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s
1. 현황 분석
2. 타겟 분석
2022년 여름이 되기 전 즈음, 우연히 CRM 마케팅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오래 집행해오던 매체 광고의 퍼포먼스 감소와 인더스트리 특성상 여러 타겟팅으로 인한 좁은 광고 모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방법을 모색 중이었죠. 무엇보다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개선해 세일즈를 강화한다’는 관점이 꽤 신선하게 다가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후엔 구글링, 유튜브 등 여러 루트와 이미 앞서 CRM을 통해 고객과의 견고한 관계를 쌓아나가는 타 브랜드 사례를 찾아보며 기본 지식을 학습해나갔는데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점차 학습량이 늘어갈수록 제 스스로와 내부 구성원들을 향한 기저를 알 수 없는 불안한 질문들이 들었는데, 그 내용은 보통 이랬습니다. ‘지금까지 우린 기존 고객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었을까?’
당시 자조했던 질문에 대한 문제점들
- 기존 고객이 뭘 좋아하는지
관심
이 없다.
- 관심이 없다 보니, 뭘
추천
하면 좋을지 모른다.
- 추천할 수 없으니, 고객의
구매
를 오직 고객 스스로에게 의존한다.
‘CRM 마케팅을 하자, 근데 어떻게?’
CRM 이란?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서비스의 지속적인 성장을 목표로, 고객을 확보하고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기업의 모든 행위
부끄럽지만 당시엔 고객이 하루 중 주로 몇 시에 방문하며 어떤 경로로 들어와, 또 어떤 상품을 주로 조회하는지 등 고객 행동 여정에 대한 기초 데이터가 없었습니다. 즉 고객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알고 있던 0-party data가 0에 수렴했던거죠. 반대로 고객이 주로 어느 구간에서 이탈되며, 스크롤은 얼마나 내리다 마는지 등 churn에 대해서도 거의 전무했습니다. 어떤 과정에서 매력을 느끼고, 반대로 어떤 과정에서 주로 이탈이 되는지 알아야 강화를 하건 누수를 잡건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를 위해 가장 먼저 ‘CRM’이라는 큰 맥락 안에서 크게 아래대로 4가지 챕터로 나눴습니다. 그 후론 다시 챕터별 소주제로 나눠 CRM 진행을 위해 필요한 내용을 준비했는데, 오늘은 그 중 ‘현황 분석’과 ‘타겟 분석’에 대해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CRM 구축 4단계
- 현황 분석
- 타겟 분석
- 전략 설계
- 실험
1. 현황 분석 (블루프린트 설계, 에셋 파악)
‘우리가 뭘 갖고 있고, 또 그렇지 않은 지를 파악해보자’
고객과의 관계를 개선하기로 마음 먹었으니, 그 가장 첫 번째 단계로 우리가 ‘뭘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이는 말 그대로 당장 우리의 주머니에 뭐가 들어있는지 살펴보는 것인데, 하나씩 꺼내 형태를 살펴보고 쓰임새를 정하는 식이죠. 이때 확인된 문제점은 자사 서비스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이트 하나 하나씩은 직접 접속해 볼 수 있지만, 전체 사이트의 구조를 알 수 없으니 문제 해결을 위한 시야가 좁아질 수 밖에 없고, 고객 행동 여정이 한 눈에 보이지 않아 소통에 상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보통 이럴 때엔 서비스 기획자가 설계하는 IA(Information Architecture)처럼 전체 페이지를 환하게 볼 수 있는 Blueprint(설계도)를 만들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 내부에 ‘설계도’에 해당하는 블루프린트(Blueprint)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마침 내부 운영 부서에 물어보니 관련 자료도 없을 뿐더러 앞으로 만들 니즈도 적어 보여, 직접 만드는 게 낫겠다 싶었죠. 마치 어두워진 방 안을 자세히 살피려면 불부터 찾아 켜듯, 그렇게 자사 서비스 내 고객의 행동 여정을 직접 보고 이해하기 위해 블루프린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1) 블루프린트 설계
처음엔 피그마(Figma)를 열어 평소 구글링 시 익숙하게 보던 것처럼 네모난 도형을 넣고 페이지 명을 기재한 후 페이지 관계를 기술하는 정도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저를 포함해 내부 구성원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 더 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에, 실제 사이트 내 각 페이지를 캡처해 피그마를 구성해나갔죠.(이때 각 캡처 이미지 상단에 해당 도메인을 기재해두면, 이후 특정 페이지를 검색할 때 용이합니다) 이후는 어렵지 않은데, 그저 자르고 붙이고 이어주고의 반복. 그렇게 기존 타 업무와 병행하며 약 일주일 여의 시간 동안 모든 페이지를 하나씩 잘라 전체 설계 도면을 그려나갔고, 각 페이지 간의 관계와 기존 운영 부서가 고려했던 고객 CDJ(Customer Decision Journey)에 맞춰 이동 동선을 표시해두었습니다.
[SUMMARY]
- 모든 페이지가 한눈에 보이도록 → 정해진 틀은 없다, 다만 멋스럽기보다 모든 페이지가 한눈에 들어와야 한다.
- 특정 페이지 화면+도메인+페이지 명을 한 개 세트로
→ 특히 페이지 명을 텍스트로 같이 기재해 주면 이후 이슈 파악 시 검색(
CTRL+F
)에 용이하다.
