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topaxi: 당구대 판매하다 2,000억 규모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기까지

Dec 25, 2023
Cotopaxi: 당구대 판매하다 2,000억 규모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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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I에 관심이 많았지만 Cotopaxi의 스토리에 눈이 간 이유는 Davis Smith가 당구대 판매사이트를 운영한 창업자 출신이라는 것입니다.
시드 투자의 경우, “제품”과 “시장”보단 “사람”을 본다고 합니다. “사람”을 평가하는 방법은 매우 정성적인 과정이고 사람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필수적이진 않지만 전 개인적으로 창업자께서 어떤 업이 되었든 “사업으로 돈을 벌어본 경력이 있는가”를 매우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4년 시작된 Cotopaxi는 현재 $160m (2,000억원) 매출 규모 아웃도어 브랜드입니다. 2010년 후반대에 시작된 디지털 네이티브(D2C) 브랜드 중 하나였습니다. 현재 많은 D2C 브랜드(Casper)와 파생된 비즈니스 모델(Thrasio)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Warby Parker, Dollar Shave Club, Gymshark 등과 같이 무한 경쟁 속에서 빛나게 성공한 D2C 브랜드 중 하나죠.
Cotopaxi의 창업자인 Davis Smith는 당구대 테이블을 연 최대 $6M (100억원) 가량 판매한 경력이 있고, 여기서 배운 레슨을 아웃도어 브랜드 창업과 운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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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포함한) 많은 VC들은 “핫”한 산업은 우르르 몰려가는 Bandwagon Effect와 많은 사람들이 별로라고 생각되면 그 산업은 모두 외면하는 Group Think 효과가 매우 큽니다. 화장품을 제외하곤 D2C 브랜드 투자금액이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시장기회, 즉 알파는 Contrarian Bet에 있고 투자자가 썰물처럼 빠져나올 때 매력적인 투자기회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창업자 Davis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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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업자 Davis Smith의 얘기는 매우 재밌고 특이합니다. Davis의 아버지는 모르몬교 (The Church of Jesus Christ Latter-Day Saints)의 선교사로 일하셔서 유년기 대부분을 남미에서 자랐었습니다. 주변 친한 친구들이 본인 대비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것을 보면서 이들의 여려움에 대해 깊은 채무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 Davis는 모든 모르몬교 신자들이 하는 것과 같이 대학시절 2년 동안 해외 선교를 볼리비아(아마존)로 떠납니다. 그 이후 대학교에서 22살 매우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졸업 1년 후 아이를 갖게 됩니다.
  • 대학시절에 Steve Gibson이 큰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Steve Gibson은 아내 Bette Mignon과 사업을 매각하고 필리핀에서 “Academy for Creating Enterprise”를 설립하여 사람들을 빈곤에서 일으키기 위해 Entrepreneurship과 Self-Reliance를 가르쳤습니다.
  • 하루는 대학교에서 Steve를 우연히 마주쳤고 타고 있는 엘레베이터까지 쫓아가 얘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Steve는 Davis에게 몇 주 뒤 자기 오피스에서 다시 만나자고 제안합니다. 그리고 몇 주 동안 Davis는 Steve의 자선 프로그램을 남미까지 확장을 제안하고 본인을 채용해달라는 Pitch를 준비합니다.
  • 대화가 끝났을 때는 Steve는 Davis의 열정을 이용해 직접 창업을 하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social impact를 만들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Davis는 인생 처음으로 창업에 대해 생각하고 사촌동생과 조그만한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합니다.

