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를 꿈꾸던 카이스트생, 돌연 AI 신약개발 스타트업 창업을 결심하다.

[히츠 공동창업자 임재창 님 인터뷰] 그가 말하는 스타트업 창업 비하인드 스토리
Dec 19, 2023
교수를 꿈꾸던 카이스트생, 돌연 AI 신약개발 스타트업 창업을 결심하다.
26살에 히츠를 시작했어요. 어쩌면 살면서 가장 큰 도전이자 모험이었죠. 솔직히 두렵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다잡는 말이 있었어요.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게 배를 만든 목적은 아니다’
안전함 대신 무모함을, 일상의 행복 대신 이상의 실현을 택한 히츠의 공동 창업자 임재창 님을 만나 그를 창업으로 이끈 원동력을 물어보았습니다.
 
히츠 공동창업자 임재창 님
히츠 공동창업자 임재창 님

Chapter 1. 안정과 도전, 두 갈림길 앞에서 그가 선택한 것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히츠에서 AI 신약개발 플랫폼 ‘하이퍼랩’ 기획 및 개발을 총괄하는 임재창입니다. 카이스트에서 박사 과정동안 딥러닝을 이용한 신약개발에 대해 연구했었고요. 졸업 후에는 지도 교수셨던 우연님과 함께 AI 신약개발 스타트업 히츠를 창업했습니다.

히츠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교수님과 창업을 함께하게 되셨나요?

연구실에서 박사 학위 논문을 쓰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논문상에서만 작동하는 기술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을 만들고 싶다.’ 진부할 수는 있지만 아마 연구자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특히 신약개발 분야는 시장 규모만 1,500조에 이르고, 인류의 건강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거대하고도 중요한 산업입니다. 그에 반해 디지털 기술 활용도는 매우 낮은 편이라,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큰 유망 분야이기도 하죠. 이런 조건 속에서 제 지식과 기술을 살려 AI 신약개발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앞장서서 개척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26살의 패기였을 수도 있겠네요.(웃음)
다만, 창업은 커녕 회사 생활도 안 해본 지라 ‘내가 과연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는데요. 마침 당시 지도 교수셨던 우연님께서도 저와 비슷한 도전 의식을 가지고 계셨고, 먼저 공동 창업을 제안해 주셔서 히츠라는 팀이 세상에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카이스트 연구실 시절
카이스트 연구실 시절

안정적인 길을 뒤로 한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요?

26살에 히츠를 시작했어요. 어쩌면 살면서 가장 큰 도전이자 모험이었죠. 그 전까진 정말 안정적인 길을 걸어왔던 것 같아요. 영재고 졸업 후 카이스트에 갔고 꽤 이른 나이에 박사 과정을 마칠 수 있었으니까요. 박사 졸업 후에는 교수를 꿈꿨어요. 정말 안정적인 삶 아닌가요?(웃음)
이런 길을 뒤로 하고 창업을 결심했을 때 솔직히 두렵기도 했습니다. 다만 불안감이 급습할 때마다 스스로를 다잡는 말이 있었는데요.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게 배를 만든 목적은 아니다’ 이 말처럼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도전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Chapter 2. AI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발견한 순간

히츠 공동창업자 임재창 님
히츠 공동창업자 임재창 님

AI 신약개발이라는 분야의 가능성을 처음 발견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박사 과정 동안 다양한 논문을 읽으며 신약개발 분야의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걸 목격했어요. ‘이건 2~3년 안에 개발하기 어렵겠지’라고 생각했던 기술이 6개월 만에 세상에 나오기도 했었죠. 예를 들어 박사 과정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래프 기반으로 분자를 생성하는 기술이 없었거든요? 근데 이 기술에 대한 산업계의 니즈가 생기자마자 다양한 AI 모델이 제시되더라고요.
그러한 변화를 지켜보면서 ‘여기에 기회가 있겠다’라는 확신을 느꼈어요. 보통 기회는 변화 속에 있기 마련이니까요. 특히 AI 신약개발 분야는 지배적인 기존 플레이어가 없었기에 제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죠.

번역, 이미지 생성 등 AI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AI 신약개발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인데요. 신약개발에 AI가 활용되면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나요?

가장 단순하게 말씀 드리면 이런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겠죠. COVID-19처럼 기존에 없었던 감염병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 AI를 활용해 약효를 보이는 물질을 빠르게 찾고 AI로 부작용까지 예측해 빠른 시일 내 치료제를 개발하는 거예요. 물론 그런 미래가 오기까지 히츠가, 그리고 이 분야가 나아가야 할 길이 멀지만요(웃음)
대책 없는 질병 앞에 인간이 무력해지는 순간을 우리 모두 겪었잖아요. AI가 더 적극적으로 신약개발에 활용된다면 그런 무력감은 느끼지 않아도 되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신약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으니까요.

Chapter 3. 연구자와 창업자, 두 역할에 대한 고민

히츠 공동창업자 임재창 님
히츠 공동창업자 임재창 님

연구자 임재창, 창업자 임재창의 모습은 어떻게 다른가요?

연구자일 때는 오로지 나에 대해서만 고민하면 됐어요. 내 연구, 내 업무, 내 시간 등에 대한 고민이 머리를 가득 채웠죠. 반면 창업자가 된 순간 우리를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업무 문화, 우리 안에 우수 인재를 데려오는 방법과 같은 것들이죠. 연구자가 직접 경기를 뛰는 선수의 역할이라면, 창업자는 선수가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코치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사실 편한 건 연구자로서의 모습이에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니까요. 또 마냥 연구만 했을 때 행복의 빈도가 높았던 것 같아요. 너무 솔직한가요?(웃음)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삶이 더 좋은 이유는 혼자가 아니기에 더 큰 꿈을 꿀 수 있고, 그 꿈이 실현될 미래가 기대되기 때문이에요.
사소하게는 내일은 어떤 유저가 우리 제품을 찾을까? AI 모델 성능이 얼마나 높아졌을까?와 같은 기대와 함께 잠에 들기도 하고, 크게는 히츠의 3년 후, 5년 후, 10년 후를 상상하며 신약개발의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죠.

창업 이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창업 초기에는 숫자를 보며 행복해 했습니다. AI 모델의 성능치가 올랐을 때, 투자를 유치했을 때, 제약사와의 공동 연구 결과값이 잘 나왔을 때 그 숫자들을 보고 또 보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숫자로 보여지는 성과보다, 동료들과 함께 하는 순간 속에서 성취감을 느끼더라고요. 특히 최근에 회사 연말 파티를 하면서 올해 했던 일을 되돌아봤는데 새삼 많은 추억을 쌓아가고 있는 것 같아 정말 뭉클했습니다.
히츠 공동창업자 임재창 님
히츠 공동창업자 임재창 님

히츠가 앞으로 걸어갈 길이 궁금합니다.

히츠는 지나온 길보다 앞으로 걸어갈 길이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걸어가며 신약개발에 있어 이정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발자국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최초의 표적항암제인 글리벡이나 최근 크게 각광받는 키트루다 같은 면역항암제처럼요. 앞으로는 AI를 포함해 디지털 기술이 아니었다면 개발할 수 없었던 약물들이 개발될텐데 그 과정에서 히츠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물론 AI 신약개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20년 전을 생각해 보면 ‘어떻게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겠어. 직접 보고 사야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온라인 구매가 일상이 되었잖아요. 그것처럼 20년 후에는 AI와 함께 신약을 개발하는 게 당연해져서 그 이전을 상상하기 힘든 일종의 신약개발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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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의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재창 님의 하루를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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