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를 향한 충언: Altimeter의 "Time to Get Fit"
Altimeter Capital의 Brad Gerstner가 Meta의 본질적 체질 개선을 요구한 공개서한 사례를 통해 투자자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자
Dec 17, 2023
굳이 상호관계를 정의한다면 투자자(VC)와 창업자는 투자 전엔 갑-을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창업자가 굳이 VC와 만나는 이유는 본인의 비전을 실현 시키기 위한 자본이 VC에게 있기 때문이죠.
VC는 이러한 관계 다이내믹에 휩쓸려 오만해지는 것을 극히 경계해야 합니다.
특별한 사람(창업자)들을 “평가”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본인(VC)이 매우 특출나다고 오해 하지만 사실 VC는 창업자에 비해 매우 평범한 사람입니다. 성공할 창업자이면 효율적 시장 논리와 자연선택에 따라 해당 VC가 없어도 성공할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VC는 자본의 효율적 배분 외 제공할 수 있는 역할이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채용, 세일즈, 펀드레이징과 같은 외형 기능들을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도움을 줄 수 있고, 프로덕트, 비전, 전략 방향성 등 내부 기능들을 조언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VC 입장에선 직접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아는 척하며 입만 털면 되는 일이니 “조언”을 많이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VC는 창업자에게 쉽게 “구하지 않은 조언(unsolited advice)”을 난사하는 것에 대해 조심해야 합니다. 창업자는 VC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해당 주제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했을 터인데 VC가 쉽사리 해결책을 제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VC의 조언은 먼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의 전제 하에 시작해야 하며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해야 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제가 조언을 제공할 때엔 아래 사항을 고려할 것 같습니다:
- Messenger: 이 메시지를 전달할 내가 과연 적합한 “메신저”인가? 창업자가 내 조언을 존중해줄 정도로 신뢰관계를 구축했는가?
- Impact: 창업자에게 불필요한 노이즈를 부과하는 것이 아닌가? 내 조언을 실행했을 때의 Impact가 얼마나 확실한가?
- Subject: 조언을 하고자 하는 문제가 내 전문 분야인가? (Product, Organization, People, Finance, etc.) 창업자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깊이 고민하고 공부한 주제인가?
Introduction
저 또한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창업자께서 물어보지도 않은 조언을 말씀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매우 죄송스럽고 부끄러운 이불킥 모먼트가 많습니다.
VC로써 저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VC가 창업자께 줄 수 있는 생산적인 조언이라는 것이 있기는 할까요?
2022년 10월 8일 Altimeter Capital의 대표 Brad Gerstner는 Meta의 Mark Zuckerberg에게 보낸 “Time to Get Fit” 서한을 공개하여 큰 관심을 받은 바 있죠. "투자자"가 "창업자"의 사업 방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간섭하는 매우 "high profile" 케이스입니다. 서한엔 Meta의 최근 금융실적과 방향성에 대해 심각한 문제제기를 했고 향후 방향성에 대한 조언(Unsolicited Advice)이 담겨 있었습니다.
Meta의 주가 현황. Meta의 실적발표는 2월 초, 4월 말, 7월 말, 10월 말에 이뤄진다. “Time to Get Fit” 서한 1달 후 Meta는 구조조정과 Cost-Cutting 방안을 제시했고 매 분기마다 훌륭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가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달 후, Meta의 주가는 $133.79에서 $88.91(-33%)까지 하락했습니다. Mark 입장에선 쓸데없이 공개적으로 내부사정을 적나라하게 공개해 주가를 더욱 끌어내리는 효과를 만들어 냈으니 반갑게 받아드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Mark가 이 서한을 참고하여 행동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그 이후, Meta는 많은 부분 서한에 나온 내용대로 체질 개선을 이뤄냈고 현재 주가를 4배 이상($334.92) 끌어 올렸습니다. Altimeter의 서한엔 어떤 내용이 있었고 Meta는 어떻게 체질개선을 했을까요?
