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장애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1) 불면증 : 입면, 지속, 수면의 질 문제 등
2) 수면호흡장애 : 자는 도중 호흡이 멈추거나 얕아지는 수면 무호흡증
3) 수면과다증 : 기면증, 낮동안 과한 졸림
4) 수면-각성주기 장애 : 지나치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지나치게 일찍 잠들고 일찍 깨는 등
5) 사건수면 : 몽유병, 가위눌림, 야뇨증 등
저는 이 중 불면증에 해당됐어요.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보통 새벽 3~4시까지 잠을 자지못했고, 중간에 갑자기 잠에서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건 당연하구요. 자면서도 ‘내가 지금 얕게 자고 있구나’를 인식하면서 자기도 했어요.
심지어 너무 잠을 못 자, 자다가 발 밑에 이상한 형체가 보이기도 했습니다.(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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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아이폰 5S에 저장되어 있던 스크린샷. 이때도 잘 자려고 별 별 노력을 다 했네요.
그러니 당연히 아침에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못하기 일쑤였죠. 이런 저를 보고 그냥 ‘게으른 아이’를 취급하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2014년쯤, 그러다 너무 괴로워 지인 추천으로 병원에 갔습니다.
불면증 치료 실패 #1. 수면 유도제 처방받아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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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BTI로 따지면 완전 T의 성향이셨던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했어요.
잠이 잘 왔습니다..
그런데 낮에도 잠이 쏟아지더라고요.
“쌤, 너무 졸려서 생활이 불가능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양을 줄여드릴게요 “
처방해주신대로 정말 소량의 약을 먹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몽롱해서 생활이 불가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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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의학신문)
그리고 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던 사실!
처방받아먹는 수면제, 수면유도제로 불면증을 ‘치료’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약들은 말 그대로 못, 안 자면 문제가 심각하니 ‘일단 자게 해 줄게’로 접근하는 것일 뿐이었어요.
수면제나 유도제는 불면증을 ‘치료’해주지 않습니다..결국 잠을 잘 잘 수 있게 스스로 생활리듬을 만드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불면증 치료 실패 #2.멜라토닌 먹기
수면유도제가 일상생활을 너무 불편하게 만들어 멜라토닌도 먹어봤습니다.
미국에 있는 지인이 한국에 올 때 부탁하거나, 친구들이 여행 갈 때 사 오면 몇 알씩 얻어먹기도 했고요.
처방받아먹는 약보다는 훨씬 더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몽롱함이 일상생활을 방해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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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토닌 전문 브랜드 Natrol 공식홈
그리고 시차적응처럼 주기가 조금 당겨지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치료하고 싶은 ‘잘 자기’ 에는 큰 도움이 되지않았고, 먹지 않으면 동일하게 잠이 오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었어요.
그래서 결심을 했습니다.
약 없이 불면증을 고쳐보자고
그래서 전 가장 먼저
이 3가지를 시도해 보았어요.
불면증 고친 방법 #1. 무조건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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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에 잠들던, 꼴딱 새고 잠을 못 자서 5시에 잠들던 7시에 무조건 일어나는 나만의 ‘기상 스케줄’을 만들었어요.
결국 내 몸이 건강한 수면리듬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 리듬이 틀어져 있다면 '억지로라도 학습을 시켜야겠다!'라는 생각이었거든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때가 아니다 보니, 최선의 검색과 직관에 기반한 가설을 기반으로 이 방법을 선택해 보았어요.
(약 10여 년 전에는 불면증이 있다고 하면, “네가 덜 피곤해서 그래”라는 대답이 보통 돌아왔습니다…ㅠㅠ)
제 가벼운 가설은
1.결국 잘 자고 싶은 이유는 개운하게,원하는 시간에 일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2. 일단 억지로 원하는 시간에 계속 일어나다 보면 언젠간 몸이 적응하지 않을까?
거기에다
‘잠이 드는 건’ 내 의지대로 안되지만,
'잠에서 깨는 건' 시스템만 구축하면, 의지로 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도 있었어요.
생각해 보면 시험이라든지, 약속이라든지.. 중요한 일이 있으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일어나게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 보니 이 시도가 과학적인 이유로 작동하는 게 맞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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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YTN 사이언스
<수면욕구>
신체 항상성 중 하나인데, 아무리 불면증이 있더라도 하루에 2~3시간만 자는 상황이 반복되면 수면욕구가 증가합니다.
결국 피로를 느끼고 자고 싶게 만들 것인데요. 수면욕구는 ‘이전에 얼마나 오래 깨어있는 가’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아요.
쉽게 말하면, 내 몸은 ‘아 모르겠고, 너무 오래 깨어있었으니까, 난 어제 너무 짧게 잤으니까 일단 자야겠다!’라는 상태를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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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책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생체시계 - 빛>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빛을 봄으로써 수면 지휘관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 분비도 촉진해서 ‘아 지금은 잘 때가 아니구나?’ 또는 ‘오! 이젠 자야 되네?’ 하고 내 몸이 스스로 알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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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해 떴다. 이 때는 무조건 일어나는 거야!"라고 학습을 시켜주는 거죠.
