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있었다구 엔비디아
Jun 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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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있었다구 엔비디아
올해 초는 정말 ‘언해피 뉴이어’였다.
몇년 전부터 신나게 전 재산을 주식에 몰빵하던 초심자는 조금 더 빨리 부에 다가서겠다는 큰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리고 그 초심자는 올해 초 전 재산의 70%를 잃으며, 하락장의 몽둥이를 온몸으로 맞았다.
큰일이었다. 퇴직금도 착실하게 주식에, 월급의 어느 정도도 주식에, 목돈도 주식에. 배분? 그런 건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이 뛰지 않는 이야기라면 오만을 떨어댔다. 심장을 뛰게 만드는 건 오직 빠르게 움직이는 호가창뿐이었던 내게, 다른 안정적인 자산 확보의 이야기는 재미없고 지루했다. 미친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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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까운 과거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난 꽤 많이 잃었다. 덜 잃게 되면 이 바닥 손 털고 나온다고 굳게 다짐했건만, 이어지는 하락장은 날 놔주지 않았다. 참 재미있는 건, 다 잃겠다는 불안감도 학습되다 보니 이제 떨어지는 숫자에도 평온한 열반의 경지에 들어섰다. 그래… 잃자 잃어. 더 벌면 되지… 그래, 난 아직 젊으니까…매일 이렇게 되뇌며 날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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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식의 꽤 많은 부분은 엔비디아와 테슬라가 차지하고 있다. 테슬라는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고(눈물 없이는 말을 꺼낼 수도 없으니), 엔비디아는 어떻게 사게 되었냐. 좀 웃길 수도 있겠지만 시작은 트위터였다.
난 사실 컴퓨터를 잘 모른다.
뭐 좋다고 하면 좋은 거겠니 하고 사지, 잘 알아서 세세하게 따져보지도, 따져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 분야는 재능이 없다고 개인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아무튼 트위터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어떤 누군가의 게이밍 노트북에 관련된 트윗에 달리는 수많은 알티에서 ‘엔비디아’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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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금 얕은 지식으로 조금 서치를 해보니, “이건 당연히 사야해”라고 나에게 신호를 보내는 단어가 있었다. ‘”반도체”. 저 세글자에 이 나라의 국격과 국력이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한국인이 누가 있겠는가. 하루라도 쌀 때 안 사면 난 바보라고 생각하고 조금씩 사기 시작했다. 심플했다. 반도체? 좋은 거! 그래픽 카드? 내 주변 배틀그라운드 하는 애들만 해도 한 트럭이다. AI? 잘 모르니까 더 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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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AI, 머신러닝에 대해서도 차츰 더 알아가기 시작했고, 나는 엔비디아에 충성했다. 내게 GPU는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안정성이라고 읽혔고, 메타버스라든지 AI라든지 어떤 신세계에도 이 심장 없으면 해석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 하락장에서 말 그대로 시장에 두들겨 맞으면서도, 참 웃기게도 엔비디아는 이 파도에서도 가장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사람들은 절대 회귀할 수 없다. 한번 ktx 타고 서울에서 부산 갈 수 있는 걸 알게 된 사람들이, 부산까지 짚신을 엮어서 걸어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산업은 당연히 트렌드가 있다.
메타버스의 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어쩌면 지금 찾아온 AI 역시 트렌드일지 모른다. 모든 것에는 파도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 트렌드가 진다고 정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하지만 메타버스는 확실히 죽었다. 언젠가는 부활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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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트렌드가 대두할지 누가 알까. 다만 내가 아는 것은 내 손실을 메꿔주는 감사한 엔비디아께서수많은 트렌드와 새로운 정의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될 수밖에 없는 회사라는 사실이다.
다 필요 없다. 지금은 젠슨 황의 검정 가죽 재킷마저 사랑스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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