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일 줄 알았던 일들

돌고 돌아 다시 일용직 근무를 하게된 나
이진우's avatar
Jun 07, 2024
마지막 일 줄 알았던 일들

 취업시장에 발을 들였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지원했던 회사에서 이력서를 열람했다는 소식은 들려오나 면접 제의는 오지 않는다. 프리랜서를 할거라며 몇 개월 동안 있었던 탓에 내 통장잔고는 고정 지출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줄었다. 달마다 나오는 고지서를 보면 한 숨이 먼저 나왔다. 일을 당장 해야만 했다.

 스무살 때부터 돈이 부족할 때면 일용직 근무를 찾았다. 몸으로 하는 일이 태반이기에 정말 웬만하면 하지 않으려 했다. 할때마다 두번 다신 안해야지 마음먹지만, 돈이 궁할 때 찾게되는건 어쩔 수 없다. 예전에는 일용직을 하는 내 모습이 부끄럽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나는 왜 돈이 없을까',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처럼 일을 하는 동안에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지금의 나를 병들게 할 뿐이었다.

 언젠가 이런 글을 본적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자신의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게 더 훌륭하고 멋있는거 같애'. 이 글을 읽은 후로 나는 마음을 고쳐먹기 시작했다. 나를 비롯해 여기 있는 모두는 각자의 인생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라고, 내가 남을 판단할 수도 없고, 남이 나를 판단할 수도 없다. 다양한 사정을 가지고 있고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거였다.

 오랜만에 몸 쓰는 일이었지만 예전처럼 힘들지 않았다. 처음이라 힘들고 모르는 건 당연하다 생각하고 여기저기 물어봤다. 하루 일하고 이런 말하면 안되긴 하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 팔과 다리는 아프지만 내 생각과 마음은 아프지 않았다. 크나 큰 성장이었다. 덕분에 언제 또 일할 수 있겠냐는 작업팀장의 질문에 내일도 나오겠다 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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