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말 게으른 사람입니다. 게다가 하기 싫은 일이 너무 많아요. 딱 콘텐츠 구상하고 글쓰는 일만 하고 싶은데, 글 하나 올리려면 글 쓰는 것 외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시각 자료도 찾아야 하고, SNS 채널별로 각각 조금씩 다른 CTA도 넣어야 하니까요. 그러다 팀 페리스의 <나는 4시간만 일한다>를 읽게 되었고, 원격 비서를 고용해서 귀찮은 콘텐츠 잡무(?)들을 대부분 비서님께 맡기고 있습니다.
자기계발서 좀 읽어봤다 하시는 분들은 원격 비서를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거에요. 말 그대로 얼굴을 보지 않고 비대면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비서입니다. 저는 슬랙과 노션으로 소통하고 있어요. 흔히 비서를 고용하는 건, 대기업 회장님들이나 할 수 있는 일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인건비가 저렴한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의 비서를 고용하는 데에는 한 달에 7만원 밖에 들지 않아요. 7만원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들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정말 중요한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니 솔깃하지 않나요?
비서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은 정말 다양합니다. 앞서 언급한 콘텐츠 잡무들 외에도, 업무에서 필요한 각종 자료조사, 엑셀 정리 작업, 콜드메일 보내기, 심지어는 다음 주 화요일에 안국역 근처 주차 가능한 레스토랑 조사 및 예약까지 가능하답니다. 한 번에 다 풀려면 힘드니까 오늘은 콘텐츠 제작과 관련해 비서에게 맡길 수 있는 일들만 추려서 적어볼게요.
SNS 콘텐츠 업로드
저는 하나의 주제로 브런치,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등 여러 계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을 하나 쓸 때마다 여러 SNS 계정에 업로드 하는 일이 너무 귀찮게 느껴졌어요. 한 두개가 아니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도 잡아먹고요.
또 저는 글만 쓰고 싶지 적절한 시각자료를 만들거나 CTA 문구를 채널별로 맞춰서 써넣는 작업은 하고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쓴 글을 브런치에 업로드하고, 전문을 요약해서 다른 SNS에 업로드하도록 가이드를 작성했어요. 지금은 글 작성 외의 모든 일은 비서님께 위임한 상태입니다.
릴스 제작
위에서 콘텐츠 업로드를 비서님에게 맡긴다고 했는데요, 인스타그램에는 릴스로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릴스 제작도 비서님이 해주고 계세요.
저는 피그마(Figma, 동시 작업 가능한 이미지 편집 툴)를 이용해서 릴스 표지 템플릿만 만들어 두었습니다. 제가 전달드리는 제목과 콘텐츠 본문을 비서님이 보고 템플릿에 맞춰 릴스를 제작해 주십니다.
제가 만드는 릴스는 만드는 방법이 복잡하지 않아서 비서님께 맡겼는데요, 만드려는 릴스의 형식이 복잡하고 업무량이 많다면 따로 편집자를 고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원격 그래픽 디자이너도 고용해 봤었는데요. 그래픽 디자인은 나라마다 유행하는 스타일이 달라서 그리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동영상 편집은 상대적으로 국가 간 스타일 차이가 적어서 외국인 편집자를 구하는 것도 꽤나 괜찮은 선택일 수 있겠습니다.
브런치에 올릴 글의 시각 자료 조사
저는 긴 글에는 반드시 시각 자료를 풍부하게 넣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림이 많아야 읽기 편하니까요. 하지만 시각 자료로 쓸 이미지를 찾는 건 너무 귀찮아요. 그래서 이 일도 비서님께 위임했습니다.
이 작업은 가이드는 따로 없고요, 작성한 콘텐츠를 비서님께 보여드리고 글의 내용에 맞는 고화질 이미지 5-6장 찾아서 구글 드라이브에 올려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바로 다운받아서 쓰면 되니까 편해요.
도표 제작
사진 이미지만으로도 충분한 글도 있지만, 제가 쓰는 대부분의 글은 도표가 필요합니다. 도표 제작도 비서님께 맡깁니다. 제가 개떡같이 스케치를 해서 드리면 찰떡같이 도표로 만들어 주세요.
글을 쓰다가 시각화를 할 만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노트에 스케치해서 슬랙으로 남깁니다. 직접 했더라면 컴퓨터를 켜고 피그마를 켜고 사각형 하나하나 만들어서 그 안에 텍스트를 넣고 폰트와 사이즈도 바꿔주고 텍스트 작업하는 사이 깨진 정렬도 맞춰주고 레이어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 없나확인하고 설정 맞춰서 내보내기까지 해야 하는 일을, 순식간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녹음 타이핑, 요약
작년에 한 프로젝트에서 인터뷰 콘텐츠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이와 만나서 인터뷰를 할 때에는 클로바 노트로 녹음하고, 집에 돌아와 클로바 노트가 텍스트로 변환해 준 내용을 직접 검수했어요. 요즘 AI 기술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텍스트 변환에 오류가 많고, 또 대화이다 보니 내용과는 상관없는 쓸데없는 말들이 많았어요. 그런 내용을 하나하나 수정하고 삭제하려니, 30분짜리 인터뷰 하나 정리하는 데에 꼬박 반나절이 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이것 또한 비서님께 맡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나 비서님이나 만족도가 아주 큰 작업이었어요. 제 입장에서는 시간 많이 잡아먹는 작업을 안 할 수 있게 되어 좋았고, 비서님 입장에서는 날것 그대로의 네이티브 한국어 리스닝 연습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걸 글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글쓰기 연습도 되고요.
마무리하며…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맡길 수 있지 않나요?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그리 큰 도움이 안 되는 일들처럼 보일지 몰라도, 잡무들이 모이면 꽤나 많은 시간이 된답니다. 시간만 잡아먹는 단순한 일들을 할 시간에 더 중요한 일, 사고가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다면 분명 남들보다 더 밀도있는 하루를 살 수 있을 거에요. 오늘은 비서에게 맡길 수 있는 콘텐츠 잡무를 공유해봤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1탄에서 다 말하지 못한 업무들을 소개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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