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으로 1년 회고

사이드프로젝트에서 TF팀까지.. ⭐️ 실패 속의 배움
Sep 30, 2024
PM으로 1년 회고
 
PM으로 보낸 지난 1년을 회고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포폴을 업데이트하면서, 무조건 나를 어필해야한다는 생각에 성과 중심으로 ‘나는 매순간 성공했다’라는 narrative를 만들어나가는 오류에 빠지곤 한다. 어중간한 성공도 냉정하게 실패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매순간 대부분의 실패 속에서 드문 성공을 하곤 한다. 나는 주니어 PM으로, 냉정하게 어떤 fallacy에 빠졌었고, 그걸 통해 무엇을 배웠나. 나는 어떤 PM으로 성장하고 싶은지 기록해본다.

Back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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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실패한 프로젝트는 바로 단어장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사내 주니어들끼리 Side Project로 시작했다.
 

Problem

#학습 콘텐츠 부족 #방치된 앱 서비스 #시장의 니즈&기회
현재 회사의 주력 서비스는 TOEFL, IELTS와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유저들에게 실전 시험과 최적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Test Prep 실전 문제풀이 서비스이다. 아래와 같은 여러 문제로 인해 서비스의 성장이 제한되고 있었다 :
 

학습 콘텐츠 부족

실전 문제풀이 콘텐츠는 제작에 많은 시간과 리소스가 필요했다. 일반적으로 모의고사 한 세트를 제작하는 데만 한 달 이상 소요되었으며, 이로 인해 유저들이 요구하는 속도로 새로운 콘텐츠를 공급하기 어려웠다. 콘텐츠 업데이트속도가 더디다 보니, 많은 유저들이 콘텐츠 부족을 지적하며 서비스를 이탈하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로 유저는 1~2달 내에 기존의 콘텐츠를 모두 소화하고 나면 추가적인 구독이나 결제 없이 서비스를 떠났다. 아래는 유저 VoC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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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앱서비스

우리는 Web과 App 두 가지 경로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App 사용자의 결제 전환율이 Web 대비 두 배 이상 높다는 점을 발견했다. App을 통한 경험이 유저의 결제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했다. 그러나 문제는 App 자체가 방치되어 있어, 유저들이 App에서의 경험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App전담 개발자가 부재한 상황이었다.)
Source : Mixpanel
Source : Mixpanel
 

시장의 니즈

당시 시장에서 단어 공부에 특화된 앱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똑똑보카'와 같은 영어 학습 앱이 한국 시장에서 DAU(일일 활성 사용자) 8만 명대를 기록하며 빠른 성장을 보였다. 해당 앱들은 주로 영어 학습의 습관을 형성해주고, 사용자들에게 단어 암기를 지속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해커스 보카와 같은 기존 학습 브랜드들이 제공하는 단어장 서비스도 인기가 많았는데, 해커스 보카는 단어책을 기반으로 무제한 단어시험지를 생성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했다. 어학 시험에서 단어 학습은 기초 체력과 같아 필수적인 학습 요소로 인식되고 있었다.
 
 

Solution

이러한 문제와 시장의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방치된 앱에 단어장 기능을 추가하는 것을 하나의 솔루션으로 도출했다. 새로운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면서도, 콘텐츠 제작 리소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 단어장이라는 신규 기능을 도입하는 MVP를 제안하게 되었다.
해당 MVP의 핵심 가설은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인터렉티브한 단어 공부 기능을 제공할 경우, 유저는 Value를 느끼고 앱 내 결제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현재 우리 서비스 유저의 수준을 고려할 때 단어장은 토플 영단어 중 중~고급 단어에 해당하며, 유저의 난이도에 맞는 단어들을 제공한다면 효과적인 토플 학습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전제로 단어장 DB를 최초 구축했다.)
 

