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교환학생 꿀팁 [여행편 2]: 현지에 스며드는 법

교환학생이기에 부릴 수 있는 욕심이 있다. 동네 호수에서 수영하기, 현지 헬스장 가보기처럼. 친한 동생들에게만 알려줬던 현지에 스며드는 교환 여행 꿀팁 모음.
BONA's avatar
Feb 01, 2025
유럽 교환학생 꿀팁 [여행편 2]: 현지에 스며드는 법

유럽 교환학생 여행 꿀팁 1편에 이어서 이번에 조금 더 딥한 유럽 여행 꿀팁을 준비했다. 네이버 여행 카페 ‘유랑’처럼 이미 잘 알려진 꿀팁은 제외했다. 대신 친한 동생들에게 특별히 추천했던 정보들을 모았다. 6개월 동안 유럽을 누비며 우연히, 때론 용기 내서 도전하다가 발견한 것들이다.

관광객들이 다 빠져나간 밤 11시의 톨레도 골목길에서 들은 귀신 이야기부터, 바르셀로나 주짓수 체육관에서 현지인들과 땀 흘리며 나눈 대화까지. 단순히 도시를 구경하는 것을 넘어서, 지금부터 그 도시에 잠깐이나마 '살아보는' 방법을 모아봤다.

1. 낮져밤이를 위한 나이트 투어

첫 번째 교환학생 유럽 여행 꿀팁은 나이트 투어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데이 투어와 같은 개념인데, 밤에 진행되는 투어다. 특히 스페인의 소도시에서는 데이 투어뿐만 아니라 나이트 투어도 진행하는 곳이 많다. 톨레도의 밤 10시가 되면 잠시 쉬던 관광 쌤들이 다시 광장에 모여드는데, 이때부터 나이트 투어가 진행된다.

아무리 작은 소도시도 밤에는 위험하기 때문에 혼자 다니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나이트 투어를 한다면 비교적 안전하게 야경과 밤의 도시를 즐길 수 있다.

톨레도 나이트 투어 상품
톨레도 나이트 투어 상품

낮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광장이, 밤이 되면 다른 모습이 된다. 가이드가 들려주는 중세 시대 귀족들의 비밀 연애담을 들으며 걷다 보면, 어둠 속에서 성당의 첨탑이 달빛에 반짝이고, 오래된 건물 사이로 깜짝 재즈 바가 모습을 드러낸다.

밤 11시가 되어서야 문을 여는 타파스 바에서 와인 한 잔을 마시고 있으면, 스페인의 밤이 시작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투어에 따라서 일부로 주제를 ‘중세 마녀’처럼 으스스한 주제로 잡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프라하였나 어디에서는 나이트 투어 주제가 ‘드라큘라 투어’였던 기억이)

톨레도에서 나이트 투어 중에 찍은 사진. 설명을 스페인어로 들어서 사실 내용은 잘..^^
톨레도에서 나이트 투어 중에 찍은 사진. 설명을 스페인어로 들어서 내용은 잘..^^

교환학생 여행은, 소도시 숙박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투어는 소도시에서 숙박할 때만 가능하다. 마지막 기차가 떠나는 저녁 8시 이전에 대도시로 복귀해야 하는 당일치기 여행으로는 경험하기 어렵다. 보통 교환학생은 큰 캐리어 없이 여행하는 경우가 많으니, 기회가 된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소도시 숙박을 추천한다. 그리고 소도시 숙박을 한다면 나이트 투어를 추천한다.

폰카로 찍은 톨레도 야경. 대충 찍어도 이정도
폰카로 찍은 톨레도 야경. 대충 찍어도 이정도

2. 하던 운동이 있으신가요?

두 번째는 현지 체육관 일일 이용권이다. 나는 취미로 주짓수를 배웠기 때문에 큰 도시로 여행할 때는 주짓수 체육관을 찾아봤다. 처음에는 망설이다가 용기 내 문의드렸고, 15-20유로에 일일 체험권을 끊을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 DM으로 문의했다)

현지 수련생들은 낯선 동양인 여자가 찾아온 것에 신기해하면서도 반갑게 맞아주었다. (물론 스파링 제안은 좀 망설이셨다. 그래서 내가 먼저 요청드렸다) 서투른 스페인어와 영어가 섞인 대화를 나누면서 땀 흘렸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삼삼오오 모여 연습도 하고 수다도 떨던 기분 좋은 기억이 난다. 관광 명소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현지인들과의 대화였기에 소중했다. 가끔은 현지에서 일하는 한국인을 만나기도 했다.

바르셀로나 주짓떼로 행님들. 탈의실이 하나였다.

교환학생이어도 취미 공백 없이

꼭 주짓수가 아니더라도 헬스, 요가, 댄스, 미술, 음악... 자신만의 취미나 관심사가 있다면 현지에서 도장이나 체육관을 찾아보면 특별한 경험을 만들 수 있다. 일일 체험권을 파는 곳도 많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은, 언어가 달라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3. 냠냐미를 만드는 쿠킹 클래스

운동을 안 한다면 클래스를 들으면 된다. 내가 가장 추천하는 건 쿠킹/베이킹 클래스다. 스페인 할머니의 비밀 레시피까지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이런 클래스는 에어비앤비 체험이나 Get Your Guide에서 찾을 수 있다. 혹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찾기도 한다. 가격은 보통 30-50유로 선. 처음엔 좀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재료비와 3-4시간의 수업을 생각하면 합리적이다. 무엇보다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을 들고 나올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스페인 남부 지방 츄러스. 북부와 남부 츄러스 스타일이 다르다.

