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신고

Dec 04, 2024
생존신고
 
일을 다시 시작한지, 이제 막 3일차가 되었네요.
마치 3주 같은 3일을 보낸 것 같아요.
그만큼, 굉장히 밀도 있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역시 제 적성은 B2B인걸까요?
새로운 직장에서는 설명 가능하고
반복적인 성공을 시스템화하는 일을 할 예정입니다.
fancy한 해결책과 결과보다는
비싼 (임팩트 큰) 문제를 찾고, 구체화하는 일에 특히 몰입해보려고 합니다.
 
notion image
또 다시 대책 없이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나의 일’을 찾기 시작한 지난 한 달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종종 집을 찾은 손님들과 버킷리스트 쓰기를 하며
아,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어야겠다라는 다짐들을 했습니다.
당시 제가 푹 빠져있던 질문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notion image
내가 살고 싶은 삶은 무엇인가?
나의 갈증과 동인은 무엇일까.
이 대답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한다고 찾을 수 있는 답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하나의 정답이 있지 않은 문제이면서,
동시에 내가 나 답게 선택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결론은,
저는 자유와 재미를 쫓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오래 함께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미션인가요.
(똑똑한 사람들과 치열하게 일한다에서,
워딩을 미세하게 수정했습니다)
어쩌면 ‘오래’ ‘지속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 같은 성인 adhd에게는 더욱 그러합니다.
죽기 직전에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냐는
뭉툭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무언가 계속 생산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저 소비만 하는 삶을 살고 있진 않을 것 같고요’
죽을 때까지, 세상에 가치있는 것들을
만들어 나가는 삶을 살 것입니다.
가끔은, 온전히 나의 만족만을 위한 것을
생산해보기도 하면서요.
 
 
notion image
  1. 어떤 진득한 시간들을 보내야 할까?
물질적인, 정신적인 보상들을 누리는 일들을
종종 미뤄둔 채로 달려왔더랍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만 보낼 수 있는 이런 사치스러운 시간들.
애정하는 공간들도 들렸고,
또 그런 공간들을 늘려가는 일들도 해봤습니다.
(서울엔 참 좋은 공간들이 많습니다)
오랜만에 간 서교동은 항상 제 마음의 고향이더라구요.
그 순간 순간들을 충분히 그리고 충만하게 즐겼습니다.
 
 
notion image
notion image
어떤 경험들이, 어떤 사람들이 나에게 긍정적인가?
새로운 모임을 만들었고, 들어갔고,
스터디도 하고, 미뤄둔 공부를 시작하고,
플로깅, 프리다이빙도 처음 해보고.
어쩌면 11월 한 달은 ‘처음’이 많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목표의식 없이 시작한 것들은 금방 질려버렸으나
이 와중에 여러 iteration 속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나의 모습들을 다시 한번 깨닫곤 합니다.
  • 실행은 참 잘하는 사람 — 미루는 건 딱 질색
  • 호기심이 많은 사람 — 배우는 건 늘 좋아
  •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 창작
  • 작고 귀엽고 얄팍하고 솔직하고 의외의 감각을 좋아하는 사람 — 도파민 중독자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입니다.
부정적이지 않고. (회의적인 것과 부정적인 건 다른 거라고)
자신만의 길을 걷는.
담백하고 솔직한. (의중을 가늠해야만 하는 일은 늘 피곤해요. 그 사람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고 싶어요.)
본인이 믿는 삶과 사는 삶이 일치하는 분들을
보면 참 멋있더라구요.
 
11월에는 월급이 없었지만,
다행히도 퇴직금을 까먹지 않고 버틸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야생에 던져지면 어떻게든 생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디자인 외주도 주섬주섬하고,
단기 알바도 종종 다니며 알뜰살뜰 잘 살았습니다.
어쩌다하게 된 마케팅 외주는 레퍼럴을 받아,
12월에도 쫌쫌따리 일을 할 것 같습니다.
(일개미)
 
 
notion image
일본에서 사온 선물. 귀엽습니다.
 

새로운 직장에서 경험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몇 자 적어봅니다.
세심한 온보딩
첫 날 마주한 5주의 온보딩 스케줄!!
아직 온보딩 중이지만,
소프트 랜딩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가장 큰 행운은 제 질문 폭격들을
세심하고 긍정적으로 귀기울여 주는 대표님들과
논리적으로 설명해주고, 함께 고민해줄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뜻, 유연, 친절한 사람들.
 
굉장한 문서화
토끼굴 같은 노션 자료들을 읽어가면서,
지난 레슨런들을 빠르게 학습해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 자료들, 정말 엄청나게 재밌습니다. 히히-
 
누구나 될 수 있다, 뛰어난 문제해결자
전에 데이터 분석가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ai에 의해 분석가가 대체되는게 아니라
데이터 분석가는 실무자(마케터, pm..등)에게 대체될 것이라는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도구의 발전과 지식의 평준화는 정말
그런 근미래를 앞당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전에 어떤 막연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무언가를 잘 알 수 없고,
잘 할 수 없다는 생각이요.
PM 경험이 없고, PM과 직접 일해본 적이 없더라도
뛰어난 사람들은 날렵한 직관과 논리적 사고로
좋은 기획서, 제품, 해결책을 끝내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생각해보면 뛰어난 PO로 태어난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문제를 풀어가면서, 그런 뛰어난 PO로 성장하는 것일텐데요.
중요한건 그렇게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하고
가치있는 문제들을 스스로 발굴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풀고 싶은 문제를 발견하면
악착 같이 포기하지 않고 매달려야합니다.
 
성장의 상방을 제한하는 일을 의식적으로도 경계해야겠습니다.
 
 
 
notion image
notion image
항상 그렇지만,
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인연들에게
감사한 마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
 
Share article

hollyis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