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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이라고 생각하면 자신만의 창의적이고도 뾰족한 아이디어를 골몰하는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저명한 투자가이자 프로그래머이기도 한 폴 그레이엄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일이 각자의 창업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려고 노력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 대신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제일 상위의 단계는 ‘문제를 찾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그 문제들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건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를 찾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스타트업 기업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세 가지 요소를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창업자 자신이 원하고, 스스로 구축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은 실행할 가치가 없다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구글과 페이스북 모두 이 세 가지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갔죠. 이번 아티클을 통해서 세계적인 스타트업 투자회사인 Y 콤비네이터의 공동 대표이자 프로그래머이기도 한 폴 그레이엄이 말하는 ‘정의할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검증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해결해야 할 하나의 문제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이 태동하는 과정‘으로도 이름 붙일 수 있을 것 같네요.
명확한 타겟고객에서 출발한 올바른 문제 정의
스타트업에서 사람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무엇보다도 문제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어느 누군가에겐 ‘존재하는 문제에 대해서만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는 누구도 해결을 원치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많은 기업들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제품, 혹은 서비스를 만드는걸까요?
왜냐하면 그들 대부분이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좋은 아이디어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사고는 겉모습이 그럴듯해 보이는,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실효성 없는 안좋은 아이디어를 낳게 되죠. 말 그대로 아이디어, 즉 가상의 세계에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폴 그레이엄은 이러한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만들어진’ 혹는 ‘시트콤’적 스타트업 아이디어라고 부릅니다.
예를 들어 애완동물 소유자를 위한 소셜 네트워크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고, 또 그들은 애완동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애완동물에게 많은 돈을 지출합니다. 분명히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다른 애완동물 주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사이트를 원할 수도 있겠죠. 단 2~3%만이 일반 방문자라 하더라도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서비스가 출시될 때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그럴듯하게 들릴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는 친구들은 이 아이디어에 동의하지 않거나, 효용에 의문을 제기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실제 타겟 고객이 되는 사람들이 실상 스스로 그것을 사용하고 싶어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죠. 정확한 타겟고객에서 출발한 올바른 문제 정의가 아닌 경우, 기업은 사람들이 그것을 원한다고 상상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좋은 문제가 가진 속성
서비스가 시작되면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것을 정말로 필요로 하는 사용자가 최소한 몇 명은 있어야 합니다. 언젠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죠. 일반적으로 이러한 초기 사용자 그룹은 규모가 작습니다. 따라서 존재하는 길은 두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을 소량으로 만들거나 소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겠죠. 확장성과 큰 수익성을 원한다면 후자를 선택해야 합니다. 후자의 유형 속 아이디어가 모두 좋은 아이디어일 수는 없겠지만, 거의 모든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소수의 사람들이 강하게 원하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X축은 각자가 만들고 있는 것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을 나타내고, Y축은 잠재 고객들이 원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상상해 보세요. 그런 점에서 Google은 아주 좋은 롤모델이죠. 수억 명의 사람들이 Google을 사용하고 있고 많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 그렇게 많은 니즈를 발굴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겠죠. 따라서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시작하는 구멍의 모양에 대해 두 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넓지만 얕은 구덩이를 파거나, 우물처럼 좁고 깊은 구덩이를 파낼 수도 있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한 ‘만들어진’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일반적으로 첫 번째 유형에 속합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두 번째 유형에서 출발합니다.
때문에 스타트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누가 이것을, 얼마나 원하는지, 들어본 적도 없는 작고 영세한 스타트업이 만든 형편없는 초기 버전임에도 이걸 그렇게나 사용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지에 대해 대답할 수 없다면 그 아이디어는 아마도 ‘만들어진’ 아이디어일 확률이 높습니다.
만들어진 아이디어에서 벗어나는 방법
그렇다면 ‘만들어진’ 아이디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에어비앤비 창업자들은 처음에는 자신들이 얼마나 큰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죠. 처음에 그들은 훨씬 더 협소한 아이디어에 기반하고 있었습니다. 에어비앤비의 초기 모델에서는 특정 이벤트 기간 동안 호스트가 자신의 층에 공간을 임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가 확장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죠. 당초 에어비앤비에서 생각하고 의도한 아이디어를 넘어 지금은 점차 전세계에서 누구나 자신의 집과 공간을 바탕으로 호스트가 되어 임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에어비앤비에서 처음 알았던 것은 자신의 공간을 임대하길 원하는 타겟 고객들의 깊은 관심 정도였습니다.