- 페이지 간의 관계는 명확하게 → 화살표로 페이지 간의 순서, 특정 CTA 반응에 따른 페이지 이동을 구분해 주면 특히 고객 구매 여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2) 에셋 파악
사이트에 대한 정의가 끝났다면, 이젠 뭘 갖고 있는지를 살펴볼 차례였습니다. 당시 내부엔 카카오톡을 통한 상담 채널만 무려 6개에 유선 통화가 가능한 업무 전용 휴대폰이 1개, MMS 서비스, 새로 도입하기로 결정한 CRM 프로그램까지 채널이 필요 이상으로 많았죠. 문제는 채널이 워낙 많다 보니 일부 고객의 경우 유사한 내용을 여러 채널을 통해 문의하는 경우가 잦았고, 내부에선 이를 대응하기 위한 CS 리소스가 늘어날뿐더러 유입된 문의가 해결되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당시 CRM을 목적으로 새로 도입한 서비스 ‘채널톡’과 카카오톡 채널을 연동 후 최소로 필요한 2~3개의 채널만 남겨둔 채 상담 채널을 모두 일원화했고, 이렇게 정리된 채널 중 각자의 역할을 구분해 온/오프사이트 CRM R&R을 정의했습니다.
[SUMMARY]
- 채널 다이어트 → ‘이게 정말 필요한 채널인가?’에 살아남는 채널만 남겨둔다.
- 채널별 R&R 구분 → 사전에 ‘언제 어떻게 활용할지’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 생산성을 높인다.
2. 타겟 분석 (프로파일링, 세그먼테이션)
‘A를 원하는 소매 고객에게 → A를 파는 도매 고객을 연결해 주면 되지 않을까?’
위에서 ‘어디서+어떻게’는 정의되었으니, 이제 고객 중 ‘누구에게’ 말을 걸 것인인지에 대해 정의할 차례죠. 현재 자사 서비스는 크게 도매, 소매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B2B 서비스인데, 고객들이 최초 가입 시 남긴 쇼핑몰 주소를 하나씩 들어가 보니 각자가 판매하는 상품 스타일과 연령대가 조금씩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죠. 그렇다면,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도합 8천 명의 고객 중 스타일이 일치하는 양쪽 고객을 서로 이어주고, 그들의 구매에 최대한 영향을 끼치면 됐습니다.
1) 프로파일링
당시 영업 목적으로 ‘채널톡’이란 서비스를 새로 도입했는데, 그 중 고객DB를 수집하는 ‘고객 연락처’ 메뉴 활용도가 높아 보였습니다. 그 즉시 내부 개발팀과 협의해 신규 셀러 가입 시 그들이 기재하는 ‘원하는 스타일’과 ‘연령대’를 채널톡에 자동으로 끌어와 동기화할 수 있도록 연동 시켰습니다. 그렇게 고객 개인에 대한 개별 DB가 하나씩 수집되기 시작했고, 위 새로 연동한 DB외에도 채널톡에서 제공하는 최초 가입일, 최근 접속 기록, 유입 경로 등의 변수를 활용해 특정 고객사를 특정하는 식으로 프로파일링의 완성도를 높여나갔습니다.
2) 세그먼테이션
위 ‘프로파일링’으로 고객 개인에 대한 DB가 차곡차곡 수집된다면, 이제 그 수집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쉽게 말해 위 단계까지를 ‘고객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한 단계’로 정의한다면, 이젠 알아본 고객을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한 거죠. 마치 ‘아동복’을 판매하는 고객에게 ‘등산화’를 추천해봤자 판매에 거의 영향이 없는 것처럼요. 보통 이렇게 잘못 분류된 세그먼테이션은 CRM에 대한 고객 피로도를 가중시켜, 나중엔 CRM 메시지 자체를 무시하는 극단적인 경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기존 고객의 CRM의 도달률은 현저히 떨어지죠.
[SUMMARY]
- User segmentation → 대개 모두를 한 번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전체 고객을 각각의 기준에 맞춰 세그먼트화시킨 후 필요에 따라 소통할 수 있도록 라벨링 한다.
- Auto-segmentation → 당장 고객 수가 많지 않더라도, 가급적 고객 그룹핑 작업은 자동화되는 게 생산성 측면에서 좋다.
사실 ‘CRM을 해야겠다’라는 작은 씨앗 하나에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많은 ‘일’로 이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CRM 마케팅에 대해 대단한 이해나 전략을 갖추고 시작한 것이 아닐 뿐더러, 이미 업계 다른 전문가 분들에 비해 아직 턱업이 낮은 수준의 내용일 수 있어 조금은 부끄러운데요. 그럼에도 굳이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과거 저처럼 어딘가에서 고군분투할 또 다른 마케터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전하는 메시지이자, 두서 없이 정보를 빨아들이며 배웠떤 지난 저에 대한 회고 때문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지난 일의 순서를 차례로 인덱싱하고 각 과정에서 만난 이슈를 또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 하나씩 회고하니, 최근 잠시 제 궤도를 벗어났던 업무 방향성을 다시 잡게 된 것 같아 좋은데요. 앞으로 이어지는 2편에서는 아래 내용을 이어서 다뤄보겠습니다.
B2B SaaS 스타트업 마케터의 CRM 시작하기(2편)에선
- Aha-moment 발굴하기 (우리 고객이 Wow하는 순간은?)
- CRM 마케팅 캠페인 셋팅하기(GTM, 소재, 타겟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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