Time to Get Fit
서한 내용을 발췌하여 주요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As you know, we are long-term shareholders. Despite public skepticism — at times warranted — we have been supporters of the company’s strategy to continuously reinvest in a product-led future and its mission to make the world more open and connected. Moreover, I am a strong supporter of founder-led companies especially when they have your successful track record of seeing the future.
- 본인들은 단물만 빨아 먹고 단기적 이익만 챙기는 Activist 투자자들과 달리 창업자들을 장기적으로 지지해온 Track Record를 강조합니다. “메신저”로써 의심이 가지 않습니다.
Meta has drifted into the land of excess — too many people, too many ideas, too little urgency. This lack of focus and fitness is obscured when growth is easy but deadly when growth slows and technology changes.
- Meta의 문제에 대해 그 동안 방관하였으나 급격히 변한 경제 상황 속에서 자신들이 행동할 수 밖에 없고 이젠 “Time to get fit”을 강조합니다.
At the same time that Meta ramped up spend, you lost the confidence of investors. The conventional wisdom — press and investor — is that the core business hit a wall last fall. As a result, the team hastily pivoted the company toward the metaverse — including a surprise re-naming of the company to Meta. Worse, this skepticism seemed to be affirmed with a nearly-immediate and sizable miss in financial results and continued under-performance throughout 2022.
- 뼈를 때립니다. 2021년 가을엔 애플이 iOS 14 OS 업데이트 내 개인정보 추적 차단 기능을 추가하면서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 여파 우려가 컸었죠. 이후, 페이스북은 “Meta”로 리브랜딩 하는 동시에 메타버스에 올인을 선언합니다.
- 하지만 이 결정이 틀렸다는 것은 몇 차례의 실적발표로 바로 알 수 있었죠. 주식은 18개월 동안 비교대상기업이 -19% 하락하는 것에 대비해 -55% 폭락했고, P/E 멀티플은 23배에서 12배로 떨어졌습니다. 투자자가 더 이상 Meta의 장기적 방향성을 믿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To accomplish this goal, we recommend a three step plan that will double FCF to $40 B per year and focus the company’s teams and investments:
- Reduce headcount expense by at least 20%;
- Reduce annual capex by at least $5 B from $30B to $25B; and
- Limit investment in metaverse / Reality Labs to no more than $5B per year.
- Meta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를 연 $40B까지 올리라고 주장합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 인력비용을 20% 감축하고
- 자본적 지출(CapEx)를 $5B 줄여 연간 $25B으로 유지하고
- 메타버스(Reality Labs 사업부문) 연간 투자를 $5B으로 감축하라고 요구합니다.
그 이후, Meta는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조직 개편
- Meta는 제로금리 시절 인력을 엄청나게 부풀렸습니다. 2017년 말 25,105명에서 2022년 말 86,482명으로 3배 이상 늘렸죠. 2023년 3Q엔 이 숫자가 66,815명으로 하락했습니다. 22% 감축하였으니 일단 인력 수 자체는 20% 이상 감축했네요.
- 비용 측면에선 어떻게 될까요? 최근 분기 SG&A 비용은 약 $4.7B으로 1년 전 대비 약 34% 감축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인력 감축과 기타 cost cutting initiative로 비용 조절에 나섰습니다.
- 조직이 방대해 질 수록 발생하는 “indirect cost” 또한 없애기 위해 노력한 바 있습니다. Mark Zuckerberg는 2023년 3월 “Year of Efficiency”를 주장하며 아래와 같이 얘기한 바 있죠:
Flatter is fasterIt’s well-understood that every layer of a hierarchy adds latency and risk aversion in information flow and decision-making. Every manager typically reviews work and polishes off some rough edges before sending it further up the chain.In our Year of Efficiency, we will make our organization flatter by removing multiple layers of management. As part of this, we will ask many managers to become individual contributors. We’ll also have individual contributors report into almost every level — not just the bottom — so information flow between people doing the work and management will be faster.
