사고율은 매년 감소. 1945∼1972년간 30년이 못 되는 기간에 여객운송 실적(여객수×비행거리)은 약 70배로 증가한 반면, 항공사고로 인한 사망률(여객 kg당 사망자수)은 1/14로 감소하고 있음)
거의 대부분의 사고는 안좋은 의사결정의 집합체
후지산 너무 가까이 비행하다 산에서 부는 강한 와류로 인해 기체가 공중분해되거나 (BOAC Flight 911)
관제사의 과로 내지는 부주의로 인해 공중에서 두 비행기가 충돌하거나 (Uberlingen mid-air collision)
잘못된 보상/처벌 체계로 인해 기장의 조급함이 생겨 지연 대신 이륙을 강행하다 사고가 나거나 (Tenerife airport disaster)
설계 과정에서의 지나친 비용절감 시도 (Boeing 737 Max MCAS crisis)
정비 후 피토관을 막는 덕트 테이프를 떼는 것을 깜박해 모든 계기가 고장나거나 (Aeroperú Flight 603)
어린 아들에게 조종간을 맡긴다거나(!) (Aeroflot flight 593)
평소에는 아무 문제가 없던, 그러나 원칙을 조금씩 어기는 야매 방법들이 사고가 나는 그 날에는 큰 문제로 번짐
특히 비행에서 원칙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피로 쓰인 것.
평소엔 조금 급하게 출발하거나, 몇가지 체크리스트를 빼먹거나 하는 것들이 큰 이슈가 되지 않음.
그러나 기상이 안좋거나, 정비 상의 실수가 있거나 등의 상황과 결합하면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
최근 흥행하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에서는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라는 대사가 나옴.
그러나 대체로 많은 사람들의 의사결정은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반역” 으로 굴러가는 듯.
작은 징후들을 무시하고 일단 낙관적으로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는 뜻임.
그런데 세상은 너무 부조리함. 성공을 쌓는 것은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끊임없이 좋은 습관과 의사결정을 쌓아가는 것인데,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임. 거역할 수 없는 외부적인 요소로 인해 무너지는 경우도 너무나 많음.
우리의 몸도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에너지를 쏟고 있음.
그러나 생명이 꺼지는 순간부터는 빠르게 분해/부패됨. 수십년간 쌓고 유지해온 질서가 불과 몇시간만에 모두 비가역적으로 녹아 없어지는 것임.
지금 쌓여있는 질서는 무너지기 쉬우니, 항상 예의주시하고 작은 징후들을 무시하지 말아야 함.
무언가를 일구어가던 올챙이 적의 초심을 잃어버리면 안됨.
영원히 유지되는 질서는 없음. 계속해서 관리해주더라도 무너질 확률이 훨씬 더 큼.
그래도 최선은 다해야 함. 이전의 사람들이 어떤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무너졌는지를 머릿속에 잘 넣어두고 있다가, 비슷한 결정을 피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함.
훈련이라 함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임. 몸에 배서 자연스럽게 그런 의사결정이 나오도록 의도적 학습과 반복이 필요함.
인간은 당황하면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힘듬.
중요한 의사결정일수록 절대적으로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함. 그럴 수 있는 환경을 잘 세팅해야 함.
한방에 잘 되는 게 아니라, 좋은 의사결정이 쌓여서 잘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