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 책 '몰입' 을 읽고
몰입: 집중의 힘과 그 조건에 대한 고찰, 몰입의 진정한 의미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조건들. 일상에서의 집중력 향상을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해본다.
May 30, 2024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내 첫 직장이다. 입사한 지 4년이 넘어가고 있다. 기존에 하던 업무에서 나는 어느 정도 숙련되었다고 생각했다. 이제 회사에서 나는 DLP 보안 분야에서 클라우드 보안 분야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감사하게도 회사는 클라우드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었고, 나는 새로운 영역에서 솔루션을 다루며 테스트하고 공부하고 연습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의 환경은 무언가를 탐구하고 공부하기에 다소 어려운 장소다. 후임들의 일을 봐줘야 할 때도 있고, 위에서 시키는 일을 수행해야 할 때도 있다. 우리 팀에서 내가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영역에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4년간 쌓아온 경험을 던져버리고 벽을 쌓고 내 공부에만 집중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회사는 공부를 하는 곳이 아니다. 회사는 이익을 창출하는 집단이다. 내 팀원들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나는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언의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빨리 클라우드를 습득해서 업무에 뛰어들어야 한다, 나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클라우드는 그렇게 만만한 영역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모두 적용해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고, 나는 다시 바닥부터 하나하나 배워나가야 했다.
그 와중에 평소 내 습관과 업무 스타일에서 단점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지점에서 고민하다가 조금 어렵거나 지루해지면 다른 지점으로 손이 갔다. 하루가 지나고 돌아보면 오늘 뭘 배웠고 해냈으며 창출해낸 것이 무엇인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어려운 지점이 발생하면 고민하고 집중해서 뚫고 나아가야 하는 지점들이 생기는데 이 지점을 뚫고 나아가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또한 주어진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거나 멈추게 되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등 낭비되는 시간이 많다고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에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학창 시절에 나와 같이 수업을 듣고 어떤 친구가 습득한 지식과 그걸 바탕으로 고민했던 지점이, 나는 그 수업을 복습하고 나서야 도달한 순간들이 있었다. 또 다른 예로는, 학원 선생님이 주신 영단어를 다 외우면 집에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일찍 집에 가는 친구가 있는 반면, 나는 집에 못 간다는 스트레스에 가득 차서 다리를 덜덜 떨며 하염없이 영단어를 쳐다보던 기억이 있다. 그들과 나는 두뇌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다른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개개인마다 이해 능력과 암기력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지만, 나는 다른 영역에서는 그 친구들보다 이해 능력이나 암기력이 좋았다. 다만 그 친구들은 그 순간에 나보다 집중력이 좋았던 것이다. 내게 지금 필요한 건 집중력이다.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어떻게 하면 집중력을 키울 수 있을지 고민했고 관련 서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 책이 바로 이 글의 주제인 ‘몰입’이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떠올려라
지극히 현실에 순응하는 삶을 살면 그 순간은 편할지 모르지만 인생을 정리하는 단계에서는 후회를 하게 된다. 현실적인 어려움과 능력의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정말 중요한 문제, 그리고 꼭 해결해야 하는 주제를 선택해 최선을 다하면 후회가 없을 것이다.
책 초반에 저자는 세상을 바꾼 위인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몰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몰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나도 충분히 인지를 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내가 흥미로웠던 건 그 다음에 소개된 저자의 개인적인 몰입의 경험이었다. 이 책을 쓴 황농문 박사님은 서울대학교 교수이다. 이 교수가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던 연구 과제에 몰입하면서 느낀 경험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어떤 이의 세미나에서 한번뿐인 짧은 인생에서 뭔가를 이루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그 사명감을 동기로 해서 미친 듯이 몰입하고, 작가가 몰입하는 과정을 담은 부분에서 나는 감동을 느꼈다.
책 중반부에서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몰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작가는 몰입에 대해서 어떠해야 하며 근거를 뇌 과학을 위주로 설명한다.
기억에 남는 작가의 몰입 방법과 해석에 대해 몇 가지 살펴본다.
몰입의 조건 중 하나는 과제의 난이도와 나의 실력이다.
