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를 글로 표현하기 Putting Ideas Into Words - 폴 그레이엄 (번역)

May 24, 2023
아이디어를 글로 표현하기 Putting Ideas Into Words - 폴 그레이엄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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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를 공동창업한 폴 그레이엄은 프로그래머이자, 벤처 기업 투자가, 수필가이다.
LISP에 대한 그의 작업으로 유명하고, 지금은 야후! 스토어가 된 비아웹을 공동 창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22년 2월

무언가에 대해 글을 쓰다 보면, 심지어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생각보다 잘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디어를 글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처음 선택한 단어는 대개 틀린 경우가 많으며, 문장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써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디어는 부정확할 뿐만 아니라 불완전할 수도 있습니다. 에세이로 완성되는 아이디어의 절반은 글을 쓰면서 생각한 아이디어일 것입니다. 이건 실제로 제가 에세이를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쓴 글을 누군가가 보면 그들은 여러분이 이미 머리속에서 다 생각해둔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아이디어를 글로 표현함으로써 아이디어가 바뀐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른 작가들도 다 같은 과정을 겪겠죠.

당연히, 수정을 거듭하다 너무 별로여서 폐기한 아이디어도 많았을 겁니다.

엄격하게 글을 쓴다는 것은 아이디어를 꼭 특정 단어들로만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는 것입니다.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는 중립적인 독자처럼 읽어야 합니다. 그의 입장에서 여러분이 쓴 글을 다시 읽었을 때 충분히 내용이 정확해 보이나요? 완전해 보이나요?

처음 읽는 사람의 기준을 통과하기까지는 이를 여러 번 반복해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특정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거나 문장을 충분히 검수하지 않아서 그가 만족하지 못한다면, 이를 언급하거나 문장을 더 세세히 검수하면 됩니다. 좋은 문장을 만드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이를 감수해야 합니다. 최대한 좋은 문장을 만들어 당신의 글을 처음 읽는 사람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이처럼 좋은 글을 쓰는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 같아요. 어려운 주제에 대해 글을 써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생각이 한 번에 너무 완벽하게 형성되어서 글로 바로 흘러나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살면서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이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오히려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증거라고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영화를 보다보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추가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는 캐릭터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계획은 모호하고 불완전합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결함으로 인해 계획은 완전히 망가질 수 있어요. 완벽해보이는 계획은 계획을 위한 계획일 뿐입니다.

물론, 정확하게 정의된 영역에 대해서는 머릿속에서 완전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체스를 둘 수 있습니다. 수학자들도 머릿속으로 어느 정도의 수학을 할 수 있지만, 글로 적기 전까지는 일정 길이 이상의 증명을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생각을 공식이나 도면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한 것 같습니다. [1]

이런 사람들이 하는 일은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글로 옮기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어느 정도는 머릿속으로 에세이를 쓸 수 있습니다. 걷다가 또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몇몇 문단을 떠올릴 때가 있는데, 이런 문단은 최종 버전에서 거의 그대로 살아남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과정에서도 글쓰기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을 뿐이죠. [2]

글을 쓰지 않고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글로 설명하는 것만큼 많이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저는 제가 잘 아는 두 가지 주제인 Lisp 해킹과 스타트업에 대해 글을 썼는데, 두 경우 모두 글을 쓰면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전까지는 의식적으로 깨닫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아마 다들 비슷하실거에요. 지식의 상당 부분은 무의식적/암묵지적이며, 오히려 초보자들보다 전문가들이 무의식적/암묵지적 지식의 비율이 더 높습니다.

글쓰기가 아이디어를 탐구하는 유일한,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건축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실제 건물을 지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다른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탐색하면서 아무리 많은 것을 배워도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것을 또 배울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반드시 글쓰기로만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말로 표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글쓰기가 더 엄격하고 유용합니다. 하나하나의 단어 순서에도 집중해야 합니다. 글과 같이 톤을 전달할 수 없는 의사소통 방식에서는 이야기를 더 잘 풀어내야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 글에서는 대화에서 할 수 없을만큼 많이 집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종종 에세이 한 편에 2주를 투자하고 초고를 50번이나 다시 읽습니다. 대화 중에 그렇게 하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겠죠. 물론 당신이 게으르다면 글쓰기와 대화는 똑같이 쓸모가 없습니다. 그러나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자신을 밀어붙이고 싶다면 글쓰기가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3]

제가 이 뻔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설명한 이유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나 하고 싶어서입니다. 아이디어를 글로 적는 것이 항상 이를 더 정확하고 더 완전하게 만든다면,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써보지 않은 사람은 그 주제에 대해 완전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글을 한 번도 쓰지 않는 사람은 사소한 것에 대해서까지 제대로된 아이디어가 없다고 할 수 있죠.

특히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습관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디어가 완성된 것처럼 느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말로 표현하려고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디어에 계속해서 도전해보지 않으면 아이디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를 실현하지도 못합니다.

아이디어를 좋은 글로 표현한다고 해서 그 아이디어가 반드시 옳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와는 거리가 멀죠. 그러나 아이디어가 옳다면 이를 글로 표현할 줄 알아야합니다.

주석

[1] 기계 설계도나 회로 설계도 같은 것들도 포함합니다.

[2] 저는 팔로알토에서 길을 걷다가 이 문장을 떠올렸습니다.

