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심사역의 절망적인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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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30, 2024
VC 심사역의 절망적인 고민

VC 심사역의 역할은?

심사역은 3가지의 자질로 평가받는다고 합니다: 1) Sourcing, 2) Selection, 3) Support.
Sourcing은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는 능력, Selection은 많은 딜 중 좋은 투자처를 고를 수 있는 능력, Support는 투자 후 포트폴리오 사를 위해 지원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VC에 처음 입문했을 때, 심사역의 업무는 2) Selection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주식투자를 하듯이 심사역은 무한한 회사들 중 가장 맘에 드는 회사를 잘 선별하여 “골라 투자하는 업”으로 이해했습니다.
I couldn’t have been more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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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는 지났다

벤처투자가 활성화되지 않고 “모험자본”의 공급이 부족했던 시절엔 그랬을 수 있죠.
1957년 Fairchild Semiconductors를 설립한 “Traitorous 8”은 어떻게든 초기 펀딩을 받기 위해 Fairchild Camera and Instrument으로부터 $1.4M을 차입했습니다. 지분희석도 없다보니 표면적으론 창업자들에겐 매우 좋은 딜이었죠.
하지만, 실체는 달랐습니다. $1.4M 대출과 함께 Fairchild Camera는 회사 전체 지분을 성과 불문하고 $3M으로 사올 수 있는 콜옵션을 얻었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당시 벤처투자자의 수는 매우 제한적이었고, 안 그래도 적은 무리에서도 35곳 모두에게 까였고 남은 곳이 Fairchild Camera 하나였습니다.
투자 후, 단 2년 만에 Fairchild Semiconductors는 매출 백로그는 $6.5M (전년 대비 13배 성장), 당기순이익이 $2M을 기록하게 됩니다. 그리고 Fairchild Camera는 기쁜 마음에 단 1.5배 P/E 멀티플로 고성장, 고이익 회사를 헐값에 100%를 인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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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child Semiconductor를 시작한 “Traitorous 8”; “무어의 법칙” Gordon Moore, 세계적 VC인 Kleiner Perkins의 Eugene Kleiner, Intel 창업자 Robert Noyce 등

돈은 “Commodity”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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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 Dalio “Cash is trash” in absolutely no reference to what I’m talking about, but relevant nonetheless.
오늘날 벤처펀딩은 다릅니다.
1957년 Fairchild Semiconductors가 설립되었던 시대와 다르게 벤처펀딩은 “commodity”화 되었습니다. 자본시장과 기술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성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벤처투자 전문가들과 펀딩 공급이 많아졌습니다. 더 이상 벤처펀딩은 한정된 몇 개의 기관의 것이 아닙니다.
이 말은 즉, 1960년대보다 현재가 창업자에겐 회사를 시작하는데 유리한 시장 환경이며, 반대로 벤처투자자에겐 불리한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자본이 소수의 같은 딜을 쫓기 때문에 밸류를 높이고, 지분률을 낮춰 기대수익률은 적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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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to mention all the resources, non-dilutive capital, and tools that lower the barriers to starting and building a company without venture funding!
일시적인 수요 공급 mismatch에 따라 변동은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 구조적 트렌드는 확실합니다. “이젠 투자자가 창업자를 골라 투자하는 시대가 아니라 창업자가 투자자를 고르는 시대이다”라는 것이 제 가설입니다.
Power dynamic has shifted, and will continue.

How the tables have tur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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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는 더 이상 고자세로 선택 하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을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난 후, 매우 두려워졌습니다. 더욱 제 걱정을 심화시키는 것은 벤처투자의 “Power Law” 구조입니다.

Power Law in Venture Land

대부분 분야에선 Wins Above Replacement (WAR) 분포 곡선을 그려본다면 아래 사진과 같이 정상 분포선을 그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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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s Above Replacement(WAR)이란 replacement player(이하 대체선수)에 비해 얼마나 많은 승리에 기여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예를 들어 2010년 이대호 선수의 WAR은 8.76이었는데, 그가 대체선수에 비해 팀에 8.7승 정도를 더 안겨 주었다는 뜻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WAR이란 무엇인가 - 야구 기록 (야구대백과, 송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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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hoovy - 95% of VCs are Worthless (Youtube)
위 차트는 NBA 선수들의 WAR 분포를 나타냅니다. 보시다시피 선수들은 곡선 중안에 있는 평균 WAR에 가장 많이 모여있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팀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맨 오른쪽엔 매우 특별한 케이스들 Dirk Nowitzki (8.3 extra wins), Kevin Durant (8.7 extra wins), Lebron James (10.4 extra wins)이 있죠.
NBA 외에도 대부분의 분야에서 위와 같은 분포를 보일 것입니다. VC세계에선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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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차트는 개별 VC의 퍼포먼스(또는, 수익률)을 나타냅니다. 차트에 따르면 90%의 VC는 평균, 또는 평균 이하의 퍼포먼스를 보이며 매우 특별한 5~10%의 VC들만이 outsized return을 갖게 됩니다. 대부분의 NBA 선수들이 평균적인 성과를 내는 정상 곡선을 형성하는 것과 달리, VC의 분포는 90%의 평균 심사역들과 소수의 아웃라이어들로 왜곡되어 있습니다. 즉, Power Law 다이내믹이 빡세게 작동합니다.
“중간만 하자”는 벤처랜드에서 먹히지 않습니다. You are either top 5%, or everybody 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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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casually disregarding this painful reality.