책에서는 과제의 난이도와 본인 실력의 관계를 위와 같이 표현하였다. 괄호를 친 부분은 해당 단계의 예시를 든 것이다. 이 표를 좀 더 해석해보자. 내게 주어진 업무의 난이도는 ‘높음’으로 볼 수 있다. 이 글의 초반에 내가 설명하였듯이 나는 불안을 느끼고 있다. 내 실력이 과제에 비해 낮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각성 단계에서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클라우드를 배우고, 학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실력을 높여야 한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몰입을 쉽게 할 수 있을까?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을 쉽게 하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 일의 난이도가 적절해야 한다.
- 결과의 피드백이 빨라야 한다.
그러나 책의 저자의 상황은 과제의 난이도가 매우 높고 피드백이 어려웠다. 하루 종일 혹은 몇 주, 몇 개월을 해당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는 어떻게 고도의 몰입을 통해 성취를 할 수 있었을까? 작가는 내게 주어진 과제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며 나는 평생을 바쳐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거라는 사명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단단한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몰입을 하였다고 한다.
나는 아직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위의 표에 의하면 이 책의 저자는 몰입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마음가짐만으로 이 책의 작가는 엄청난 몰입 상태에 어떻게 이를 수 있었을까. 이 책에서 작가의 살아온 환경이나 가치관을 조금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어릴 때부터 학습하는 훈련이 되어있었다.
책의 저자는 중학교 1학년을 마칠 무렵부터 집에서 4시간만 자고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생활이 장기화되면서 몸 컨디션에 의해 학습이 되지 않는 것을 느껴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알았고 고3 때부터는 충분한 수면과 함께 규칙적인 생활을 하였으며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내가 여기까지 읽었을 때 이미 나는 작가와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느꼈다. 이 삶까지만 들어봐도 작가는 다른 보통의 학생들과 다르게 매우 성실하고 노력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많은 유혹들을 이겨내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참을 줄 알고, 공부할 줄 아는 습관이 이미 중·고등학교 시절에 형성이 되어있었다. 작가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작가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학위를 수료하였다. 이때 카이스트에서 만난 교수님에 의해 한 번 더 패러다임이 업그레이드되었다. 카이스트에서 만난 교수님은 생각 없이 노력만 하려고 하지 말고 머리를 써라, 하고 있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라, 연구를 즐겨라 등 학생의 잠재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난이도가 높은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주었다. 단순히 정답을 찾는 공부가 아닌 잠재력을 키워주는 방법을 알려주신 것이다. 작가는 이때 진정한 의미의 학습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았다.
저자의 인생을 표로 정리해보았다. 작가가 가치관에 대해 각성하는 시점을 표현해보았다.
→ 공부하는 습관+성실함 (중학교)
→ 컨디션을 조절하며 공부하는 습관 (고등학교)
→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는 습관 (대학원)
→ 연구하는 삶에 대한 깨달음 (교수)
→ 몰입의 깨달음 (연구자)
내 생각으로는 작가가 엄청난 몰입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동안의 삶에서 몰입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몰입 연습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한다. 하루 20분 몰입하기, 2시간 몰입하기, 일주일 몰입하기. 그러나 내게 크게 와닿지 않았다. 나는 몰입의 경지에 가기 전에 기본 조건이 충족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몰입의 방법에 대해 깨달음을 얻었다기보다 숙제를 얻은 것 같다. 내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공부하는 습관(=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침대에 눕고 싶은 욕망을 참고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을 배워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조금 아쉬웠던 이유는 작가가 뇌 과학을 근거로 몰입을 설명하였지만,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몰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나 같은, 소위 말하면 일반인들이 이런 몇 가지 몰입 훈련으로 작가의 경험을 느낄 수 있을까? 작가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 내가 지금부터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무엇일까?
그럼에도 내가 느끼는 바는 몰입은 최종 목적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배움’을 위해 ‘몰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몰입을 ‘수단’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을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배움을 위해 몰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몰입하기 위해 배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책 ‘몰입’을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해봤다. 그리고 ‘몰입: 두 번째 이야기’ 책도 구매하였다. 이 책을 대략 살펴보니 몰입에 관해 다른 견해에서, 다른 방법들을 여러 가지 소개해주는 것 같다.
나중에 두 번째 책을 읽고 나도 몰입의 경지에 이를 수 있도록, 혹은 몰입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바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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