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리스트의 진로를 선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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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06, 2024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진로를 선택하며

스타트업 생태계에 들어온 지 이제 막 2년이 지나가는 요즘, 고민이 많아졌다.

나는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벤처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심사역으로 일하고 있다. 소위 VC, 벤처캐피탈이라고 말하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

에이티넘의 김재욱 부사장님의 인센티브 관련 기사 이후, VC는 인센티브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직장이 된 것 같지만, 적어도 내가 VC를 선택한 이유는 아니었다. (블로그의 타이틀이 Exit And Free 인 것과는 무관하게..)

나는 사람을 참 좋아한다. 쉽게 좋아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아주 강하다.

학부 시절 내가 좋아했던(정확히는 매력을 느꼈던)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던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기회를 찾고 이를 위해 도전해보는 사람들이 참 멋있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래서 학부 시절에는 내가 직접 창업을 해보고 싶었다. 스타트업에서 인턴쉽도 해보고, 다양한 사업 기회도 찾아보고 했으나, 결국 직접 창업해보는 경험을 가지지 못한 채 대학원에 진학했고, 스타트업에 대한 꿈을 잠시 접어둔 채 흘러가는 인생을 살아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던 도중 VC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직접 창업을 하고 싶었다는 내 말이 우스울 정도로 나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정확히는 공대생보다는 경제, 경영학과 같은 투자와 조금 더 가까워보이는 학부를 졸업한 분들이 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VC를 처음 알려준 친구를 통해 얻은 우연한 인턴쉽 기회를 시작으로 이 업계에 들어오게 되었고, 인턴쉽이 진행되던 수 개월 동안 앞서 얘기했던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을 수 없이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때 느꼈던 벅차오름이 지금까지 내가 VC를 직장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였다.

그 이후에는 조금 수월했던 것 같다. 아쉽게도 내게 인턴쉽 기회를 주었던 회사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사람들로 구성된 벤처캐피탈에서 첫 시작을 할 수 있었다. 좋은 사람들과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첫 직장이었지만, 약 1년 반 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조금 더 나와 잘 맞는 곳을 찾아 현 직장으로 옮기게 되었다. 나중에 이에 대해서도 털어놓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요즘 들어 고민이 많아졌다.

업계 선배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나는 ‘주니어 심사역은 업계에 들어온 지 빠르면 5년, 늦어도 7년 안에는 자신만의 색을 찾고, 결과를 내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색과 결과란, ‘ㅇㅇㅇVC의 ㅁㅁㅁ 심사역은 ㅂㅂㅂ투자 전문이고, ㅍㅍㅍㅍ라는 회사를 훌륭하게 투자한 이력이 있어’를 의미한다. 나를 위해서도, 우리 회사를 위해서도 내가 목표하고 달성해야 하는 것들이다.

내가 현재 고민하고 있는 포인트는, ‘나는 어떤 투자의 전문가인가’ 라는 부분이다. 정확히는, ‘나는 정말 ㅇㅇ분야 투자의 전문가가 맞는가?’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이 고민은 우리 팀에게 ‘앞으로 반도체 스타트업은 이러한 투자 전략을 바탕으로 검토하려고 합니다.’를 전달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겼는데, 일단 아래와 같은 난관들을 마주하고 있다.

  1. 반도체의 범위가 너무 넓은데, 어디부터 조사해야 할까?

    1. Dicrete 반도체부터 메모리, 로직 반도체까지. 그리고 각 반도체 안에 구성되어 있는 서로 상이한 형태의 밸류체인. 정말 많은 것 같다.

  2. 반도체 산업의 밸류체인을 우리 팀원들에게 잘 설명할 수 있을까? (혹은 각 구성을 굳이 설명해야 할까?)

    1. 예를 들어, 파운드리를 설명할 때 어느 정도로 설명해야 할까? ‘반도체 제조를 담당한다.’ 정도면 충분할 지, ‘제조 과정은 세정, 증착, 식각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증착은 뭐고.. 식각은 뭐고..’정도가 되어야 할 지 → 참고로 이건 전자를 따르기로 했다.

  3. 각 플레이어들이 추구하는 방향성, 앞으로 다가 올 트렌드는 뭘까?

    1.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우리가 검토하는 업체들은 스타트업이지만, 이 시장의 흐름은 공룡과 같은 큰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2. 그들은 테크 컨퍼런스 등을 통해 기술 로드맵을 발표하긴 하지만, 큰 그림만 제시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 같다. 그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세부적인 내용들까지 상세하게 알긴 어려운 것 같다.

사실, 좋은 구성원과 잘 지도해주시는 사수 덕분에 하나하나 해결하고 있긴 하다. 다만, 스스로 세워 놓은 높은 기준 (혹은 나 혼자 가지고 있는 아집)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 회사의 기준을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 (설득력 있는) 내 투자 전략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다.

요약하자면, 잘 전달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잘 썼던 것 같은데, 잠시 놓아버리니 글이 아주 자유분방하게 써지는 것 같다. 점차 가다듬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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