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웅크리고 싶은 나날, 그 밖은 매섭고도 엄정한 통제의 치하 일터다.
웅크림의 안쪽 - 형태 없는 온기에 얽매여, 잠깐이나마 고개를 들어 밖을 살피는 것도,
지금 당장은 어떤 무언가가 밖에서 칼을 빼들고 있을 것만 같다며 사리고 만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합리화의 싹이 돋아난다.
‘지금은 이럴 때야, 아끼고 비축해서 조금 더 나중에,
필요한 순간이 오면 힘을 써야 하는 거야’
… 과연 하고도 글쎄-
이게 당연한 처세일까, 눈꼴사나운 핑계일까.
아니면 그 자체로,
이미 보이고 들리는 답 앞에서,
몸의 온 구멍을 틀어막은 채,
꼴에 내 나름의 대단한 번뇌를 지니고 있다는 같잖음일지도 모르겠다.
속에서 올라오는 자기 경멸과 스스로에 대한 아니꼬움에서 눈을 떼고는,
내 고유의 격통이 있다는 가공의 의미를 치켜세우는 몽매
이 웅크림의 안쪽에서, 멋쩍게 고심하고 의미도 없는 답을 찾으려는 내가,
봄이 온다고 한들, 과연 얼마나 대단한 힘을, 또 얼마나 마땅히 쓸지 의심스러운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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