5%로 향하여

결국 벤처투자는 commodity(누구에게나 사던 간에 같은 가치의 자산)를 파는 비즈니스입니다 (venture is in the business of selling a commodity).
창업자에게 돈의 가치는 누구한테나 받든 똑같습니다. 내 경쟁자 말고 나를 선택하게 하기 위해선 차별화 전략이 중요합니다.
이 생각은 제게 새로운 Framework를 제공했습니다. 이전엔 “나는 이런 창업자를 찾고 투자하고 싶어” 류의 오만한 생각이었다면, 이젠 좀 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스킬셋과 강점이 있어야 창업자들이 날 선택해주실까?”를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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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창업자들에게 “선택” 받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매우 난해합니다. 제가 고민하고 설정한 방향은:
훌륭한 창업자 (즉, VC 쵸이스가 많은 창업자)는 “훌륭한 심사역”을 파트너로 삼고 싶을 것. “훌륭한 심사역”은 앞서 언급한 심사역의 3가지 자질(3S - sourcing, selection, support)에 대해 평가 받음. 그럼으로 훌륭한 창업자에게 선택 받기 위해선 심사역은 “3S” 분야에서 훌륭한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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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창업자가 VC를 선택할 때 다른 요소(펀드레이징 능력, VC 하우스 브랜드 평판, 결정 프로세스, 타임라인 등)들이 분명히 작용하지만 개별 심사역과는 별개의 문제라서 따로 다루진 않겠습니다.

VC가 어려운 이유

VC는 주식, 채권, 부동산, PE 등 다른 asset class와 가장 큰 차이점은 “유동성”입니다. 이 차이점은 많은 downstream effect를 야기합니다.
  • 유동성이 없다는 뜻은 투자 리스크가 매우 높다는 뜻입니다. 높은 리스크를 감내하기 위해선 기대수익률이 매우 높을 수 밖에 없고, VC들이 창업자의 “꿈의 크기”를 본다는 이유죠.
  • 또한, 유동성이 없기 때문에 투자기간이 길 수 밖에 없습니다. 투자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7~10년+ 동안 엑싯은 불가능하고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성장하고자 하는 심사역에게 가장 큰 downstream effect는 “피드백 사이클”입니다.
제 투자 포트폴리오의 점수를 10년 후에만 알 수 있다면 어떻게 제 생각을 검증할 수 있고, 트랙 레코드를 쌓을 수 있으며, 투자자로써 제 자신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회사는 아무리 빠른 성장을 하던, 기막힌 기술이 있던 간에 돈이 떨어지면 죽습니다. 심사역 또한 아무리 투자를 잘 해 놨다 하더라도 그 기간 동안 자기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죽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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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does it take to be a great inve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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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 Gurley, Peter Fenton, Keith Rabois, Peter Thiel, Brad Gerstner, Josh Kushner, Vinod Khosla, Michael Moritz, Reid Hoffman 등 몇 십년간 VC의 탑(자타공인 탑 5%)을 지속적으로 유지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모든 “S”에서 훌륭합니다. 이 들이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꾸준한 top-quartile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이유는 이 세가지 요소 모두에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들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Bill Gurley는 증권 리서치 출신으로 산업과 가치에 대한 이해도가 경쟁력(즉, selection)이었을 것입니다. 네트워크 효과를 누구보다 빠르게 이해하여 우버에 초기 투자를 이끌기도 했죠.
Bill Gurley의 매우 유니크하고 깊은 인사이트와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주변에 사람을 이끌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호화로운 파티를 열거나, 술을 잘 마시거나, 골프를 치거나 할 것 없이 Bill Gurley의 생각과 아이디어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다른 투자자, 산업계, 창업자들과 만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sourcing).
마지막으로 훌륭한 분석능력과 이해도, 넓고 강력한 네트워크를 겸비한 VC는 창업자에겐 엄청난 자산이 됩니다 (support).
창업자에게 정확하고 직설적 조언, 훌륭한 reputation과 네트워크, 높은 산업 이해도를 가진 Bill Gurley는 창업자나 투자자 불문하고 같이 파트너하고 싶은 VC가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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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업계에 들어왔을 때, 선배 심사역님들의 평가를 어깨 넘어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 저 분은 딜 플로우(deal flow)가 좋아. 술도 잘 마시고 골프도 잘 치고 업계에 모르는 분이 없어 (소싱)
  • 저 분은 IR이나 투심 때 질문이 매우 날카로워. 핵심을 잘 짚으시고 산업에 대해 모르는 게 없어 (셀렉션)
  • 저 분은 스타트업 Operator 출신으로써 창업자의 마음을 잘 헤아리시고 조언도 잘 해줘 (서포트)
모두 처음 VC를 시작하면 각각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장점을 살려서 나머지 두 개의 Pillar까지 잡아야 Outlier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Conclusion

위 내용은 부끄러울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 심사역으로 일하면서 도출한 생각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더 배우고 경험할수록 계속 업데이트 될 것입니다.
위에 언급한 미국의 자타공인 최고 VC들, 성공하신 국내 선배님들을 보면 각자 걸어온 길과 강점들이 다르지만 3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1) Hustle, 2) Reading, 3) Patience.
Outlier를 꿈꾸는 일개 심사역으로써 미래는 미스테리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운이 나쁘면 도달하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미래에 대해선 제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변수와 현실 고충이 있습니다. 저는 제가 지금 당장 컨트롤 할 수 있는 사항들에 대해 집중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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