4. 유럽 온김에 팝스타 보기

네 번째 유럽 교환학생 여행 꿀팁은 티켓마스터를 이용한 공연 관람이다. 평소 프랑스 팝가수 롤로 주아이(Lolo Zouaï)를 좋아해 찾아보니 공연이 있었다. 그래서 이 공연을 보기 위해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 갔다. 티켓은 25유로 정도였고, 마르세유의 현지 지하 공연장에서 진행됐다. 혼자가서 뻘쭘하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롤로 주아이(Lolo Zouaï) 공주님

스톡홀롬에서는 아바 맥스(Ava Max) 공연을 봤다.

Ava Max 스톡홀롬 공연
Ava Max 스톡홀롬 공연

웬만한 공연은 티겟마스터에 다 있음

꼭 유명 아티스트가 아니더라도, 평소에 한국에서는 내한이 아니라면 보기 힘든 공연들을 ‘온김에’ 보는 것을 추천한다. EDM 페스티벌, 콘서트, 오페라, 발레, 클래식 공연 등 잘 찾아보면 괜찮은 공연이 많다.

스페인에서는 탱고 공연을 자주 봤다.

5. 물속성 포켓몬 주목

마지막으로, 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각 나라의 특별한 '물놀이 문화'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놀이 하나만으로 사실 하루 여행을 제대로 때울 수 있는데, 보통 관광객들은 유명한 관광지를 보기 때문에 물놀이를 하기 어렵다. 유럽의 아름다운 호수, 강, 바다에서 마음껏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것도 교환학생의 특권 같다.

이탈리아 소도시 시르미오네의 호수
이탈리아 소도시 시르미오네의 호수

호수나 강이 있고, 날씨가 여름이라면 대부분 물놀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수영복을 챙겨 다녀야 한다. 봄이나 가을이어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북유럽에서 사우나를 하고 호수에 입수하면 된다. 나는 스톡홀롬에서 현지 사우나를 체험했는데, 뜨거운 사우나에서 땀을 쫙 빼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호수에 뛰어드는 것이었다. 전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현지 리조트의 일부였는데 물을 너무 좋아해서 구글링을 통해 발견했다.

겨울에 얼었다 녹은지 얼마 안 됐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스링크 장사를 했다가 이제 막 사우나 장사를 시작했다는 설명을 듣고.. 이 얼음장에 입수가 가능해?!라고 생각했는데, 맨몸으로 뛰어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보고 용기가 생겼다. (호수 앞까지는 수건으로 몸을 가리고 가고, 뛰어들 때만 맨몸으로 뛰어든다. 나는 수영복을 입었다)

처음에는 어려운데 하다보면 중독되는 매력이 있다. 친구와 함께 놀러 온 현지인 소녀들과 서로 사진을 찍어줬다. 말은 안 통하는데 웃음은 통하는 그런..즐거운 기억.

스톡홀롬의 호수에서 내가 찍어준 친구의 뒷모습
스톡홀롬의 호수에서 내가 찍어준 친구의 뒷모습

겨울 스페인에서는 목욕탕을

겨울도 가능하다. 유럽에도 목욕탕이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남부에는 '함맘'이라 불리는 아랍식 목욕탕이 있다.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구경하고 함맘에서 피로를 푸는 건 최고의 조합이다. 수백 년 전 무어인들이 즐기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한 이곳에서, 은은한 아로마 향을 맡으며 즐기는 스파는 그야말로 천국이다. (수영복 착용, 남녀 혼탕)

독일 비스바덴의 로마식 목욕탕은 또 다른 매력이었다. 다만 이건 혼탕 + 수영복을 입지 않는다는 점을... 꼭 미리 알아두자. 처음엔 어색했지만, 2000년 역사를 가진 목욕탕을 탐방하다 보면 얼핏 로마 귀족이 된 느낌도 든다. 그리고 사우나 방 컨셉이 많아서 재밌었다. 약간 부산 신세계 스파랜드 상위호환 느낌.

시르미오네 자마이카 비치. 이름은 비치지만 사실은 호수.

여름에는 어떤 호수나 바다든 따라 들어가면 된다. 가장 추천하는 곳은 이탈리아 시르미오네 호수의 ‘자마이카 비치’ & 스페인 팔마 마요르카 섬의 ‘칼로 데스 모로’ (별표 세 개)

지중해의 정석 팔마 마요르카

ESN을 아시나요?

지금까지 1편에 이어 교환학생이기에 즐길 수 있는 여행 꿀팁 5가지를 소개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유럽 교환 준비중이라면 알아야 하는 ‘ESN’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학교를 고를 때부터 ESN 프로그램을 꼭 체크해봐야 하는 이유, ESN 프로그램 소개까지. 유럽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다음 글을 꼭 확인해보길!

그리운 스페인 친구들. 할로윈이 아니라 부활절 카니발이었다. 이러고서 같이 클럽 감. 십자가 매고.. 친구들의 신심은 알다가도 모르겠다^0^

Share article
뭘 보낼지 모르는 뉴스레터 구독하기

Bon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