[3] 누군가와 대화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대화가 구두로 이루어지는 엄격한 의미와 글쓰기를 포함하여 모든 형태를 취할 수 있는 보다 일반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제한적인 경우(예: 세네카의 편지)에서는 후자의 의미에서 대화가 에세이 작성이 됩니다.

글을 쓰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떤 의미로든) 대화하는 것은 매우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두 대화는 글을 쓸 때보다 더 정확할 수는 없습니다.

이 글의 초고를 읽어준 Trevor Blackwell, Patrick Collison, Robert Morris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원문

February 2022

Writing about something, even something you know well, usually shows you that you didn't know it as well as you thought. Putting ideas into words is a severe test. The first words you choose are usually wrong; you have to rewrite sentences over and over to get them exactly right. And your ideas won't just be imprecise, but incomplete too. Half the ideas that end up in an essay will be ones you thought of while you were writing it. Indeed, that's why I write them.

Once you publish something, the convention is that whatever you wrote was what you thought before you wrote it. These were your ideas, and now you've expressed them. But you know this isn't true. You know that putting your ideas into words changed them. And not just the ideas you published.

Presumably there were others that turned out to be too broken to fix, and those you discarded instead.

It's not just having to commit your ideas to specific words that makes writing so exacting. The real test is reading what you've written. You have to pretend to be a neutral reader who knows nothing of what's in your head, only what you wrote. When he reads what you wrote, does it seem correct? Does it seem complete? If you make an effort, you can read your writing as if you were a complete stranger, and when you do the news is usually bad. It takes me many cycles before I can get an essay past the stranger. But the stranger is rational, so you always can, if you ask him what he needs. If he's not satisfied because you failed to mention x or didn't qualify some sentence sufficiently, then you mention x or add more qualifications. Happy now? It may cost you some nice sentences, but you have to resign yourself to that. You just have to make them as good as you can and still satisfy the stranger.

This much, I assume, won't be that controversial. I think it will accord with the experience of anyone who has tried to write about anything nontrivial. There may exist people whose thoughts are so perfectly formed that they just flow straight into words. But I've never known anyone who could do this, and if I met someone who said they could, it would seem evidence of their limitations rather than their ability. Indeed, this is a trope in movies: the guy who claims to have a plan for doing some difficult thing, and who when questioned further, taps his head and says "It's all up here." Everyone watching the movie knows what that means. At best the plan is vague and incomplete. Very likely there's some undiscovered flaw that invalidates it completely. At best it's a plan for a plan.

In precisely defined domains it's possible to form complete ideas in your head. People can play chess in their heads, for example. And mathematicians can do some amount of math in their heads, though they don't seem to feel sure of a proof over a certain length till they write it down. But this only seems possible with ideas you can express in a formal language. [1]

Arguably what such people are doing is putting ideas into words in their heads. I can to some extent write essays in my head. I'll sometimes think of a paragraph while walking or lying in bed that survives nearly unchanged in the final version. But really I'm writing when I do this. I'm doing the mental part of writing; my fingers just aren't moving as I do it. [2]

You can know a great deal about something without writing about it. Can you ever know so much that you wouldn't learn more from trying to explain what you know? I don't think so. I've written about at least two subjects I know well — Lisp hacking and startups — and in both cases I learned a lot from writing about them. In both cases there were things I didn't consciously realize till I had to explain them. And I don't think my experience was anomalous. A great deal of knowledge is unconscious, and experts have if anything a higher proportion of unconscious knowledge than beginners.

I'm not saying that writing is the best way to explore all ideas. If you have ideas about architecture, presumably the best way to explore them is to build actual buildings. What I'm saying is that however much you learn from exploring ideas in other ways, you'll still learn new things from writing about them.

Putting ideas into words doesn't have to mean writing, of course. You can also do it the old way, by talking. But in my experience, writing is the stricter test. You have to commit to a single, optimal sequence of words. Less can go unsaid when you don't have tone of voice to carry meaning. And you can focus in a way that would seem excessive in conversation. I'll often spend 2 weeks on an essay and reread drafts 50 times. If you did that in conversation it would seem evidence of some kind of mental disorder. If you're lazy, of course, writing and talking are equally useless. But if you want to push yourself to get things right, writing is the steeper hill. [3]

The reason I've spent so long establishing this rather obvious point is that it leads to another that many people will find shocking. If writing down your ideas always makes them more precise and more complete, then no one who hasn't written about a topic has fully formed ideas about it. And someone who never writes has no fully formed ideas about anything nontrivial.

It feels to them as if they do, especially if they're not in the habit of critically examining their own thinking. Ideas can feel complete. It's only when you try to put them into words that you discover they're not. So if you never subject your ideas to that test, you'll not only never have fully formed ideas, but also never realize it.

Putting ideas into words is certainly no guarantee that they'll be right. Far from it. But though it's not a sufficient condition, it is a necessary one.

Notes

[1] Machinery and circuits are formal languages.

[2] I thought of this sentence as I was walking down the street in Palo Alto.

[3] There are two senses of talking to someone: a strict sense in which the conversation is verbal, and a more general sense in which it can take any form, including writing. In the limit case (e.g. Seneca's letters), conversation in the latter sense becomes essay writing.

It can be very useful to talk (in either sense) with other people as you're writing something. But a verbal conversation will never be more exacting than when you're talking about something you're writing.

Thanks to Trevor Blackwell, Patrick Collison, and Robert Morris for reading drafts of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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