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잃어버린 10년

평가는 조직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평가를 위한 평가로는 성과 개선과 목표 달성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Nov 30, 2023
마이크로소프트의 잃어버린 10년

 모든 가정과 책상에 컴퓨터를

1975년 설립 이래 수차례 우리의 일상을 뒤바꿔 놓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시가총액 2위, 데스크톱 점유율 74%를 기록하며 지금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난 50년간 마이크로소프트가 그저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닙니다.

 

꾸준히 성장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2003년부터 약 10년간 방황의 시기를 거쳤습니다.

우리는 이를 [마이크로소프트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릅니다.

MS는 구글과 애플로 대표되는 경쟁자들로부터 도태되는 모습을 보였고,
그들이 다시 정상에 설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2014년 새로운 CEO 사티아 나델라의 부임 이후 MS는 다시 한 번 부흥했습니다.

B2B 클라우드로의 방향성 전환부터
링크드인과 깃허브로 대표되는 탁월한 투자,
OpenAI와의 연계를 비롯한 거침없는 AI 전략까지.

다양한 성공들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만,
전문가들 및 내부 임직원들이 꼽는 MS 재건의 핵심 동력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사내 문화, 그 중에서도 성과 관리입니다.

 

진짜 적과 타겟은 사옥 밖에 있다

MS가 2000년대 들어 도입한 제도들 중
[잃어버린 10년]의 시기와 자로 잰 듯이 맞아 떨어지는 제도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스택 랭킹(Stack Ranking)입니다.

 

단어 그대로 구성원들을 일률적인 점수를 기준으로 층을 쌓듯 서열화하는 제도입니다.

[상위 10%에게는 승진 및 성과급을, 하위 10%에게는 해고를]로 요약이 가능한,
철저한 내부 상대평가 및 경쟁 원리에 기반한 제도였습니다.

스택 랭킹은 GE의 CEO였던 잭 웰치의 탁월한 성공을 계기로 대중화되었습니다.

가장 활발할 당시에는 포춘 500대 기업의 대부분이 해당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정작 그 도화선에 불을 붙인 GE는 2001년, 일찌감치 스택 랭킹을 폐지했습니다.)

그리고 MS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잠시의 단편적인 재미는 봤을지 모르나, 이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습니다.

윈도우 비스타, 서피스, 빙 등 다수의 프로젝트가 낮은 경쟁력 및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구성원들은 스택 랭킹이 MS를 망치고 있으며 유능한 팀원들이 떠나게 부추겼다고 평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근무했던 엔지니어가

"MS에서 배운 것은 팀원들이 나를 앞지르지 못할 정도의 정보만 공유하면서도, 
아무것도 숨기는 것이 없는 것처럼 예의 바르게 보이는 방법 뿐이었다"

고 비판하기도 하였으며,

 

부사장까지 역임했던 딕 브레스가

"기득권 조직이 창조적 인재를 등지고 있으며 그들의 노력을 하찮게 만들어 쫓아내 버린다"

라고 뉴욕 타임스에 기고할 정도였습니다.

스택 랭킹의 부작용은 크게 내부의 적과 획일화, 주객전도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1) 내부의 적 : 협력의 상실

  • 스택 랭킹은 기본적으로 ‘상대 평가’에 기인한 제도입니다.

  • 모두가 잘했다고 해도 ‘그나마 덜 잘 한’ 한 명은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 내부경쟁에서의 승패가 나의 해고와 승진을 가르는 수준까지 도달함에 따라,
    팀원은 더 이상 팀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 서로에게 정보를 공유할 수도 협업을 요청할 수도 없어졌으며,
    극단적으로는 뛰어난 구성원과 함께 팀을 이루는 일조차 기피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 어느 순간 선의의 경쟁은 자취를 감췄으며, MS에 남은 것은 배척과 이기심 뿐이었습니다.

  • MS의 구성원들은 더 이상 구글이나 애플과 경쟁하려 들지 않았으며, 
    그저 옆 부서를 향해 방아쇠를 당길 뿐이었습니다.

 

2) 획일화 : 창의력의 약화

  • ‘줄 세우기’를 위해서는 명확하고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 다수의 구성원들에게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며,
    순위에 따른 처우가 극명히 갈리다 보니 적어도 1년간은 변동 없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 문제는 조건을 만족하면서 혁신까지 견인할 수 있는 기준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기준이 견고한 만큼 다양성 및 유연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으며, MS는 혁신과는 거리가 먼 기업이 되어갔습니다.

 

3) 주객전도 : 목적의 상실

  • 스택 랭킹부터 OKR까지, ‘성과’와 관련된 모든 제도의 최종 목적은 ‘조직의 목표 달성’입니다.

