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와 화가 서평 - (전)하이퍼커넥트 CTO님

학교 선배님이 작성하신 해커와 화가 서평을 가져왔습니다. 너무 좋은 글이라, 아카이빙 해둡니다. 문제 시 삭제 하겠습니다.
Han Jang's avatar
Dec 09, 2023
해커와 화가 서평 - (전)하이퍼커넥트 CTO님

전 하이퍼커넥트 CTO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하이라이팅한 부분은 제가 인상 깊었던 부분입니다.

폴 그레이엄의 인사이트를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인사이트가 있었지만 그의 돈과 부에 대한 인사이트가 재미있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왜 유럽이 강하게 성장했는가? 유럽의 지정학적 위치가 그렇게 유리했는가? 유럽인들이 인종적으로 우월했는가? 그들의 종교때문인가? 정답은 유럽인이 가장 핵심적인 생각을 퍼뜨렸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란 바로 부를 창출한 사람이 그것을 갖도록 인정하는 것이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부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를 창출함으로써 부자가 될 수 있다. 부를 창출하는 과정이 불러오는 기술적인 성장은 다만 부의 형태로 전화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적 힘으로까지 연결된다.” - 책의 6장 내용 중에서

돈 ≠ 부이다.

‘돈’은 일종의 매개체이지 ‘부’ 그 자체가 아니다. 오늘날 미국의 빈부격차가 커졌다고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빈부격차가 큰 나라가 건강한 나라라고 한다. 왜냐하면 돈이 꼭 부를 말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만들고 책상 밑에서 자면서 자신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혁신을 만드는 사람들의 동기에는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가 깔려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이 혁신을 일으켜 다른사람보다 화폐로 표시되는 숫자가 많아 진다고 다른 사람들의 부가 줄어들까? 그렇지 않다.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이 PC를 만들어 부자가 되었다고 다른 사람의 부를 뺏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혁신으로 전체적인 시스템은 효율화 되었으며 전체적인 절대 빈곤층의 생활 수준은 높아졌다. 자동차를 대량생산한 헨리포드나, 페니실린을 만든 알렉산더 플레밍이나 마찬가지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에서는 절대적 빈곤지표를 아동사망률이라는 지표를 통해 보는데 오늘날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의 아동 사망률은 50년 전에 비하여 비약적으로 줄어들었다.

“테크놀로지가 저렴하게 만들 수 없는 유일한 대상은 브랜드이다. 브랜드는 부자와 가난한자 사이에 존재하는 실질적인 차이가 증발하면서 남게 된 찌꺼기이다.” - 책의 7장 내용 중에서

보통 사람과 부자들의 생활도 100년전과 달리 그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다. 100년 전의 부자는 마차를 끌고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고 비교적 깨끗한 환경에서 좋은 식사를 할 수 있는 환경에 살았다면. 오늘날 부자와 일반인들의 격차는 그렇게 크지 않다.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집에 살며 비슷한 옷을 입고 먹는 것도 비슷하다. 가난한 사람이라도 자동차를 사고 밥을 먹을 수 있다. 거기에서 차이나는 것은 집이나 옷, 자동차의 브랜드 뿐이다. 할 수 있냐 없냐의 차이가 아니라 브랜드가 좋으냐 안좋으냐의 차이다. 100년전의 마차에는 브랜드라는 것이 없었다. 마차를 탈 수 있냐 없냐의 문제만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브랜드는 그저 그런 비싼 물건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할 수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파텍필립 시계는 타이맥스 시계에 비해 부정확하고 정기적으로 태엽을 감아주어야 하는 불편함까지 감수해야 한다.

혁신을 통해 파이를 키워 절대적 빈곤층의 생활 수준을 높이고 부자와 가난한자의 생활 수준 차이를 줄이는 것이, 단순히 화폐로 표시되는 빈부격차를 줄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화폐란 그냥 물물교환 보다 편리하게 경제시스템을 돌리기 위해 국가가 숫자로 표시한 시스템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무리 1조가 넘는 부자라도 그 돈을 평생 쓰지도 못하고, 그렇게 부자가 되었더라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것은 외롭고 기운 빠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늘날 빈부격차가 커진게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고 하며, 계층이 고착화 되었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기술 흐름에 올라타는 사람은 경제적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다. 미국의 100대 부자를 보면 대부분 자수성가한 사람들이다. 인도에서 온 가난한 학생도 실리콘 밸리에서 부자가 될 수 있다. 경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파이가 점점 커지는 게임이다. 경제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시각은 19세기 이전까지 그랬기 때문이다. 그 때까지는 부자가 되는 방법은 권력을 통해 다른 사람의 부를 뺏어야만 부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복전쟁을 통해 약탈을 하거나, 권력을 통해 부를 쌓은 사람의 재산을 몰수하거나, 평민들에게 높은 세금을 매겨 부자가 될 수 있었다. 그것이 제국주의로 이어져 식민지에서 약탈하고 착취하는 방식으로 부자가 만들어졌다. 언론 또한 이러한 제로섬 사고에 갇혀 빈부격차 확대를 비판하고 사람들은 거기에 반응해 포퓰리즘 정치를 옹호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은 다르다. 부패한 나라이거나 사기를 쳐서 다른 사람의 부를 뺏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사회에 가치를 주고 부를 창출하는 사람이 부자가 된다. 그렇게 혁신으로 만들어진 부는 상품의 가격을 낮추며 사회 전체에 골고루 나누어 진다. 그렇게 파이가 커지고 절대적 빈곤층의 생활수준을 올려가는 것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은 발전해 왔다.

하지만 19세기 이전의 사고가 뿌리 깊이 박혀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직 제로섬의 서사가 새겨져있다. 오늘날 한국에서의 성공의 서사는 명문대에 가서 전문직이 되거나 대기업에 취직하여 내집을 사고 차를 사고 결혼을 하고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 옆 친구와의 경쟁에서 이겨야하고… 등등이다. 나는 이러한 것이 교육이나 미디어, 부모, 주변인으로 세뇌당한 부분이 크지 않나 싶다. 하나씩 그 성공이란 서사의 틀을 깨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꼭 한국에 살아야 하나? 대기업에 가야하나? 내 집을 사야하나? 결혼을 해야하나? 남들의 부러움을 사야하나?

그리고 한국의 성공 서사에서는 계층이 고착화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대기업에 입사해서는 부모가 부자가 아니면 내 집 마련도 못할 수도 있다. 큰 회사는 100배의 생산성을 내는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다. 보스에게 가서 앞으로 열배 더 열심히 일할 생각이니 월급을 열배 올려달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내가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해 인사팀에서 정확하게 평가하기도 힘들며 그저 정해진 범위에서 평균적인 사람들과 나눠가질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사팀의 평가나, 보고서, 의미없는 회의, 정치, 커피나 담배타임 없이 일에만 집중하고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생산성을 36배 올려 고객에게 그 가치가 전달되면 36배 더 많이 벌 수 있다.

꼭 스타트업이 아니더라도 작은 쇼핑몰, 펀드 매니저라도 자신의 노력이 성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 일을 하며 리스크를 테이킹 해야만 부의 사다리에 올라설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운이 크게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며 실패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훨씬 더 재미있는 인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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