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랑귀 38

귀가 가벼운 여자아이의 사랑 이야기.
Feb 04, 2024
팔랑귀 38
아.
하고 은혜의 비음이 시작되려고 할때, 남자는 누워있는 은혜 옆에 앉으며 은혜의 팔을 잡아챘다. 은빛나는 물기가 묻어있는 검지와 중지, 은혜는 눈이 휘둥그래져서 놀란 목소리로 비명과 오빠!를 거의 동시에 외쳤다.
은혜는 빠르게 자기 상황을 눈치채고 이불로 몸을 가렸다. 그렇지만 잡힌 팔은 이불 안으로 가져갈 수 없었다.
"흐응~ 아직 더 할 수 있나봐?" "오, 오빠 어디갔었어? 난 오빠가..."
남자가 편의점 봉투를 들고 보여주자. 은혜는 자기 연민에 빠졌던 짧은 시간이 빠르게 머릿속을 지나가며 양볼이 잔뜩 달아올랐다. 남자는 은혜의 젖은 손가락을 검지와 엄지로 비비며 말했다.
"피곤할거라 생각했는데,"
남자는 빙그레 웃어보였다. 은혜의 기억에 남아있는 미소였다. 은혜는 부끄러움에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못봤지만 남자의 미소에 억눌렸던 야속함이 한순간에 씻겨져나갔다. 남자는 은혜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속삭였다.
"은혜야. 엎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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