  • 그러나 일회성 평가만으로 1년 간의 노력에 대해 점수를 매기고 처우를 결정하게 되자,
    구성원들의 모든 행동은 ‘조직의 목표 달성’이 아닌 ‘내부 평가에서의 고득점’으로 변했습니다.

  • ‘어쨌든 순위를 매겨야 하는 제도적 특성’과 ‘평가 기준의 탁상공론화’가 더해짐에 따라,
    관리자의 주관성이 개입될 여지 또한 커졌습니다.

  • 반사적으로 구성원들이 사내 정치에 정력을 낭비하는 일 또한 잦아졌습니다.

  • MS 고객과 시장의 소리에 반응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서 자연스레 멀어진 셈입니다.

 

소를 몇 마리 잃고 나서야 MS는 외양간을 고쳤습니다.

상대평가 및 스택 랭킹을 폐지하고 ‘하나의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창하기 시작했으며,
이것이 MS 부활의 신호탄이었습니다.

 

MS는 어떻게 다시 강팀이 되었나

문제 원인이 분명했던 만큼 해결법 또한 명쾌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성과 평가에서 벗어나 성과 관리에 돌입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전 글에서 다뤘던 구글, 애플, 넷플릭스와 ‘큰 맥락’을 공유합니다.

MS의 변화는 크게 상대 평가의 폐지, 목표의 캐스케이딩, 피드백의 활성화로 요약됩니다.

 

1) 상대 평가의 폐지 : 내부 출혈 및 획일화로부터의 해방

  • “더 이상 등급은 없다”는 인사 부사장의 메일과 함께 일률적인 상대 평가가 종료되었습니다.

  • 절대 평가 및 그에 따른 보상 역시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각 팀의 관리자에게 권한을 위임하였습니다.

  • 이에 따라 구성원 상호 간의 견제와 시기가 감소하여 협력이 활성화되었습니다.

  • 더 이상 고착화된 기준에 스스로를 우겨 넣을 필요가 없어졌으며, 창의성이 촉진되었습니다.

 

2) 목표의 캐스케이딩 : 자율의 토대 마련

  • 그렇다고 평가 및 관리 체계 없이 구성원들의 방목하기만 한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 MS는 관리자들이 필수적으로 구성원들과 만나도록 하는 ‘커넥트 미팅’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 해당 기회를 활용해 조직의 목표를 공유했으며, 각자 업무 내용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보다 자율적으로 목표를 설정 및 점검하도록 하였습니다.

  • MS의 구성원들은 조직 단위의 큰 목표의식을 잃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창의성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피드백의 활성화 : 평가를 넘어 관리로

  • 팀 리더와 팀원 사이의, 그리고 팀원과 팀원 사이의 피드백을 활성화하였습니다.

  • 리더의 경우, 결과에 대해 일회적으로 평가하고 단방향적으로 통보하는 것에서 벗어나,
    과정에 대해 보다 면밀히 파악하고 성장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 팀원의 경우, 주요 평가 요소로 ‘동료와의 관계’를 함께 제시하였으며 다른 팀원과의 아이디어 교환 및 활용 사례, 본인이 다른 팀원의 업무에 기여한 사례를 공유하도록 하였습니다.

  • ‘협력과 소통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 하에 구성원들간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었습니다.

  • 주기적인 피드백 덕분에 각자는 방황의 리스크는 줄이고 더 나은 선택지를 발견할 가능성은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변화를 거쳐 MS는 다시 한 번 도약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의 취임 이후 5년간 주가는 265%나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다시금 시가총액 1위의 왕좌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애플이 1위)

팀즈를 바탕으로 한 상호 정보 공유 및 관리 시스템 역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상대 평가 자체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거나 스택 랭킹을 절대악으로 규정할 수는 없습니다.

공정한 기준 하의 평가 및 비교는 객관화와 발전의 발판이 됩니다.

스택 랭킹 역시 한 시대를 풍미한 제도일 뿐만 아니라,
여전히 많은 기업과 일부 산업군에서 도입 중인 효율적인 시스템입니다.

 

실제로 메타는 구성원 여론 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여전히 상대 평가 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다뤘던 넷플릭스 역시 상대 평가와 절대 평가를 적절히 조율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가는 조직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평가를 위한 평가로는 성과 개선과 목표 달성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혁신을 중시하는 조직이라면,
결과 못지 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과정을 중시해야 할 것입니다.

혁신을 위해 자율에 주목하고,
자율을 위해 평가를 넘어 관리로 나아가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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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의 스타트업 경험과 400회의 고객사 인터뷰를 통해 깨달은
[직원이 몰입하는 조직 시스템 구축]부터

마이크로 매니징의 왕국 구글 및 선진 기업 사례로부터 도출한
[진짜 관리자의 역할]까지!

성장하는 조직의 방법론에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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