- 조직이 방대해질 수록 비효율성이 커집니다. 빅테크 내에서 승진 심사 땐 얼마나 큰 팀을 운영해 본 적이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승진을 위해 디벨로퍼들은 직접 코딩이나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보다 1) direct report들(팀원)을 늘리고 2) 자기 성과를 위해 “일을 위한 일”을 만들고 3) 높은 budget을 따내려고 하죠.
- 이런 “대기업 구조”는 훌륭한 능력자들이 직접 일을 하지 않고 관리직을 추구하게 되는 인센티브 구조입니다. 또한 너도나도 승진을 위해 불필요한 프로젝트 수가 많아지고 회사의 미션과 비전은 희석되죠.
- Mark는 middle manager를 줄이고, 모두가 회사의 방향성과 일치하는 “flat”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력 뿐만 아니라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인당 더 높은 아웃풋을 만드는 구조가 성립되죠.
자본지출
- 자본지출(CapEx 현황)은 어떨까요? Altimeter는 연간 CapEx를 기존 $30B 수준에서 $25B으로 낮추라고 요구했습니다.
- 2022년 연간 CapEx는 약 $31.4B, 2023년 3Q 실적 발표에선 올해 연간 CapEx 지출 가이던스를 $27~29B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전망하였습니다.
- Meta는 CapEx 지출 대부분은 서버,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인프라에 사용됩니다. 2022년 12월부터 약 12곳의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를 미룬 효과로 금번 3Q 분기 CapEx는 약 $6.8B으로 전년 대비 $3B 가량 낮췄습니다.
- 아직 목표치까지 달성하진 못했으나 CapEx의 EBITDA 비율을 보면 현재 40%로 지속가능한 수준까지 내려온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CapEx 유형은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Maintenance, 2) Growth
- Maintenance CapEx는 기존 PP&E의 유지보수를 위해 회사가 자본지출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공장 기계가 망가지면 부품이나 수리를 위해 지출해야 할 비용은 Maintenance CapEx이죠.
- 반대로 Growth CapEx는 이와 별개로 회사의 미래 현금흐름을 위해 미리 투자/지불하는 자본지출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 미래 서비스 향상을 위해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면 Growth CapEx이죠.
- 그렇다면 Meta는 CapEx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레버는 “Growth CapEx”이죠. 부서진 장비는 무조건 수리해야 하지만 Growth CapEx는 회사가 편하게 조정할 수 있는 지출입니다.
- 회사는 주로 CapEx를 Maintenance와 Growth로 친절히 구분해주지 않습니다. 완벽하지 않지만 Maintenance CapEx를 유추하기 위해 D&A(감가상각)를 사용하면 되죠. D&A 비용은 결국 회사가 미래에 재투자 해야 할 비용입니다. EBITDA 지표는 이러한 미래 지출을 숨기기 때문에 Warren Buffett은 EBITDA 지표를 별로 좋아하지 않죠.
- 완벽하지 않지만 D&A를 Maintenance CapEx의 Proxy로 본 그래프입니다:
- Maintenance CapEx 비중이 올라왔지만 여전히 Growth CapEx를 내릴 수 있는 룸은 많아 보이죠. 하지만 Meta는 2024년 CapEx 지출 가이던스론 $30~35B을 제시하였습니다. 현재까진 조절해 왔으나 현재 CapEx 수준을 유지한다는 얘기이죠. 하지만 이 소식은 실적 반등과 동반되었기 때문에 투자자 쪽에선 큰 반발이 없어 보입니다.
메타버스 투자
- 메타버스 투자에 대해 Altimeter는 아래와 같이 지적했습니다:
While the increased AI investment was clearly well timed, Meta’s investment in the metaverse… has gotten the most attention and has led to much confusion… the company has announced investments of $10–15B per year into a metaverse project that largely includes AR / VR / immersive 3D / Horizon World and that it may take 10 years to yield results. An estimated $100B+ investment in an unknown future is super-sized and terrifying, even by Silicon Valley standards.
