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광고 진짜 후기
최근 웹 상에 돌아다니는 글들이 AI로 쓰여진 글이다 보니 글을 읽으면서도 재미가 없다. 라디오 광고의 효능 같은 소리는 제발 집어치우고, 실제 경험을 담은 라디오 광고 후기를 적어본다.
라디오 광고를 왜 시작하였는가
스타트업이 라디오 광고라니 매우 흥미롭지 않은가. 버스, 지하철 등의 전통적인 매체 사례는 들어봤어도 라디오라니. 고민은 우리 회사 경쟁사들로부터 시작되었다.
20년 가까이 사업을 영위해온 우리의 경쟁사들은 전통 매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정 시즌에는 라디오 광고에만 월 억 단위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 고객 획득 혹은 인지도 강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길래 이렇게 돈을 퍼붓는 지 궁금했다.
일단 정보 조사를 시작했다. 우리의 경쟁사들이 광고를 하는 채널, 시간, 길이 등 취합할 수 있는 정보는 모든 채널을 통해 획득했다.
라디오를 단 한번도 들어보지 않은 나는 공중파 라디오와 스마트 라디오가 나뉜다는 것도 이번 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방송 시간 사이에 약 10분 정도의 텀이 있고 그 사이사이에 광고가 진행된다.
유튜브도 있는데 왜 라디오 광고인가. 우리의 고객이 정말 듣는다면 시도해볼만 하지 않을까.
라디오를 듣는 우리의 고객들
우리 팀원들도 가끔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끼고 있긴 하다. 다만 거기서 음악이 흘러나오는지 유튜브 방송이 나오는지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우리의 고객들은 라디오를 듣는다는 것이다.
기존 고객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놀랍게도 출근하자마자 처음하는 일이 설치된 라디오 앱을 키는 것이라는 것이다. 스푼라디오도 아니고 CBS레인보우 같은 채널의 앱을 설치하고 청취한다는게 놀라웠다.
CBS레인보우, SBS 고릴라, MBC mini 등 다양한 스마트 라디오 앱들이 존재하고, 취향에 맞게 선택해서 듣는다고 한다. (난 당연히 주파수를 맞춰서 들을 거라 생각했다)
다른 고객을 추가로 인터뷰 해보니 복수의 고객이 아예 라디오를 사무실과 작업장에 틀어놓고 업무를 보는 고객 또한 존재했다. 카페에서 공부가 잘 되는 이유가 적절한 소음 때문이라고 했던가, 그런 개념인 건가 싶기도 하다. 오늘 라디오에서 나온 얘기를 주제로 스몰 토크를 하거나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선배님들께서 말씀하시길
타겟 고객 인터뷰는 긍정적이니 실제 라디오 광고 실행을 해본 사람은 없을까 하여 실제 집행 경험이 있는 분을 찾아다녔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한데 막상 글로 정리된 사례는 못찾았다.
‘법률 상담’이라고 하면 우리 머리 속에 떠오르는 그 회사 중 한 곳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는 할 거면 대대적으로 집행하고 충분한 예산을 준비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 버스정류장에서 우리 광고를 보며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귀에선 우리 회사 광고가 흘러나오고, 바로 앞 건물의 옥상부터 아래까지 우리 광고가 걸려 있다. 내가 타려는 206번 버스에도 우리 광고가 보이며, 집에 들어와 누웠을 때는 내가 구독한 유튜브 채널에서 우리 스폰서 광고가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B2C 서비스이기에 우리와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지지금 돌아보면, 고속도로에서 보이는 FLEX 광고도 아마 이런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닐까 싶다.
라디오 광고 대행사
라디오 광고는 라디오를 전문으로 하는 대행사가 따로 있다. 우리는 경력과 시장 내 입지가 탄탄한 메이저 대행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실행 후 결과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3주 준비 기간과 3개월 온에어를 결정했다.
시작(1주일)
대표와 PM 한 분과 오프라인 미팅을 진행하며 배경 및 목표 공유
광고주 질문지 양식 작성 : 광고 카피를 위한 질문지였다
최신 라디오 광고 사례 습득 + 효과 벤치마킹
견적 작업
진행(1주일)
글로 된 카피 확인 : 컨셉 별로 다양하게 뽑아주었다
레퍼런스 음악 결정 : 어디선가 흥얼거려 보았을만한 음악 샘플이었다
6개 중 최종 2안 결정
최종 1개를 최종 소재로 결정 후 방송협회 심의필증 취득
마무리(1주일)
온에어 3개월 계약
결과 보고
성과 분석
라디오 광고 결과
결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가 사실 가장 고민되었는데, 3개월 동안의 고객 미팅에서 “라디오 광고에서 접했어요”라는 고객의 수를 측정하고, 이들이 실제 전환으로 이어지는 비율을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추가적으로, 대다수의 고객이 자연 유입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회원가입률이 상승하는지와 라디오를 주로 청취하는 타겟 그룹의 회원가입이 증가하는지를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단 한 건의 미팅에서만 라디오를 통해 접했다는 피드백을 받았으며, 전환율은 0%에 그쳤다. 회원가입률 또한 눈에 띄는 증가를 보이지 않았다. 광고 ROI를 측정할 정도 조차 못되었다.
돌이켜보면, 경쟁사가 한다는 이유로 고민을 시작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상대의 홈그라운드에서 특별한 경쟁력 없이 플레이하려던 생각이 안일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결정이었고, 인풋을 결정할 때 더 똑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라디오 광고 예산
라디오 광고 예산은 크게 제작과 매체광고비로 나뉜다. 대행사에서 제작부터 광고 청약까지 진행하는 형태이다.
광고대행사 제작 예산
대행사에 따라 다르지만 1회 200만원으로 잡으면 될 것 같다.
기획 카피료, 레코딩, 사운드 디자인, 음악 사용료, 싱어, 성우료 등으로 나뉜다.
우리는 운좋게 매우 유명한 CM송인 “초특가 XXX"의 싱어로 배정받았다.
매체비
MBC, SBS, CBS 등 매체에 따라 달랐다.
약 2배 정도 차이가 났으며 천만원 선의 예산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마침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이 충분했다.
이 글이 도움이 되길
작성하는 데에 대략 1시간 정도 걸렸다. 긴 연휴 덕분에 여유를 갖고 글을 쓸 수 있었다. 역시 글을 읽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쓰는 사람도 재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