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불면증을 고친 방법 3가지

유튜브 없던 시절 불면증 고치려고 이렇게까지 해봤다.
김소정's avatar
Mar 26, 2024

8년의 불면증을 고친 방법 3가지

수면 장애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1) 불면증 : 입면, 지속, 수면의 질 문제 등
2) 수면호흡장애 : 자는 도중 호흡이 멈추거나 얕아지는 수면 무호흡증
3) 수면과다증 : 기면증, 낮동안 과한 졸림
4) 수면-각성주기 장애 : 지나치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지나치게 일찍 잠들고 일찍 깨는 등
5) 사건수면 : 몽유병, 가위눌림, 야뇨증 등

저는 이 중 불면증에 해당됐어요.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보통 새벽 3~4시까지 잠을 자지못했고, 중간에 갑자기 잠에서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건 당연하구요. 자면서도 ‘내가 지금 얕게 자고 있구나’를 인식하면서 자기도 했어요.

심지어 너무 잠을 못 자, 자다가 발 밑에 이상한 형체가 보이기도 했습니다.(무섭습니다..)

2014년, 아이폰 5S에 저장되어 있던 스크린샷. 이때도 잘 자려고 별 별 노력을 다 했네요.

그러니 당연히 아침에 정상적으로 일어나지 못하기 일쑤였죠. 이런 저를 보고 그냥 ‘게으른 아이’를 취급하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2014년쯤, 그러다 너무 괴로워 지인 추천으로 병원에 갔습니다.

불면증 치료 실패 #1. 수면 유도제 처방받아먹기

요즘 MBTI로 따지면 완전 T의 성향이셨던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했어요.

잠이 잘 왔습니다..

그런데 낮에도 잠이 쏟아지더라고요.

 “쌤, 너무 졸려서 생활이 불가능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양을 줄여드릴게요 “

처방해주신대로 정말 소량의 약을 먹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몽롱해서 생활이 불가능했어요.

(출처 : 의학신문)

 그리고 당시 제가 잘못 알고 있던 사실!

처방받아먹는 수면제, 수면유도제로 불면증을 ‘치료’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약들은 말 그대로 못, 안 자면 문제가 심각하니 ‘일단 자게 해 줄게’로 접근하는 것일 뿐이었어요.

수면제나 유도제는 불면증을 ‘치료’해주지 않습니다..결국 잠을 잘 잘 수 있게 스스로 생활리듬을 만드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불면증 치료 실패 #2.멜라토닌 먹기

수면유도제가 일상생활을 너무 불편하게 만들어 멜라토닌도 먹어봤습니다.

미국에 있는 지인이 한국에 올 때 부탁하거나, 친구들이 여행 갈 때 사 오면 몇 알씩 얻어먹기도 했고요.

처방받아먹는 약보다는 훨씬 더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몽롱함이 일상생활을 방해하더라고요.

멜라토닌 전문 브랜드 Natrol 공식홈

그리고 시차적응처럼 주기가 조금 당겨지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치료하고 싶은 ‘잘 자기’ 에는 큰 도움이 되지않았고, 먹지 않으면 동일하게 잠이 오지 않은 상황이 반복되었어요.

그래서 결심을 했습니다.

약 없이 불면증을 고쳐보자고

그래서 전 가장 먼저

이 3가지를 시도해 보았어요.


불면증 고친 방법 #1. 무조건 같은 시간에 일어나기

3시에 잠들던, 꼴딱 새고 잠을 못 자서 5시에 잠들던 7시에 무조건 일어나는 나만의 ‘기상 스케줄’을 만들었어요.

결국 내 몸이 건강한 수면리듬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 리듬이 틀어져 있다면 '억지로라도 학습을 시켜야겠다!'라는 생각이었거든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 때가 아니다 보니, 최선의 검색과 직관에 기반한 가설을 기반으로 이 방법을 선택해 보았어요.

(약 10여 년 전에는 불면증이 있다고 하면, “네가 덜 피곤해서 그래”라는 대답이 보통 돌아왔습니다…ㅠㅠ)

제 가벼운 가설은   

1.결국 잘 자고 싶은 이유는 개운하게,원하는 시간에 일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2. 일단 억지로 원하는 시간에 계속 일어나다 보면 언젠간 몸이 적응하지 않을까?

거기에다

‘잠이 드는 건’ 내 의지대로 안되지만,

'잠에서 깨는 건' 시스템만 구축하면, 의지로 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도 있었어요.

생각해 보면 시험이라든지, 약속이라든지.. 중요한 일이 있으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일어나게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 보니 이 시도가 과학적인 이유로 작동하는 게 맞더라고요.

출처 : YTN 사이언스

<수면욕구>

신체 항상성 중 하나인데, 아무리 불면증이 있더라도 하루에 2~3시간만 자는 상황이 반복되면 수면욕구가 증가합니다.  

결국 피로를 느끼고 자고 싶게 만들 것인데요. 수면욕구는 ‘이전에 얼마나 오래 깨어있는 가’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아요.

쉽게 말하면, 내 몸은 ‘아 모르겠고, 너무 오래 깨어있었으니까, 난 어제 너무 짧게 잤으니까 일단 자야겠다!’라는 상태를 만드는 거죠.