MVP Scope

  • 단어장 데이터베이스 제작: 기존 단어장 DB를 활용하여 타깃 유저층인 중고급 학습자를 위한 단어 학습 제공
  • 효율적 학습 방식: 스와이프 방식으로 빠르게 단어 학습 가능. 각 단어장은 약 40개 단어로 구성되어 3분 내외의 학습 시간을 목표
  • 개발 효율성 증대: Flutter+Supabase(BaaS)를 활용하여, 이전에 필요했던 안드로이드, iOS, 백엔드 개발자 3명의 업무를 프론트 개발자 1명의 리소스로 진행
  • MVP 개발 기간: (개발) 10MD / (디자인) 2.5MD (UX Mockup 1MD, Landing 1.5MD) 소요
  • 예문 및 QA 진행 중: 예문과 단어장에 대한 QA 진행. 단어장 업데이트는 Supabase를 통해 실시간으로 가능
 

Lesson Learned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제품이 실패하는 이유는 핵심 이해관계자로부터 제대로 지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 린스타트업에 나온 구절인데, 해당 구절을 이 경험을 통해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고나서 사내에 프로젝트 배경과 진행과정을 전사 공유하는 세션을 주관하고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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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은 양면적이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단어장 MVP를 다음 iteration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처음부터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지 않았고, 이 부분을 C-level에 효과적으로 설득하지 못한 점이 컸다. 대신, 대표님의 제안으로 단어장 프로젝트는 과외 프로젝트로 피봇되었고, day 1부터 매출을 창출하면서 과외 TF팀은 사내에서 효과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회사의 존속은 매출과 영업이익, 그리고 비즈니스 임팩트에 달려있다. PM이라면, 내가 만든 제품이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특히, PM은 제품과 팀의 성장을 위해 자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은 비즈니스 가치를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PMF를 검증하는데, 다음 3가지 조건을 고려하게 되었다.
  • Urgency : hair on fire한 문제인가?
  • Repeatability : 반복 가능한 수요를 식별하고 육성할 수 있는가?
  • Scalability : 발견한 수요를 확장할 수 있는가?
 
 
그리고 나는 현재의 과외팀은 다음과 같은 지점에서 일부 PMF를 검증했고, 지속적으로 PMF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 Urgency : 과외 컨설팅 후, 7~80%의 학생들이 평균 0~1일 내에 결제를 진행한다. 그만큼, 해당 토플과외를 받는 학생들은 당장 정해진 기간 내에 정해진 목표점수달성이 절박한 사람들이며, 이 분들에게 우리는 점수 달성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 Repeatability : 초기 수요 검증 후, 우리는 많은 초기 고객들을 인터뷰했고, 대부분이 과외 서비스에 만족하며 목표 점수를 달성했다. 비록 많은 튜터들이 on&off boarding을 거쳤지만, 서비스의 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튜터 선발 과정, 수업의 가이드라인, 그리고 수업 전 튜티가 튜터에게 명확한 기대치를 전달하는 과정이 제품적으로 체계화되었기 때문이다.
  • Scalability : 이 부분은 아직 불확실하다. 매출은 성장하고 있으나, 운영비용을 고려했을 때, 소화할 수 있는 튜티의 수가 제한적이어서 마케팅 예산을 공격적으로 투자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목표했던 LTV와 CAC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시즈널리티를 고려하더라도 매출은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이런 PM으로 성장하고 싶다

  • 비즈니스 임팩트를 고려할 줄 아는: 매출과 이익을 내는 제품을 만든다면, 그 프로젝트는 자연히 힘을 얻게 된다.
  • 제품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는 신속하게 실행하고, 그로스가 필요한 시점에는 모든 그로스 아젠다를 우선시하는, 즉 제품의 목표에 팀이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 top down, bottom up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일을 적절한 시점에 해내기 위해서는, 항상 탑라인의 의사결정과 동기화되어 있어야 한다. 회사 외부에서는 시장의 기회를, 회사 내부에서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크게 배운 것은 내가 이 업을 좋아하고 있고, 좋은 PM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확신을 얻었다는 것이다. 나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특히, 제품에 대한 고민들을 팀원들과 함께, 깊게 논의하는 것을 좋아한다. 해결책 중심의 논의보다는 문제를 중심으로 좋은 질문을 했을 때,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이야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런 환경이 보장된 곳에서 일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제품 문화. 스타트업은 필연적으로 사람 한명 한명의 영향이 무척 크며, 그래서 함께 일할 동료를 보고 가는 것도 유의미한 결정일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팀의 일하는 방식, 우선 순위를 설정하는 기준을 포함한 문화를 보고 선택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좋은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싶고, 그 과정에서 많이 깨지고, 많이 배우며, 성장하고 싶다. (진심으로!)
 
그냥 제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너무 즐거웠던 당시의 흔적들 :)
그냥 제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너무 즐거웠던 당시의 흔적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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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lyis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