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경력의 개발자를 만난 방법
창업의 꿈을 안고 시작했던 스무살 때 개발자를 찾지 못해 서비스를 출시조차 못했던 경험은 꽤나 좌절스러웠어요. 무엇보다 앞으로 내가 어떤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가져도 이 문제는 나만의 힘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막막했습니다. 이때부터 혼자서 코딩 공부를 꾸준히 했던 것 같아요. 생활코딩 강의도 열심히 들었고, 모두의 연구소 강의에도 참여했으며, 학교에서는 컴퓨터과학과 수업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 재능이 없었던 것 같아요. 재능이 없으니 재미도 붙지 않았습니다. 레고 블록을 하나 하나 쌓아올리는 것이 개발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과정을 감당할만한 인내력이 없었습니다. 웹 페이지에 Hello world!를 띄울 수 있는 실력임에도 계속 끝에 사용자에게 어떤 기능을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그래도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어요. 패스트캠퍼스에서 강의도 사다 듣고 사업을 시작한 이후에도 저녁과 주말에 SBA에서 하는 AI/빅데이터 교육도 들으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 순간에, 제가 상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가치관도 맞고, 개발 실력도 너무나 뛰어난 개발자분을 만나게 되었거든요.
제가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됐던 첫 아이템은 '개발자 사이드 프로젝트 플랫폼'이었습니다. 내가 개발자를 구하기 너무 힘드니까 사이드프로젝트로라도 개발자를 만나서 교류하고 거기서 나와 함께할 개발자를 찾자는 나이브한 생각에서 아이템을 구상했습니다. 실제로 개발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려고 페이스북 생활코딩 그룹에 인터뷰할 개발자들을 모집했어요. 인터뷰 보상도 없었는데 5명의 개발자분들이 지원을 해주셨고, 그 중 한 분이 제가 사는 곳을 묻더니, 본인도 연희동에 있다고 카페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자 하셨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하는게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내 상식에서는 그냥 페이스북 메세지로 답을 줘도 되는데 굳이 만나자고 하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다른 의도가 있는건 아닐까 계속 의심하게 되더라구요. 서울에는 이상한 사람이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잔뜩 겁을 먹고 연희동에 있는 마호가니에서 개발자님을 만났습니다. 주황색 미니를 타고 주차장에 들어오시는 모습을 보고 제 불안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근데 정말 웃기게도 이야기를 하는 순간 그 모든 불안이 잊혀졌어요. 제가 준비해 온 질문 하나를 던지니 그 질문에 대한 답과 함께 본인이 생각하는 것까지 술술 이야기해주시더라구요. 이야기들이 너무 재밌었고 비슷한 상상을 나누다보니 두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먼저 말씀해주시더라구요. 말도 잘 통하고 하는데, 사업을 진지하게 시작할 때가 되면 연락주시라고. 재밌게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이후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이 되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만 3년이 넘는 시간, 2번의 피봇을 거칠 동안 가족처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개발자님 저희 CTO님 자랑을 좀 하면, 12살 때부터 개발을 시작하신 개발 신동이에요! 올해로 개발을 한 지 31년이 되셨습니다. Web/App은 물론이고 3D, WebGL, AI 개발도 수준급이시고, 관련 프로젝트 경험도 많으십니다. 저희 회사에 풀타임으로 합류하시기 전에는 방카슈랑스 Mydata 앱 개발도 총괄 및 직접 제작하신 경험도 있으십니다. 그래서 개발적으로는 무서운게 없어요. 오히려 저희 회사에서는 '개발을 고려해서 기획해라'는 말보다 '개발을 전혀 신경쓰지말고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라. 그 뒤는 이사님이 알아서 해주실거다'라는 말이 훨~씬 더 자주 오고가고 있습니다.
세상에 참 많은 것들이 돈의 논리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아요. 저와 개발 이사님의 이야기처럼요. 너무 많은 것들을 논리에 기대지 않으면 좋겠어요. 세상엔 논리보다 훨씬더 강력한 상상과 감성이 있습니다.
<이런 이사님이 있어서 저희 조직이 플러터 전문가가 될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