출처 : 책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생체시계 - 빛>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빛을 봄으로써 수면 지휘관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 분비도 촉진해서 ‘아 지금은 잘 때가 아니구나?’ 또는 ‘오! 이젠 자야 되네?’ 하고 내 몸이 스스로 알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거예요.

“자! 해 떴다. 이 때는 무조건 일어나는 거야!"라고 학습을 시켜주는 거죠.


사실 그때는 지금처럼 불면증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이다 보니 제 상태를 누군가에게 상담하기도 쉽지 않았고, 관련된 자료도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우리나라에서 유튜브도 거의 안 썼을 시기였고요.

당시에 얼핏 어디서 본 ‘불면증 지침서’ 같은 글들을 보면서 시도한 첫 번째 방법이었는데, 지금 보니 가장 유효한 방법을 나름 시도했던 것 같아요.


불면증 고친 방법 #2 저녁 커피 끊기

너무 당연하고, 가장 쉽지만 반면에 가장 지키기 어려운 미션이었어요.

저는 카페인 민감도가 꽤 있는 편이라, 하루에 적정 커피양은 2잔인데요. 하지만 커피 자체를 너무 좋아하고, 저녁 약속이 있으면 한 잔씩 하게 되어있죠.

그래서 여기에서 중요한 건, 이런 내 행동 패턴 안에서 어떻게 하면 카페인 양을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었어요.

저녁 커피 끊는 방법 #1. 임산부용 커피로 대체

카페인 제로, 오르조 보리 커피

예전에는 디카페인 커피가 지금처럼 쉽게 접할 수 있지 않았어요.(그리고 디카페인에도 카페인양이 상당히 많습니다.)

당시 ‘다음 카페’에서 검색에 검색을 통해 가장 맛이 괜찮다는 임산부용 커피를 찾았고, 최대한 진하게 타서 얼음과 먹으면 나름 커피 먹는 느낌을 낼 수 있었어요. 물론 맛은 지금의 디카페인커피보다는.. 맛이 있진 않습니다. 보리차에 커피 몇 방울 탄 맛? 그래도 대체할 게 있다는 게 어딘가요!

저녁 커피 끊는 방법 #2. 알람 맞추기

7시에 알람을 맞추고 알람 메모에 “지금부터 커피 금지”를 적어두었어요.

무의식적인 행동을 막고, 한 번이라도 더 각성하기 위함이었는데요.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아시다시피 저녁시간에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요.

카페인의 반감기 (섭취한 카페인의 절반이 배출되는 데 걸리는 시간)는 5~6시간 정도가 되는데, 이 말은 즉 7시쯤 커피를 마시게 될 경우 밤 12시가 되더라도 그때 먹은 카페인의 절반이 여. 전. 히 내 몸에 남아 있다는 말입니다.

카페인 반감기. 출처 : greenssteel

카페인은, 피로물질인 아데노신의 양을 뇌가 적게 인식하게 해 ‘아직 난 별로 피곤하지 않아!’라고 속여서 잠이 드는 데 방해해요.

늘 피곤한 현대인으로서 커피가 하루를 버티는 힘이라면, 최소한 저녁 커피만 끊어보면 장기적으로 몸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불면증 고친 방법 #3. 밤에 격한 운동하지 않기.

불면증이 심했을 그 시절에는 밤늦게 격한 춤을 추거나, 웨이트 트레이닝 또는 러닝 머신을 할 때도 많았어요.

오히려 당시에는 ‘이렇게 자기 직전에 에너지를 쏟고 나면 잠이 잘 올 거야!’ 믿음도 있었고요.

하지만 밤늦게 격한 운동을 하다 보면 자려고 누워도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잠이 잘 들지 않는 상태가 되었어요. 때로는 더 각성효과가 있기도 했고요.

흔히 ‘몸을 혹사시키면 꿀잠 잔다’.라는 말이 있죠.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언제’ 혹사시키냐가 중요한데, 잠들기 2시간 전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걸 그때는 몰랐어요. (잠자기 4시간 정도 전까지의 일반적인 고강도 운동은 좋다고 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를 수 있겠지만, 격한 운동으로 인해 아드레날린 수치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심장박동이 떨어지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래서 운동시간을 초저녁으로 바꾸어보았습니다.

이제는 출근 전, 또는 퇴근 직후 8시로 시간을 고정해서 운동을 해요

이른 저녁을 먹고 7~8시쯤 운동을 하고 나니, 몸은 몸대로 피곤해서 당장이라도 자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정신이 똘망똘망한 상태도 피할 수 있었어요. 실제로 입면시간 (잠이 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꽤나 단축되었답니다 :)


물론 위의 세 가지 방법을 시도했을 때

단 일주일 만에 기적처럼! 불면증이 없어지지는 않았어요.

기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습관 교정을 통해   

1. ‘내가 지금 잘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구나’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2. 이렇게 하다 보면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생겼으며

3. 내 잠을 방해하는 다양한 요소를 없애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선순환 덕분에

지금은 수면유도제를 전혀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11시에 편안하게 잠들어 6~7시에 개운하게 일어나는 생활을 쉽게 하고 있어요.

얏호!

혹시 불면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너무 굳게, 큰 마음을 먹지 말고, 하나하나 시도해 보는 가벼운 마음으로 좋은 습관을 만들어보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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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jung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