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ation 스테이지에서 창업가들에게 “문제의 크기”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생각나는 분야들은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고객들을 해치는 프로덕트”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조금이라도 해결해준다면 10x 프로덕트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기업들이 여전히 존재할까요? 가장 첫 혁신 대상이었을 것 같은데요.
가장 직관적인 예시는 담배회사입니다.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고객의 건강을 해칩니다. 저는 돈을 안 쓰는 편에 속하지만 담배는 계속 삽니다. 담배회사의 충성고객이지만 프로덕트와 회사를 매우 싫어합니다.
다른 예시론 증권 브로커리지(brokerage, 또는 증권사)가 있습니다.
(매우 단순하게 보면) 증권사는 중개수수료가 주요 RM입니다. 중개수수료는 거래규모(주가 X 거래 주식 수) X 거래수수료율 X Frequency(트레이딩 빈도)입니다. 중개역할만 하는 증권사는 주가의 변동성은 크게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이는 증권사의 RM을 매우 단순히 본 예시입니다. Broker-Dealer 역할로 직접 주식을 보유하거나 주식담보대출로 실제 주가에 Exposure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브로커리지 유닛의 매출을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Frequency(트레이딩 빈도)입니다. 즉, 증권사는 고객들이 주식을 사 놓고 10년 동안 보유하는 것보다 시간, 분 단위로 트레이딩하는 고객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 상 단기 트레이딩은 매우 어려운 영역이며 지속 가능한 실적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개인들이 시장을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닙니다.
이 와중에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수수료 매출을 최대화하기 위해 프로덕트를 알맞게 만들어 제공합니다. “Show me the incentive, and I’ll show you the result.”
고객들이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해를 입히는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증권사와 담배회사가 나쁜 기업이고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라 고객과 회사 간 이해관계 내 inherent inconsistency를 지적하는 것으로 이해 부탁 드립니다.
재밌는 것은 고객에게 입히는 “피해”가 얼마나 obvious(직관적)하냐에 따라 해당 서비스의 Regulation 정도가 정해지는 것 같습니다. 최근 SNS 서비스도 장시간 사용에 따라 정신 건강 영향이 주목 받으면서 도마에 올랐죠.
단순히 위 예시의 Regulation 수위를 보면 이렇게 정리될 것 같습니다: 담배(건강 직접 영향) > 증권(개인 자산 영향) > SNS(정신건강 + 개인정보 + misinformation 등)
Regulation 수위를 책정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몇 개의 기업이 해당 프로덕트/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느냐(즉, 경쟁하고 있느냐)일 것 같습니다.
이런 서비스들을 국가에서 관리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입니다. 다만, “Regulatory Capture”라는 unintended consequence를 낳습니다.
미국 Benchmark의 레전드 투자자인 Bill Gurley가 말하는 Regulatory Capture 영상 공유 드립니다. Regulation은 자유시장 경쟁과 혁신을 억압하고 소비자에게 선택을 제한해 큰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합니다.
담배가 해롭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그 만큼 제조부터 판매, 마케팅까지 Regulation이 강합니다. 다만, 이 Regulation은 기존 레거시 담배회사들의 포지션을 견고화 했습니다.
그나마 2010년 중반부터 Juul이라는 회사가 Vaping이란 새로운 흡연문화(?)를 이끌면서 기존 담배회사들을 위협하는 듯 보였습니다.
Juul은 태우는 연초보다 Vaping 방식이 더 건강하고 연초 흡연자의 금연여정에서 중간역할을 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이후 Juul은 고성장을 쫓기 위해 기존 흡연자들을 건강한 Alternative로 인도하는 것보다 새로운 유저군으로 확장했습니다. 프로덕트를 더 달게, 더 세게 만들고 기존 비흡연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게 공격적으로 캠페인을 집행했습니다.
결국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해 기존 미션을 버리고 사용하면 사용할 수록 고객들에게 해를 끼치는 기업으로 전락했습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 하더라도 이런 사업이 지속가능하고 고객을 우선하는 우수한 기업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2010년 중반대에 개인들 대상으로 증권 브로커리지 서비스를 크게 혁신한 Robinhood가 있습니다. 회사명과도 적합하게 Robinhood(홍길동)는 Main Street(개인들)에게 투자의 기회를 공평하게 민주화(democratize)한다는 미션을 갖고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브로커 수수료 $0을 선도한 기업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Financial Literacy(금융 문해력)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산관리와 투자의 창구를 개인들에게 쉽게 열어준 Robinhood를 응원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에 회의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 동안 극히 일부분만 누렸던 자산관리와 투자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높은 진입장벽을 낮추고 responsible investing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educate하는 방법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이 스타트업 또한 성장을 쫓다가 본연의 미션을 잃었습니다.
Citadel과 같은 타 마켓메이커나 헷지펀드로부터 뒷돈 성격인 “Payment for Order Flow”로 수수료 매출을 대체했습니다.
Robinhood가 받은 PFOF가 사용자들에게 정말 해를 끼쳤는가에 대해선 찬반이 갈립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PFOF 논란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은 링크 참고 부탁드립니다.
수수료를 안 받기 때문에 PFOF까진 봐주겠습니다. 하지만, 투자의 민주화라는 미션을 저버리고 Juul과 똑같이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프로덕트를 변형해 나갔습니다.
투자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지식이 얕을 개인들을 대상으로 어플을 게임처럼 만들어 체류시간과 거래 빈도수를 늘렸고, 레버리지 상품과 옵션 트레이딩을 제공하고 독려해 많은 개인들을 위험에 빠트렸습니다.
고객들이 자신들에게 행하는 피해가 “non-obvious” 할 경우엔 기업이 책임감 있게 프로덕트에 safeguard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브로커리지 서비스나 SNS의 사용 피해는 고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의 부정적 영향을 고객 대신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리스크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는 고객들을 위험에 노출 시키고, 위험한 일을 하면 할 수록 더 이익을 뜯어내는 기업. “Robinhood”이란 기업 이름과 대조되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누구보다 리스크 사항을 더 잘 이해했을 Robinhood는 고객을 보호하는 safeguard보다 이익을 최대화 했고, Juul보다도 더욱 악질적이라고 생각됩니다.
Regulatory capture로 혁신이 더뎠던 산업을 숭고한 미션을 갖고 “고객 우선주의”로 혁신하고자 한 스타트업들이 결국 현실과 타협했고 레거시 회사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전락했습니다.
위 생각들은 Cotopaxi 글의 연장선에서 고민을 한 주제입니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본연의 미션을 유지하면서 multi-billion dollar 회사까지 scale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아니면 자본주의의 한계일까요?
Regulatory capture가 있는 산업의 경우: are they ripe for destruction, or will they live on forever?
Ethics나 Mission 때문에 이 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면 분명히 성장동력과 시장기회를 차단할 것입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회사 방향성이 너무 naive하다 생각하며 엄청난 외압을 넣거나 외면하겠죠.
그렇다고 미션을 타협하면 창업자께서 회사를 시작한 이유와 비전이 희석되고 본연의 동기와 가치를 잃게 됩니다.
창업자들께선 이러한 길목을 여러 차례 마주하실텐데 이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최적의 결정을 하실 수 있도록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advisors, cap table management, employees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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