당구대 사업 (pooltabl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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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vis는 대학시절 때 eBay(이베이)에 푹 빠지게 됩니다. Davis는 eBay에서 스쿠바 기어가 매우 싸게 판매되는 것을 보고, 부품을 해체해 판매하여 용돈벌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 제대로 된 아이템 모색을 위해 Davis는 이베이에 올라오는 물건, 판매가격, 판매속도 등을 엑셀시트에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업 아이템으로 당구대 테이블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 인벤토리가 없는 상황에서 먼저 당구대 테이블을 올리고 옥션을 돌립니다. 그리고 가격이 $1,384까지 올라가고 체결되자 아이템을 확신합니다.
  • 처음엔 인벤토리가 없으니 중국 공장에서 배송까지 리드타임이 9~10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자가 있을까요? 당구대 구매자 특성 상 새로운 homebuyer이던지 집 renovation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eBay에 올리고 9~10개월 리드타임에도 불구하고 구매자가 충분했고 초기 인벤토리를 큰 자본 없이 financing이 가능했죠.
  • 이렇게 당구대 온라인 커머스 사업을 2004년에 시작합니다.
  • 첫 해엔 매출을 $1m (13억원) 만들고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직원 수도 25명까지 늘리고 치 솟는 주문량을 감당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받고, 부모님과 장인/장모는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아오면서 Davis의 사업을 밀어줬죠.
  •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집니다. 갑자기 주택구매와 인테리어 투자는 없어졌고 당연히 당구대 구매수요도 사라졌습니다. 부모님 집까지 담보로 해서 돈을 빌려왔는데 말이죠.
  • 매우 무서웠던 시기라고 합니다. Davis는 즉시 모든 임대인에게 임차계약을 재협상하고 모든 비용항목을 line-by-line 내려가면서 돈을 아낄 수 있는 모든 것을 실행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행히 살아 남고 최대 $6m (약 80억원) 매출, $1m EBITDA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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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업이 그렇듯이 매우 높은 불확실성 앞에서 Davis는 어떻게 든 사업 결정을 단순 느낌이 아니라 데이터로 만들어 나가는 것; 또한, 본인 컨트롤 밖에 있는 crisis가 닥쳤을 때 발현되는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브라질 유아용품 (baby.com.br)

  • 당구대 사업을 운영하면서 사촌동생과 MBA를 가기로 결정합니다. 사촌동생은 하버드, 본인은 UPenn을 갑니다.
  • 거기서 만난 MBA 학우 중 diapers.com이란 미국 유아용품 D2C 브랜드 운영자를 만납니다. 대학원 시절 도중 자기 사업은 최대 $6m 매출을 달성하는 반면, diapers.com은 매년 몇 배 성장을 이룹니다. 여기서 시장규모의 중요성을 느끼고 더 큰 시장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pooltables.com을 매각하기로 결정합니다.
  • 브라질 친구가 자국 내 유아용품이 너무 비싸서 미국에 오면 유아용품을 대량 사서 브라질로 가져간다는 말을 듣고 baby.com.br을 구상하게 됩니다. 아직 이커머스가 완벽히 정착되지 않고 본인이 어린 시절 지낸 브라질에서 사촌동생과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합니다.
  • 2011년 시작한 브라질 사업은 매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VC로부터 $4.3m을 투자 받고 18개월 만에 직원 수를 400명까지 늘렸습니다. 하지만, 2년 반 이후 형제같이 지냈던 사촌동생이자 공동창업자인 Kimball Thomas와 사이가 틀어져 회사에서 나오게 됩니다.
  • 이 시기는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상처로 남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족과 창업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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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창업자를 찾을 때, 2가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1) 먼저 서로 깊이 신뢰하고 같이 있으면 재밌는 친구나 가족과 같이 아이디어를 찾아 나서든지, 2) 혼자 아이디어를 찾고, 그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특별한 one-of-a-kind 사람들을 찾던지. 본인 경험으로 Davis는 2번째 방법이 더 좋은 방식이라고 합니다.
  • Davis가 회사에서 떠난 2014년, 브라질은 경제공황을 맞이하게 되고 사업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Kimball은 2019년까지 운영을 지속하지만 결국 baby.com.br을 매각하기로 결정합니다.