굳이 각자 본인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욕구 역시 좋은 문제 정의가 될 수 있습니다. 깊은 불만이 있음에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특히 업무에서 지루하거나 짜증나는 것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실제 문제를 발견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이와 반대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스스로에게 몰입하거나 아이디어 자체에 너무 골몰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만들어진 아이디어’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상 유지의 함정 피하기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 창업가 자신은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기하는 ‘이 아이디어에서 무엇이 빠졌나요?’라는 질문은 사실 ‘좋은 문제 정의‘와 무관합니다. 이 밖에도 다른 세밀한 검증을 요하는 질문들 역시 무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 아이디어로 어느 정도까지 확장가능하며 얼마나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을 위한 검증은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며 그 시간은 충분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것에 집중하기 시작한다면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걸러질 뿐만 아니라 도리어 나쁜 아이디어에 집중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올바른 문제를 바라보기 위해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태를 당연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폴 그레이엄은 이를 ‘현상 유지의 함정’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문제를 정의하고자 한다면, 현 상태를 당연하게 여기는 효율성조차 의심해보면서 질문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받은편지함이 넘쳐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메일을 많이 받거나 받은편지함에서 이메일을 꺼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인가요? 이메일을 왜 그렇게 많이 받나요? 사람들은 당신에게 이메일을 보내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까? 이를 해결하는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받은 편지함에서 이메일을 꺼내기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메일을 읽은 후에도 이메일을 왜 보관합니까? 받은편지함이 이에 대한 최적의 도구인가요?
특히 자신을 괴롭히는 것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현상 유지를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단기적으로 봤을 때 (심지어) 삶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존재하는 개개인의 삶 역시 지탱하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50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가정하고, 50년 전인 지금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면 지금의 삶이 꽤 제약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겠죠. 그런 점에서 우리가 지금 추종하거나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효율성’ 역시 언제나 의심해보고 더 나은 방식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Y 콤비네이터의 폴 그레이엄은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스타트업을 만날 때‘ 투자의 확신이 든다고 말합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지금 상태에서도 더 나은 새로운 것을 제안할 줄 아는 시야가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요.
좋은 문제를 발견하기 위한 본질
좋은 문제를 발견하고 검증하기 위한 또 다른 방식은, ‘다른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 방법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말이죠.
좋은 문제는 기존에 존재했지만 더이상 기능하지 않는 서비스나 제품에서 비롯될 수도 있습니다.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가 종료될 경우 어떤 기업이 이익을 얻을지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폴 그레이엄은, ‘스타트업에서 좋은 문제를 정의하는 방법에 앞서, 그것에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고 말합니다. 어떤 분야의 선두에 있다고 해서 그 분야를 앞으로 밀어붙이는 사람 중 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한 명의 소비자이자 사용자로서 깊은 관심의 선두에 설 수 있죠.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 것은 그가 프로그래머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컴퓨터를 너무 많이 사용한, 동시에 온라인 세상을 즐긴 한 명의 열성적인 사용자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이 태동한 2004년 경, 미국의 40대에게 자신의 삶을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게시하고 싶은지 묻는다면 아마 동의하지 않았겠죠. 하지만 마크 저커버그는 이미 온라인에 터를 잡고 살고 있었고, 그런 그에게는 페이스북의 아이디어가 매우 자연스러워 보였죠. 이에 대해 Gmail을 만든 폴 부크헤잇은 급변하는 분야의 최첨단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미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를 스타트업 문제 정의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을 떠올릴 수 있겠죠.
미래에 살고, 부족한 것을 만들어 보세요.
그런 점에서 스타트업 문제 정의와 관련하여 사용하고 싶은 동사는 ‘생각하다’가 아니라 ‘알다’에 가깝다고 폴 그레이엄은 말합니다. 또한 Y 콤비네이터에서는 창업자의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아이디어를 ‘유기적’ 아이디어라고 부릅니다. 가장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거의 모두 이런 식으로 시작됩니다.
누군가에겐 바라는 대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치열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그것을 어떻게 단계별로 검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세밀한 방법론을 기대한 사람에겐 실망스러운 원론이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자신의 경험과 불편, 혹은 애정에서 비롯된 올바른 문제 정의야말로 ’좋은 아이디어‘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폴 그레이엄의 메시지에서 ’혹여 놓치고 있었을지도 모를‘ 무언가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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