사실 그때는 지금처럼 불면증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이다 보니 제 상태를 누군가에게 상담하기도 쉽지 않았고, 관련된 자료도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우리나라에서 유튜브도 거의 안 썼을 시기였고요.
당시에 얼핏 어디서 본 ‘불면증 지침서’ 같은 글들을 보면서 시도한 첫 번째 방법이었는데, 지금 보니 가장 유효한 방법을 나름 시도했던 것 같아요.
불면증 고친 방법 #2 저녁 커피 끊기
너무 당연하고, 가장 쉽지만 반면에 가장 지키기 어려운 미션이었어요.
저는 카페인 민감도가 꽤 있는 편이라, 하루에 적정 커피양은 2잔인데요. 하지만 커피 자체를 너무 좋아하고, 저녁 약속이 있으면 한 잔씩 하게 되어있죠.
그래서 여기에서 중요한 건, 이런 내 행동 패턴 안에서 어떻게 하면 카페인 양을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었어요.
저녁 커피 끊는 방법 #1. 임산부용 커피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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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제로, 오르조 보리 커피
예전에는 디카페인 커피가 지금처럼 쉽게 접할 수 있지 않았어요.(그리고 디카페인에도 카페인양이 상당히 많습니다.)
당시 ‘다음 카페’에서 검색에 검색을 통해 가장 맛이 괜찮다는 임산부용 커피를 찾았고, 최대한 진하게 타서 얼음과 먹으면 나름 커피 먹는 느낌을 낼 수 있었어요. 물론 맛은 지금의 디카페인커피보다는.. 맛이 있진 않습니다. 보리차에 커피 몇 방울 탄 맛? 그래도 대체할 게 있다는 게 어딘가요!
저녁 커피 끊는 방법 #2. 알람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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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에 알람을 맞추고 알람 메모에 “지금부터 커피 금지”를 적어두었어요.
무의식적인 행동을 막고, 한 번이라도 더 각성하기 위함이었는데요.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아시다시피 저녁시간에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요.
카페인의 반감기 (섭취한 카페인의 절반이 배출되는 데 걸리는 시간)는 5~6시간 정도가 되는데, 이 말은 즉 7시쯤 커피를 마시게 될 경우 밤 12시가 되더라도 그때 먹은 카페인의 절반이 여. 전. 히 내 몸에 남아 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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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반감기. 출처 : greenssteel
카페인은, 피로물질인 아데노신의 양을 뇌가 적게 인식하게 해 ‘아직 난 별로 피곤하지 않아!’라고 속여서 잠이 드는 데 방해해요.
늘 피곤한 현대인으로서 커피가 하루를 버티는 힘이라면, 최소한 저녁 커피만 끊어보면 장기적으로 몸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불면증 고친 방법 #3. 밤에 격한 운동하지 않기.
불면증이 심했을 그 시절에는 밤늦게 격한 춤을 추거나, 웨이트 트레이닝 또는 러닝 머신을 할 때도 많았어요.
오히려 당시에는 ‘이렇게 자기 직전에 에너지를 쏟고 나면 잠이 잘 올 거야!’ 믿음도 있었고요.
하지만 밤늦게 격한 운동을 하다 보면 자려고 누워도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잠이 잘 들지 않는 상태가 되었어요. 때로는 더 각성효과가 있기도 했고요.
흔히 ‘몸을 혹사시키면 꿀잠 잔다’.라는 말이 있죠.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언제’ 혹사시키냐가 중요한데, 잠들기 2시간 전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걸 그때는 몰랐어요. (잠자기 4시간 정도 전까지의 일반적인 고강도 운동은 좋다고 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를 수 있겠지만, 격한 운동으로 인해 아드레날린 수치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심장박동이 떨어지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래서 운동시간을 초저녁으로 바꾸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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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출근 전, 또는 퇴근 직후 8시로 시간을 고정해서 운동을 해요
이른 저녁을 먹고 7~8시쯤 운동을 하고 나니, 몸은 몸대로 피곤해서 당장이라도 자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정신이 똘망똘망한 상태도 피할 수 있었어요. 실제로 입면시간 (잠이 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꽤나 단축되었답니다 :)
물론 위의 세 가지 방법을 시도했을 때
단 일주일 만에 기적처럼! 불면증이 없어지지는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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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습관 교정을 통해
1. ‘내가 지금 잘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구나’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2. 이렇게 하다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생겼으며
3. 내 잠을 방해하는 다양한 요소를 없애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선순환 덕분에
지금은 수면유도제를 전혀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11시에 편안하게 잠들어 6~7시에 개운하게 일어나는 생활을 쉽게 하고 있어요.
얏호!
혹시 불면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너무 굳게, 큰 마음을 먹지 말고, 하나하나 시도해 보는 가벼운 마음으로 좋은 습관을 만들어보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