Cotopaxi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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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가족과 미국으로 돌아온 Davis는 아웃도어 브랜드를 시작하기로 결심합니다. 특히, 어린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하는 브랜드가 없는 것에 대해 기회를 포착하고 1) 디지털 네이티브하며, 2) 진정한 ESG 브랜드를 만들고자 합니다. 비전을 실현 시킬 수 있는 훌륭한 디자이너와 인력을 모셔와 팀을 구성합니다.
  • 매우 유니크한 점은 회사를 B-Corp 형태로 시작합니다. B-Corp은 For-Profit과 Non-Profit의 하이브리드 형태 구조이며 Patagonia, Ben & Jerry’s 등이 이런 기업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 이런 형태 덕분인지 투자자들은 Cotopaxi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B-Corp의 설립 및 영위 목적은 주주(shareholders)가 아닌 직원, 공급망, 환경 등을 포함한 구성원(stakeholders)입니다. 돈을 벌기도 전에 돈을 기부하는 행태를 투자자들은 선호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 예를 들어, Cotopaxi는 가방에 들어가는 양털을 본인이 선교활동을 한 Bolivia의 마을 라마에서 소싱하고, 자기 직원들과 공장인력에게 높은 연봉과 스톡옵션을 주는 등 회사 “구성원”을 위해 큰 노력을 합니다. Davis는 이런 활동이 소비자를 우리 브랜드에 유치 시키고 더 훌륭한 사람들을 리쿠르팅 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합니다.
  • 다행히 $13m Post에 $3m을 유치합니다. 런웨이는 18개월이었다고 합니다. 첫 브랜드 론칭 때, 바이럴 마케팅과 브랜드 가치관이 녹여진 페스티벌을 기획합니다.
  • 먼저 라마 두 마리를 허락 없이 대학 캠퍼스에 가져와 브랜드를 홍보합니다. 단순 fliers와 달리 라마들은 학생 사이 큰 인기였고 몇 주 뒤 연 페스티벌은 몇 천명의 참가자와 하루 만에 30,000개의 SNS 포스트를 이끄는 등 큰 히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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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시작한 Cotopaxi는 2019년 $30m 매출, 2023년엔 $160m 매출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늘까지도 전체 매출 최대 5%까지 ESG나 기부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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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s는 창업에 영감을 준 Steve Gibson을 무작정 찾아가든, 학교에 허락 없이 라마 두 마리를 데리고 가든 간에 “될 데로 되라지 뭐” 마인드가 겸비 되어 있습니다. 선교사 활동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셀 수 없이 많은 Rejection을 받았고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세일즈가 필수적인 스타트업에서 창업가의 필수 덕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Conclusion

회사의 성공 스토리에는 각자 유니크한 전략과 과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미래 성공 가능성을 어떤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오늘 성공한 유니콘 회사들을 보면 그들의 성공이 예견 되었던 것처럼 보이고, 회사 초기에 투자하지 못한 VC들이 멍청해 보이기 까지 합니다. 하지만 막상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옳은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의심스럽습니다.
Cotopaxi도 좋은 예시입니다. 만약에 10년 전 Davis Smith의 pitch를 들었다면 투자도 안 했을 뿐더러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VC들은 어떤 투자에 돈을 잃었는가 보다 훌륭한 딜들을 눈 앞에서 놓치지 않는 능력에 대해 평가된다고 합니다.
결국 이 분이 독실한 모르몬교 신자인 점, 직전에 크게 사업을 실패한 점, 회사를 B-Corp로 설립하여 엑싯이 불명확한 점, 다른 VC 하우스가 거절한 점 등은 모두 노이즈에 불과합니다. 이 분이 1) 2x+ founder인 점, 2) 세일즈에 능통한 점, 3) Data-driven decision-making framework을 갖춘 점, 4) 사람들을 돕고 싶은 미션 의식과 마음이 매우 절실한 점을 봤을 때 투자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와서 끼워 맞추는 것은 매우 쉽습니다. Cotopaxi는 매우 유니크한 케이스라 Harvard Business Review의 Case Study: Managing Growth for Good로 올라가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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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itchbook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주가는 9배, 포스트 밸류는 27배 뛰었습니다. 2021년엔 Bain Capital이란 대형 PE가 구주를 많은 부분 인수합니다. 2019년에서 2023년 사이 매출이 거의 6배 성장했는데 얼리 스테이지 투자자들이 너무 일찍 팔고 나온게 아닌가 싶네요. 유추를 해보면… 위 가격이 현재 회사가치를 매우 under-represent 하고 있을 것으로 봅니다.
  • 그리고 2023년 초 Davis Smith는 대표직에서 내려옵니다. 외부적으로 그런 시그널은 없지만 왠지 Davis가 기존 ESG에 대한 미션을 좀 내려놓고, 악마와 거래(?)를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ESG 계의 선구적인 브랜드를 만든 것에 여전히 무한 respect입니다.
언제나 말씀 드리듯이 의견, 질문, 피드백이 있으시면 편하게 메일이나 아래 LinkedIn으로 연락 부탁 드립니다 (커피챗도 좋습니다!☕). 특히, (지금이나 미래에) AI, 또는 제가 관심 있게 보는 트렌드와 관련하여 창업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과 가볍게 편한 자리로 만나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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