- Zuckerberg의 메타버스 투자는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분명히 최근 분기의 $3.7B loss는 전년 대비 많이 내려오긴 하였으나 Run Rate 기준으로 연간 $15B 규모이며 Altimeter이 요구한 연간 $5B 목표와 차이가 큽니다.
Meta 현재 현황
- Altimeter이 요구한 3가지 중 Meta는 3점 만점 중 1.5점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Meta는 Altimeter의 조언을 100% 다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 Altimeter 또한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 Altimeter는 단지 재무적 개선으로 인한 주가 반등과 Meta가 AI 웨이브를 제대로 탈 수 있도록 체질 개선만 된다면 요구사항이 다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 한들 크게 상관 없을 것입니다.
- “Credit where credit is due.” Meta 주가는 올해 빅테크 기업 중 가장 퍼포먼스가 좋은 주식 중 하나입니다. Mark Zuckerberg는 누구한테 쉽사리 충고를 들을 레벨의 사람은 아닌데도 현재 주가와 재무 실적 등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주변의 조언을 경청하여 자신이 틀린 부분은 인정하고 체질 개선에 나섰죠.
- 뿐만 아니라 여러 비판과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메타버스 비전을 믿고 밀어붙이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저 또한 메타버스의 미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지만 회사의 리더로써 Mark를 매우 높게 평가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 짧은 시간 안에 이뤄낸 실적 턴어라운드는 놀랍습니다. 최근 Q3 매출은 전년 대비 23% 성장하고 역대 최고 분기 매출($34.1B)을 달성했습니다. Seasonality가 있는 사업인데도 Q3에 놀라운 성장을 보였습니다. 영업이익 마진 또한 41%까지 끌어올리면서 수익성 측면도 빨리 개선했네요.
- 물론 최근 경기 반등의 반사효과도 무시하지 못하겠지만 대규모 구조조정 시기에 이렇게 빠르게 이뤄낸 것은 매우 놀랍습니다.
- 밸류에이션 멀티플 현황은 어떨까요? 2022년 말 저점에서 현재는 2020년 High까지 회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경기현황에 따라 multiple compression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신뢰가 돌아온 것 같네요.
- 마지막으로 Altimeter이 궁극적으로 요구했던 현금흐름입니다. 인력 감축, CapEx 비용 및 메타버스 투자 조정 등 체질개선을 통해 연간 $40B 현금흐름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었죠. 최근 분기 기준 Unlevered FCF는 $9.4B으로 run rate으론 $37.7B입니다. 이런 실적이라면 Altimeter도 메타가 메타버스에 돈 쓰는 것에 대해 뭐라 하지 않겠죠.
Conclusion
-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창업자 분들께 VC로써 제 역할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저 또한 주제 넘게 잘 모르는 분야에서 조언을 드린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많이 부끄럽습니다. 함부로 조언하는 것은 창업자 분들께 득보다 실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무 말도 드리지 말자”라는 생각이 큽니다.
- 다만, 1) 제 분야에서 전문가 입지를 구축하고, 2) 창업자 분과 상호 간에 신뢰관계가 구축된 환경에서 3) 제가 valuable한 인사이트나 새로운 perspective를 드릴 수 있는 요건이 되었을 때 입을 열고자 합니다. 물론 제가 창업자 분들께 해가 되지 않도록 회사와 시장에 대한 공부와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 Altimeter의 공개저격(?) 이후 Meta 경영진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최근 Altimeter의 생산적인 방향성 조언 및 경고가 분명히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Zuckerberg와 내부 관계자 또한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을 테고 결국 실행해서 실적을 증명한 것은 경영진이지만 Altimeter가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울리고 빨리 행동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준 역할이 있다 생각합니다.
- 언제나 말씀 드리듯이 의견, 질문, 피드백이 있으시면 편하게 메일이나 아래 LinkedIn으로 연락 부탁 드립니다 (커피챗도 좋습니다!☕). 특히, (지금이나 미래에) AI, 또는 제가 관심 있게 보는 트렌드와 관련하여 창업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과 가볍게 편한 자리로 만나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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