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이 클수록 고통도 커지는 뇌의 쾌락-고통 저울 (도파미네이션 3장 요약)
쾌락과 고통의 저울
도파민은 보상 과정에 큰 역할을 하는 뇌의 신경전달 물질이다. 어떤 행동이나 약물이 뇌에서 도파민을 더 많이, 더 빨리 분비하면 그 약물의 중독성이 큰 것이다. 그 약물이 도파민을 함유한다는 것이 아니라, 도파민 분비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쾌락을 경험할 때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런데 쾌락과 고통은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된다. 그래서 쾌락을 느낄 때마다 우리는 자기 조정 메커니즘(self-regulating mechanism)에 따라 쾌락의 반대에 있는 고통이 더해짐으로써 균형을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마치 저울처럼 쾌락쪽으로 기울었던 것에 고통이 더해져 수평이 되면, 그 수평을 유지하지 않고 고통 쪽으로 더 기울게 된다. 이후 반응(after-reaction)이라고 하는데, 쾌락의 크기 만큼 더 많은 고통이 이후에 찾아온다는 뜻이다. 뇌는 같은 레벨의 쾌락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느끼는 쾌락의 정도는 갈수록 약해진다. 그러면서 이후 반응으로 나타나는 고통이 더 강하고 길어진다. 그에 따라 다시 처음에 느낀 강도의 쾌락을 위해서 더 많은 쾌락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렇게 같은 자극에도 쾌락을 덜 느끼는 것을 내성(tolerance)이라고 한다.
중독의 내성과 고통 증가
오랫동안 중독 대상에 기대면 쾌락-고통 저울이 고통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그러면 우리의 쾌락의 디폴트 값도 상향된다. 평소와 같은 정도의 쾌락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약물 처방이 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부터 의사들은 만성 통증을 없애기 위한 다량의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했다. 오피오이드에 오랫동안 의지했던 환자일수록 고통은 갈수록 심해졌다. 반대로 오피오이드 복용량을 줄이자 고통이 완화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도파민 물질에 과하게 기대면 도파민 부족상태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독 환자들은 자신의 중독 대상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순간에 겪었던 고통을 기억한다. 내성이 생겨 하던대로 느끼던 쾌락이 더는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다. 쾌락-고통의 저울에서 쾌락이 클수록 따라오는 고통도 커졌고, 쾌락으로 추를 당기기 위해서 더 큰 쾌락이 필요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